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
최근 미디어업계에 인력 이동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올 여름을 강타한 폭우와 태풍피해는 예상 못했지만 미디어업계의 인력이동 바람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글로벌미디어라는 거창한 꿈을 내걸고 출범한 CJ E&M이나 지상파와의 혈전을 앞두고 개국 준비에 여념이 없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들의 인재수요 때문이다.
그동안 열심히 재목으로 키워왔던, 인재를 빼앗기는 미디어업계의 입장에서는 불쾌하고 배신감도 느끼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또 다른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제한된 채널에서, 그것도 거의 차별성 없는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보다는 보다 다양한 채널에서 신선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시청자의 일반적인 욕구가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업계의 인력이동으로 과연 이런 시청자의 기대감이 충족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그렇다' 보다는 `아니다'가 정답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정들었던 업계를 떠나 새 둥지를 찾아 떠나고 있는 사람들, 몸값보다는 열악한 제작환경으로부터의 해방,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열망이 그들이 하나같이 얘기하고 있는 이탈의 변이다.
일본 NHK회장은 어떤 공식석상이든 시청률의 `시'자도 꺼내지 않고, 직원들 역시 시청률을 의식은 하지만 관련 자료를 책상 위에 꺼내놓지 않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공영방송은 어떠한가? 또 상업방송들은 어떠한가? 방송사에서 발간하는 사보만 보더라도 시청률 얘기로 도배를 하고 있다. 시청률에 따라서 프로그램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거나 줄어들면서 원래 대본에 없던 내용이 추가되기도 한다. 출연자 캐스팅비가 양극화되고 있는 현상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이처럼 시청률에 얽매인 제작환경에서 어떻게 창의력을 발휘하고, 꿈을 펼칠 수 있을까. 다행히도 방송업계에서는 지금까지는 가능했다. 하루 2시간을 자더라도,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몸으로 때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당연시 됐기 때문이다.
재미와 인기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 방송프로그램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특히 드라마나 예능프로는 해외에서도 인기있을 만큼 경쟁력을 갖게 됐다. 이는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도 작품을 위해 헌신한 제작자와 연기자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언제까지 이런 헌신과 열정만으로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겠는가.
미디어 종사자들이 옮겨가고 있는 새 둥지는 시청률이나 열악한 제작환경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점을 감안해 보면 역시 앞서 찾은 정답처럼 `아니다' 쪽이다.
우수인력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창의력을 발휘해가며 시청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작환경에 대한 과감한 수술도 이런 기회에 단행돼야 한다.
미디어업계에 모처럼 일고 있는 인력이동 바람이 지금까지의 우를 답습하기 위한 단순한 자리이동이 아니라, 우리나라 미디어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들이 개선된 환경 속에서 맘껏 일하고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는 변화의 신호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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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미디어라는 거창한 꿈을 내걸고 출범한 CJ E&M이나 지상파와의 혈전을 앞두고 개국 준비에 여념이 없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들의 인재수요 때문이다.
그동안 열심히 재목으로 키워왔던, 인재를 빼앗기는 미디어업계의 입장에서는 불쾌하고 배신감도 느끼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또 다른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제한된 채널에서, 그것도 거의 차별성 없는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보다는 보다 다양한 채널에서 신선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시청자의 일반적인 욕구가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업계의 인력이동으로 과연 이런 시청자의 기대감이 충족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그렇다' 보다는 `아니다'가 정답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정들었던 업계를 떠나 새 둥지를 찾아 떠나고 있는 사람들, 몸값보다는 열악한 제작환경으로부터의 해방,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열망이 그들이 하나같이 얘기하고 있는 이탈의 변이다.
일본 NHK회장은 어떤 공식석상이든 시청률의 `시'자도 꺼내지 않고, 직원들 역시 시청률을 의식은 하지만 관련 자료를 책상 위에 꺼내놓지 않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공영방송은 어떠한가? 또 상업방송들은 어떠한가? 방송사에서 발간하는 사보만 보더라도 시청률 얘기로 도배를 하고 있다. 시청률에 따라서 프로그램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거나 줄어들면서 원래 대본에 없던 내용이 추가되기도 한다. 출연자 캐스팅비가 양극화되고 있는 현상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이처럼 시청률에 얽매인 제작환경에서 어떻게 창의력을 발휘하고, 꿈을 펼칠 수 있을까. 다행히도 방송업계에서는 지금까지는 가능했다. 하루 2시간을 자더라도,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몸으로 때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당연시 됐기 때문이다.
재미와 인기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 방송프로그램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특히 드라마나 예능프로는 해외에서도 인기있을 만큼 경쟁력을 갖게 됐다. 이는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도 작품을 위해 헌신한 제작자와 연기자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언제까지 이런 헌신과 열정만으로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겠는가.
미디어 종사자들이 옮겨가고 있는 새 둥지는 시청률이나 열악한 제작환경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점을 감안해 보면 역시 앞서 찾은 정답처럼 `아니다' 쪽이다.
우수인력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창의력을 발휘해가며 시청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작환경에 대한 과감한 수술도 이런 기회에 단행돼야 한다.
미디어업계에 모처럼 일고 있는 인력이동 바람이 지금까지의 우를 답습하기 위한 단순한 자리이동이 아니라, 우리나라 미디어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들이 개선된 환경 속에서 맘껏 일하고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는 변화의 신호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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