의사-한의사단체 `독점 처방전` 두고 첨예 대립
개량 신약 출시로 국내 제약사간 특허 분쟁까지
개량 신약 출시로 국내 제약사간 특허 분쟁까지
동ㆍ식물 등 천연물을 재료로 하는 천연물 신약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이를 둘러싼 관련 업계의 이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의사단체와 한의사단체가 천연물 신약의 독점 처방권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간에는 개량 신약 출시를 두고 특허 분쟁이 일고 있다.
천연물 신약은 생물을 직접 이용하거나, 생물의 세포 또는 조직배양을 통해 나온 천연물 성분을 이용해 연구ㆍ개발한 의약품이다. 일반 신약은 새로운 특정성분을 추출하거나 가공해 약물을 만드는 반면 천연물 신약은 경험적인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생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어 개발비용과 기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1999년 첫 허가 이후 지금까지 총 7개 제품이 출시됐다.
위염치료제 `스티렌', 소화불량 치료제 `모티리톤', 골관절 치료제 `신바로' 등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제약사들의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았지만 이를 둘러싼 관련 단체 및 업계간에 처방권ㆍ특허권 공방이 치열하다.
◇한의사-의사단체, 서로 독점 처방권 주장=한의계와 의사단체는 천연물 신약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주장하며 서로 독점 처방권을 요구하고 있다.
한의계는 천연물 신약이 한방 원리로 개발된 한약을 단순히 캡슐이나 알약 형태로 만든 만큼 한의사들이 처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천연물 신약은 한의학의 원리에 따라 환자의 체질을 고려해 처방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가 처방하기엔 부적절하다는 것.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6일 천연물 신약에 대한 처방은 한의사의 배타적 권리임을 선언하는 결의문을 발표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협회 측은 "평소 `한약은 간에 나쁘다', `한약을 먹으면 건강을 해친다' 등의 왜곡된 정보로 한의약을 폄훼하고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린 양의사들이 정작 자신들은 한약을 천연물 신약으로 교묘히 포장해 처방하는 악의적이고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사단체는 천연물 신약은 서양의학적 원리와 기전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약물로, 의사의 처방을 목표로 만들어진 전문의약품인 만큼 한의사들의 처방은 불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천연물 신약은 전문의약품인 만큼 의사들만 처방해야 한다"며 "천연물 신약 제품들은 식약청이 고시하고 보험수가까지 책정돼 있는데 이를 한의사가 사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밝혔다.
논란은 녹십자의 골관절염 치료제 `신바로'가 지난 5월 함소아한의원 계열사인 함소아제약을 통해 한방병원과 한의사에게도 유통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신바로가 전문의약품인만큼 한의사의 처방은 부당하다며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요구했다.
양 단체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칼자루를 쥔 복지부는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공식 의견을 낼 만한 단계는 아니며 내부 검토 중"이라며 "계속 양 협회의 추가 의견을 청취하면서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양 단체가 접점을 가질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와 문제와 관련해 협회장과 집행부가 사퇴 압박을 겪는 등 내홍까지 겪고 있어 앞으로 더욱 강경한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의계 관련 단체들은 한의사협회 회장과 집행부의 천연물 신약 관련한 대응에 불만을 나타내며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간 특허 분쟁=동아제약이 2005년 허가를 받은 위염치료제 스티렌은 누적 매출 3000억원을 기록하며 천연물 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같은 원료로 제조법만 바꾼 개량신약을 개발하면서 특허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주로 다국적 제약사와 펼치던 특허 분쟁이 국내 제약사간에 일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엘팜텍, 종근당, 안국약품, 유영제약, 대원제약, 제일약품 등 6개사는 `애엽이소프로판올연조엑스'를 성분으로 하는 스티렌 개량신약에 대해 식약청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스티렌은 애엽(쑥) 추출 성분으로 만든 천연물 신약으로, 동아제약은 에탄올을 용매로 성분을 추출하는 방법과 이 성분이 위염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조성물 및 용도특허'를 2015년까지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50여개 제약사들이 스티렌의 제네릭(복제약) 허가를 받았으나, 동아제약이 제네릭을 출시하는 업체와 특허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실제 발매가 미뤄진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특허를 회피해 같은 약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자 다시 논쟁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량신약의 임상을 주도한 지엘팜텍은 자사가 개발한 개량신약이 스티렌과 동일하게 쑥을 원료로 만들어졌지만, 용매로 에탄올 대신 이소프로판올을 사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지엘팜텍과 동아제약은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하며 특허분쟁을 펼치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애엽 추출물을 위염에 사용한다는 것 등 용매 외에는 스티렌 특허와 전혀 다른 게 없다"며 "원료의 개량 없이 추출 용매만 다르다고 개량신약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 사진설명 : 녹십자의 골관절 치료제 `신바로`(왼쪽), 동아제약의 위염치료제 `스티렌`(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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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 신약은 생물을 직접 이용하거나, 생물의 세포 또는 조직배양을 통해 나온 천연물 성분을 이용해 연구ㆍ개발한 의약품이다. 일반 신약은 새로운 특정성분을 추출하거나 가공해 약물을 만드는 반면 천연물 신약은 경험적인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생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어 개발비용과 기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1999년 첫 허가 이후 지금까지 총 7개 제품이 출시됐다.
위염치료제 `스티렌', 소화불량 치료제 `모티리톤', 골관절 치료제 `신바로' 등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제약사들의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았지만 이를 둘러싼 관련 단체 및 업계간에 처방권ㆍ특허권 공방이 치열하다.
◇한의사-의사단체, 서로 독점 처방권 주장=한의계와 의사단체는 천연물 신약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주장하며 서로 독점 처방권을 요구하고 있다.
한의계는 천연물 신약이 한방 원리로 개발된 한약을 단순히 캡슐이나 알약 형태로 만든 만큼 한의사들이 처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천연물 신약은 한의학의 원리에 따라 환자의 체질을 고려해 처방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가 처방하기엔 부적절하다는 것.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6일 천연물 신약에 대한 처방은 한의사의 배타적 권리임을 선언하는 결의문을 발표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협회 측은 "평소 `한약은 간에 나쁘다', `한약을 먹으면 건강을 해친다' 등의 왜곡된 정보로 한의약을 폄훼하고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린 양의사들이 정작 자신들은 한약을 천연물 신약으로 교묘히 포장해 처방하는 악의적이고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사단체는 천연물 신약은 서양의학적 원리와 기전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약물로, 의사의 처방을 목표로 만들어진 전문의약품인 만큼 한의사들의 처방은 불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천연물 신약은 전문의약품인 만큼 의사들만 처방해야 한다"며 "천연물 신약 제품들은 식약청이 고시하고 보험수가까지 책정돼 있는데 이를 한의사가 사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밝혔다.
논란은 녹십자의 골관절염 치료제 `신바로'가 지난 5월 함소아한의원 계열사인 함소아제약을 통해 한방병원과 한의사에게도 유통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신바로가 전문의약품인만큼 한의사의 처방은 부당하다며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요구했다.
양 단체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칼자루를 쥔 복지부는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공식 의견을 낼 만한 단계는 아니며 내부 검토 중"이라며 "계속 양 협회의 추가 의견을 청취하면서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양 단체가 접점을 가질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와 문제와 관련해 협회장과 집행부가 사퇴 압박을 겪는 등 내홍까지 겪고 있어 앞으로 더욱 강경한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의계 관련 단체들은 한의사협회 회장과 집행부의 천연물 신약 관련한 대응에 불만을 나타내며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간 특허 분쟁=동아제약이 2005년 허가를 받은 위염치료제 스티렌은 누적 매출 3000억원을 기록하며 천연물 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같은 원료로 제조법만 바꾼 개량신약을 개발하면서 특허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주로 다국적 제약사와 펼치던 특허 분쟁이 국내 제약사간에 일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엘팜텍, 종근당, 안국약품, 유영제약, 대원제약, 제일약품 등 6개사는 `애엽이소프로판올연조엑스'를 성분으로 하는 스티렌 개량신약에 대해 식약청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스티렌은 애엽(쑥) 추출 성분으로 만든 천연물 신약으로, 동아제약은 에탄올을 용매로 성분을 추출하는 방법과 이 성분이 위염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조성물 및 용도특허'를 2015년까지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50여개 제약사들이 스티렌의 제네릭(복제약) 허가를 받았으나, 동아제약이 제네릭을 출시하는 업체와 특허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실제 발매가 미뤄진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특허를 회피해 같은 약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자 다시 논쟁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량신약의 임상을 주도한 지엘팜텍은 자사가 개발한 개량신약이 스티렌과 동일하게 쑥을 원료로 만들어졌지만, 용매로 에탄올 대신 이소프로판올을 사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지엘팜텍과 동아제약은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하며 특허분쟁을 펼치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애엽 추출물을 위염에 사용한다는 것 등 용매 외에는 스티렌 특허와 전혀 다른 게 없다"며 "원료의 개량 없이 추출 용매만 다르다고 개량신약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 사진설명 : 녹십자의 골관절 치료제 `신바로`(왼쪽), 동아제약의 위염치료제 `스티렌`(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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