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호 가천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졸업식장에 한데 모여 재학생들이 졸업하는 선배들에게 졸업의 노래를 불러주던 풍경이 점차 사라져 가고, 교복을 찢고 밀가루나 케첩 등을 뿌리는가 하면 속옷차림으로 끌려 다니는 모습이 그 장면이 대신하고 있다.
졸업식은 교육과정에서의 학업을 마치는 것을 축하하고, 다음 과정으로 이어지는 길에 대한 희망을 얘기해야 마땅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광기에 가까운 폭력과 일탈로 얼룩지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서울시 교육청은 `졸업식 알몸 뒤풀이'도 중대한 학교 폭력으로 보고 관련규정에 따라 엄중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밀가루나 달걀 등을 던지는 행위는 폭행으로, 학생의 옷을 벗게 해 알몸이 되거나 알몸 상태로 단체기합을 주는 것은 강제추행과 강요죄를 적용해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이 행태를 너그러운 시선만으로 바라봐 주기에는 도를 넘어도 한참을 넘어섰다. 오랜 기간 동안 억눌린 인내를 홀가분한 마음으로 표현하는 것에도 사회적인 예의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한계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사회도 모르고 있지는 않다. 청소년들과 관련한 범죄가 발생될 때마다 쏟아졌던 수많은 `특단의 대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대책이라고 하는 것들의 시각이 대부분 청소년을 향해 있다. 아마도, 과거에는 있지도 않았을 만큼의 심각한 학교폭력 내용에 충격을 받아서 일거에 바꿔버리겠다는 심산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만 문제를 추궁하는 것은 일차원적이고 근시안적 접근이다.
졸업식을 핑계로 빚어지는 범죄적 행태는 최근 들어 갑작스레 생긴 것이 아니다. 1960년대 중반 모일간지에 게재된 기사에도 `졸업생들이 술이 취해 명동거리를 누비고, 페인트로 낙서를 했다'는 내용이 언급됐으니 이미 이즈음부터 잘못된 졸업식의 문화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바꿔 말하면, 이미 기성세대가 된 `어른'들도 그 시절 그 나이 때에는 그랬다는 말이니, 요즘 아이들에게만 탓을 돌리기에도 민망하다.
결국 새삼스럽지 않은 일을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사고로 보고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대책을 내세우고 보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나마도 대책이라고 내세운 내용들의 주된 흐름은, 사태를 야기한 학생들에 대한 `처벌'이다. 청소년과 우리 사회를 위해서 마련한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쉬운' 방법 아닌가? 이 같은 대책은 그전에 취해야할 모든 선행노력을 할 데까지 다 해본 후에나 쓰는 것이 옳다. 과연 `선행 노력'을 충분히 했는가?
이런 세태는 청소년들을 나무라고 사태를 지적하기만 한다고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그에 앞서 필요한 것은, 그 동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방관해온 `어른'들의 반성이다.
우리가 과연 그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해왔는지 먼저 되돌아 봐야 한다. 직접적 연관도 없는 문제라 여기며 외면한 것은 아닌지, 반복되는 문제들을 보면서 어차피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닌지, 아니면 문제를 인식하는 자체를 귀찮아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어른은 많지 않다.변명은 그만하고, 인정하자. 그동안 `원래 그런 애들'로 미리 낙인 찍어버린 생각을 떨치고 그들의 마음속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자. 공권력이 필요하면 공권력도 사용하고, 가혹한 훈육이 필요할 때는 훈육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우선은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말과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2500년 전 공자는 이미 민주와 평등교육을 실천한 인물이다. 아침에 진리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던 공자이지만 가르침의 원칙은 엄격했다. "학생이 모르는 것이 분해서 어쩔 줄 몰라하지 않으면 깨우쳐 주지 않는다. 한 모퉁이를 들어 보여주었는데 나머지 세 모퉁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이에겐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
우리는 엄격한 훈육을 들이대기 이전에 우리 세대에도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리며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의 질문을 받고는 있는지, 정상적인 네 모퉁이를 가진 한 모퉁이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지 생각해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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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장에 한데 모여 재학생들이 졸업하는 선배들에게 졸업의 노래를 불러주던 풍경이 점차 사라져 가고, 교복을 찢고 밀가루나 케첩 등을 뿌리는가 하면 속옷차림으로 끌려 다니는 모습이 그 장면이 대신하고 있다.
졸업식은 교육과정에서의 학업을 마치는 것을 축하하고, 다음 과정으로 이어지는 길에 대한 희망을 얘기해야 마땅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광기에 가까운 폭력과 일탈로 얼룩지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서울시 교육청은 `졸업식 알몸 뒤풀이'도 중대한 학교 폭력으로 보고 관련규정에 따라 엄중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밀가루나 달걀 등을 던지는 행위는 폭행으로, 학생의 옷을 벗게 해 알몸이 되거나 알몸 상태로 단체기합을 주는 것은 강제추행과 강요죄를 적용해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이 행태를 너그러운 시선만으로 바라봐 주기에는 도를 넘어도 한참을 넘어섰다. 오랜 기간 동안 억눌린 인내를 홀가분한 마음으로 표현하는 것에도 사회적인 예의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한계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사회도 모르고 있지는 않다. 청소년들과 관련한 범죄가 발생될 때마다 쏟아졌던 수많은 `특단의 대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대책이라고 하는 것들의 시각이 대부분 청소년을 향해 있다. 아마도, 과거에는 있지도 않았을 만큼의 심각한 학교폭력 내용에 충격을 받아서 일거에 바꿔버리겠다는 심산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만 문제를 추궁하는 것은 일차원적이고 근시안적 접근이다.
졸업식을 핑계로 빚어지는 범죄적 행태는 최근 들어 갑작스레 생긴 것이 아니다. 1960년대 중반 모일간지에 게재된 기사에도 `졸업생들이 술이 취해 명동거리를 누비고, 페인트로 낙서를 했다'는 내용이 언급됐으니 이미 이즈음부터 잘못된 졸업식의 문화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바꿔 말하면, 이미 기성세대가 된 `어른'들도 그 시절 그 나이 때에는 그랬다는 말이니, 요즘 아이들에게만 탓을 돌리기에도 민망하다.
결국 새삼스럽지 않은 일을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사고로 보고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대책을 내세우고 보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나마도 대책이라고 내세운 내용들의 주된 흐름은, 사태를 야기한 학생들에 대한 `처벌'이다. 청소년과 우리 사회를 위해서 마련한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쉬운' 방법 아닌가? 이 같은 대책은 그전에 취해야할 모든 선행노력을 할 데까지 다 해본 후에나 쓰는 것이 옳다. 과연 `선행 노력'을 충분히 했는가?
이런 세태는 청소년들을 나무라고 사태를 지적하기만 한다고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그에 앞서 필요한 것은, 그 동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방관해온 `어른'들의 반성이다.
우리가 과연 그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해왔는지 먼저 되돌아 봐야 한다. 직접적 연관도 없는 문제라 여기며 외면한 것은 아닌지, 반복되는 문제들을 보면서 어차피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닌지, 아니면 문제를 인식하는 자체를 귀찮아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어른은 많지 않다.변명은 그만하고, 인정하자. 그동안 `원래 그런 애들'로 미리 낙인 찍어버린 생각을 떨치고 그들의 마음속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자. 공권력이 필요하면 공권력도 사용하고, 가혹한 훈육이 필요할 때는 훈육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우선은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말과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2500년 전 공자는 이미 민주와 평등교육을 실천한 인물이다. 아침에 진리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던 공자이지만 가르침의 원칙은 엄격했다. "학생이 모르는 것이 분해서 어쩔 줄 몰라하지 않으면 깨우쳐 주지 않는다. 한 모퉁이를 들어 보여주었는데 나머지 세 모퉁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이에겐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
우리는 엄격한 훈육을 들이대기 이전에 우리 세대에도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리며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의 질문을 받고는 있는지, 정상적인 네 모퉁이를 가진 한 모퉁이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지 생각해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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