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속 인공동굴 `서늘`… 연구 열기는 후끈
고준위 방폐물 영구처분 위한 연구 한창
미 연구 프로젝트 수주 세계적 수준 인정
고준위 방폐물 영구처분 위한 연구 한창
미 연구 프로젝트 수주 세계적 수준 인정
찜통더위가 전국을 달군 지난 3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지하처분연구시설(KURT)에는 딴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폭염으로 인해 생기를 잃은 바깥 풍경과 달리 과학자들은 인공 동굴 안에서 더위를 식히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연구를 하고 있었다.
바깥 기온이 35도를 가리키며 더위가 절정에 달한 오전 11시, 원자력연구원 정문을 지나 승용차로 산중턱 오솔길을 10분 가량 달리자 터널 입구에 `지하처분연구시설'이라는 푯말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 곳은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만들어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땅 속에 영구 처분하기 위해 지하수 흐름, 암반층 균열 등을 실제 현장에서 조사ㆍ평가ㆍ해석해 최적의 안전한 처분 조건을 찾는 연구를 하는 곳.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순간 한기가 느껴졌다. 폭, 넓이 6m로 뚫린 이 곳은 지상에서 90m 아래에 자리잡아 여름에도 쌀쌀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김경수 방사성폐기물처분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이 곳은 오늘 같은 무더위에도 섭씨 15도 정도로 시원하다"면서 "2∼3시간 정도 안에서 연구를 하다보면 소름이 돋아 여름나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빙긋 웃었다.
이렇다 보니 연구원을 찾는 이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매년 여름방학이면 진행하는 `연구원 개방의 날' 행사의 단골 견학코스이자 관람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는 것. 현재는 실험공간을 확충하기 위한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개방은 하지 않고 있다.
내리막길을 따라 180m 정도를 더 내려가자 연구자들이 미국에서 의뢰한 연구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옆에서는 건설장비가 굉음을 울리며 굴착작업을 하고 있었다. 확장 공사는 땅에서 90m 깊이이던 연구시설을 130m 깊이로 더 파는 것으로, 내년까지 진행된다. 제대로 된 지하처분 연구를 하려면 깊이가 500m는 돼야 한다는 게 연구원측의 설명이다.
지난 2006년 완공된 이 곳은 비록 선진국의 지하처분연구시설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지만, 최근 미국 에너지부 산하 샌디아국립연구소로부터 연구 프로젝트를 수주하는가 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URF(지하실험시설) 네트워크의 협력 파트너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오는 2014년에는 처분장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도 운영하게 된다.
김 책임연구원은 "깊이 500m에서는 지하수 흐름이 느리고 부식 가능성이 적어 안정된 처분장을 만들 수 있고 실제로 외국의 처분장들도 500m 깊이에 있다"며 "연구시설도 적어도 400m 이상 깊이로 만들어야 제대로 된 연구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함을 시사한다.
이어 "지하처분연구시설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안전한 폐기물 처리의 중요성도 알리는 역할을 한다"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처분장 구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두운 지하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자들의 열기는 35도를 웃도는 바깥 날씨와 다를 바 없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 사진설명 :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방사성폐기물 처분 기술을 연구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지하처분연구시설 내부. 섭씨 15도의 싸늘한 환경에서도 연구자들의 연구 열기만은 뜨거운 바깥 날씨를 무색케 할 정도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바깥 기온이 35도를 가리키며 더위가 절정에 달한 오전 11시, 원자력연구원 정문을 지나 승용차로 산중턱 오솔길을 10분 가량 달리자 터널 입구에 `지하처분연구시설'이라는 푯말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 곳은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만들어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땅 속에 영구 처분하기 위해 지하수 흐름, 암반층 균열 등을 실제 현장에서 조사ㆍ평가ㆍ해석해 최적의 안전한 처분 조건을 찾는 연구를 하는 곳.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순간 한기가 느껴졌다. 폭, 넓이 6m로 뚫린 이 곳은 지상에서 90m 아래에 자리잡아 여름에도 쌀쌀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김경수 방사성폐기물처분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이 곳은 오늘 같은 무더위에도 섭씨 15도 정도로 시원하다"면서 "2∼3시간 정도 안에서 연구를 하다보면 소름이 돋아 여름나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빙긋 웃었다.
이렇다 보니 연구원을 찾는 이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매년 여름방학이면 진행하는 `연구원 개방의 날' 행사의 단골 견학코스이자 관람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는 것. 현재는 실험공간을 확충하기 위한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개방은 하지 않고 있다.
내리막길을 따라 180m 정도를 더 내려가자 연구자들이 미국에서 의뢰한 연구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옆에서는 건설장비가 굉음을 울리며 굴착작업을 하고 있었다. 확장 공사는 땅에서 90m 깊이이던 연구시설을 130m 깊이로 더 파는 것으로, 내년까지 진행된다. 제대로 된 지하처분 연구를 하려면 깊이가 500m는 돼야 한다는 게 연구원측의 설명이다.
지난 2006년 완공된 이 곳은 비록 선진국의 지하처분연구시설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지만, 최근 미국 에너지부 산하 샌디아국립연구소로부터 연구 프로젝트를 수주하는가 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URF(지하실험시설) 네트워크의 협력 파트너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오는 2014년에는 처분장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도 운영하게 된다.
김 책임연구원은 "깊이 500m에서는 지하수 흐름이 느리고 부식 가능성이 적어 안정된 처분장을 만들 수 있고 실제로 외국의 처분장들도 500m 깊이에 있다"며 "연구시설도 적어도 400m 이상 깊이로 만들어야 제대로 된 연구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함을 시사한다.
이어 "지하처분연구시설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안전한 폐기물 처리의 중요성도 알리는 역할을 한다"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처분장 구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두운 지하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자들의 열기는 35도를 웃도는 바깥 날씨와 다를 바 없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 사진설명 :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방사성폐기물 처분 기술을 연구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지하처분연구시설 내부. 섭씨 15도의 싸늘한 환경에서도 연구자들의 연구 열기만은 뜨거운 바깥 날씨를 무색케 할 정도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