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옥 디지털뉴스부장
미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크 트웨인의 작품 중 `왕자와 거지'라는 소설이 있다. 16세기 영국을 무대로 하루아침에 신분이 바뀐 두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 특유의 익살과 재치로 시대의 부조리를 잘 파헤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어린 소년들이 주인공이어서 인지 우리나라엔 동화로 더 익숙하다. 실제 작가도 자기가 쓴 대목을 매일 밤 가족들에게 들려주었고 출판하고 나서는 책을 두 딸에게 헌정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의 절정은 거지 톰의 대관식 날, 남루한 차림의 왕자가 나타나 신분을 밝히는 장면이다. 왕자가 가짜라고 의심하는 대신들은 임금의 도장인 옥새의 행방을 대라고 다그친다. 왕자가 옥새를 숨겨둔 곳을 기억하지 못하는 위기의 순간, 다름 아닌 거지 톰이 구원의 손을 내민다. 톰의 힌트에 힘입어 옥새가 숨겨진 곳을 기억해 낸 왕자. 톰이 옥새의 장소를 알고 있었던 건 옥새를 호두를 까는 데 썼기 때문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의 IT환경도 왕자와 거지의 장면을 연상케 한다. 앞선 IT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지만 그 활용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IT환경을 인프라 면에서만 보면 어디 내 놔도 부끄럽지 않을 성적표다.
4세대(4G) 이동통신서비스 LTE의 경우 상용화가 늦기는 했지만 최근 통신사들의 경쟁에 힘입어 급속히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서비스 속도 역시 4.8초로 세계 1위를 기록, 2위인 덴마크(5.2초), 3위인 홍콩(5.9초)을 따돌렸다.
스마트폰의 보급 속도 역시 기록적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실시한 `2011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42.9%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 등 스마트 기기를 1대 이상 보유하고 있다. 2010년 불과 4.9%였던 보급률이 1년 동안 약 9배나 늘어난 것이다. 한 민간 조사업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말이면 스마트폰 보급률이 80%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어디가나 고속망에 연결된 PC가 있고 국민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가지고 다니며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사회, 이것이 바로 2012년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조금 평가가 달라진다. 최근 2년간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가 보급됐지만 활용 면에서는 단순한 인터넷 검색이나 게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오락적 성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마다 옥새를 손에 들고 있으면서 겨우 호두나 깨는 데 쓰고 있는 셈이다.
게임이나 SNS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삶을 풍요롭게 하고 여가를 즐기는 중요한 수단임에 틀림없지만 많은 돈을 지불하고 온 국민이 가지고 있으면서 여가를 즐기는 데만 쓰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반면 기업들은 보안이나 IT자원의 활용 등에 대한 문제를 들어 적극적인 활용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만 시범적으로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을 뿐 중소기업들은 도입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공공부문은 더 심각하다. 국정원의 보안지침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스마트 기기를 어떻게 활용하고 클라우드 시스템을 어떻게 적용할 지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생산성을 높일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
왕자와 거지 이야기에서 옥새가 정책을 집행하고 새로운 법을 만들 수 없었듯이 우리의 앞선 IT인프라가 단순히 호두만을 까는 역할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 기기의 생산적 활용과 사용범위의 확대를 고민할 때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이야기의 절정은 거지 톰의 대관식 날, 남루한 차림의 왕자가 나타나 신분을 밝히는 장면이다. 왕자가 가짜라고 의심하는 대신들은 임금의 도장인 옥새의 행방을 대라고 다그친다. 왕자가 옥새를 숨겨둔 곳을 기억하지 못하는 위기의 순간, 다름 아닌 거지 톰이 구원의 손을 내민다. 톰의 힌트에 힘입어 옥새가 숨겨진 곳을 기억해 낸 왕자. 톰이 옥새의 장소를 알고 있었던 건 옥새를 호두를 까는 데 썼기 때문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의 IT환경도 왕자와 거지의 장면을 연상케 한다. 앞선 IT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지만 그 활용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IT환경을 인프라 면에서만 보면 어디 내 놔도 부끄럽지 않을 성적표다.
4세대(4G) 이동통신서비스 LTE의 경우 상용화가 늦기는 했지만 최근 통신사들의 경쟁에 힘입어 급속히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서비스 속도 역시 4.8초로 세계 1위를 기록, 2위인 덴마크(5.2초), 3위인 홍콩(5.9초)을 따돌렸다.
스마트폰의 보급 속도 역시 기록적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실시한 `2011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42.9%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 등 스마트 기기를 1대 이상 보유하고 있다. 2010년 불과 4.9%였던 보급률이 1년 동안 약 9배나 늘어난 것이다. 한 민간 조사업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말이면 스마트폰 보급률이 80%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어디가나 고속망에 연결된 PC가 있고 국민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가지고 다니며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사회, 이것이 바로 2012년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조금 평가가 달라진다. 최근 2년간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가 보급됐지만 활용 면에서는 단순한 인터넷 검색이나 게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오락적 성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마다 옥새를 손에 들고 있으면서 겨우 호두나 깨는 데 쓰고 있는 셈이다.
게임이나 SNS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삶을 풍요롭게 하고 여가를 즐기는 중요한 수단임에 틀림없지만 많은 돈을 지불하고 온 국민이 가지고 있으면서 여가를 즐기는 데만 쓰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반면 기업들은 보안이나 IT자원의 활용 등에 대한 문제를 들어 적극적인 활용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만 시범적으로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을 뿐 중소기업들은 도입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공공부문은 더 심각하다. 국정원의 보안지침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스마트 기기를 어떻게 활용하고 클라우드 시스템을 어떻게 적용할 지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생산성을 높일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
왕자와 거지 이야기에서 옥새가 정책을 집행하고 새로운 법을 만들 수 없었듯이 우리의 앞선 IT인프라가 단순히 호두만을 까는 역할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 기기의 생산적 활용과 사용범위의 확대를 고민할 때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