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명구 삼보컴퓨터 마케팅&컨슈머실 이사
기술의 첨단에 서있는 IT기업에 몸담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책상 위에는 구닥다리 펜 하나가 놓여있다. 0.5㎜ 샤프펜슬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볼펜보다 수정이 편하고, 연필보다 관리가 편하다는 이유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 샤프펜슬은 나에게 마케팅에 대한 하나의 지침을 알려준 소중한 아이콘이다.
샤프펜슬은 필기구 중에서도 굉장히 정밀한 기술을 요구한다. 샤프펜슬 그 자체도 그렇지만, 무르고 무른 연질의 흑연에 그 성질은 유지하면서도 1콤마 단위로 정확히 가공하는 일은 아무리 나노(n) 단위의 기술이 지배하는 첨단 21세기라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샤프펜슬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0.5㎜의 두께는, 그 가공 기술뿐만이 아니라, 0.5㎜안에 숨겨진 소비자 지향의 철학이 빛나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볼펜과 연필의 중간에서 각각의 장점을 수용한 샤프펜슬은 0.3㎜와 0.9㎜의 제품들도 있다. 하지만 이 제품들은 그리 대중적이지 못하다. 0.3㎜는 세필로서의 성능은 우수하지만 심이 잘 부러지고, 0.9㎜는 단단하기는 하지만 많은 필기를 하기에는 너무 두껍다. 그래서 0.9㎜만큼 단단한 강도를 가지면서도 0.3㎜만큼 얇은 글씨를 쓸 수 있는 0.5㎜는 샤프펜슬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런데 왜 0.5㎜일까? 0.3㎜과 0.9㎜의 중간 값인 0.6㎜가 아닌, 0.5㎜일까? 그건 아마도 0.3㎜에 가장 가까운 세필과 0.9㎜에 가장 근접한 강도를 지원하는 한계가 0.5㎜였던 것이 아닐까 하는 게 내 추측이다.
0.5㎜ 규격을 처음제안한 사람은 이 0.3과 0.9의 중간 값인 0.6을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소비자들의 요구, `단단하지만 섬세한 필기가 가능한 두께'에 대한 깊은 고민 속에서 많은 실험을 통해 0.5㎜라는 황금비율의 두께를 제안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내가 몸담고 있는 기업에서도 이런 소비자 지향적인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많다. 기업의 이익과 소비자 만족이라는 0.9㎜와 0.3㎜의 사이에서 고민한다. 단순히 `성능이 높은' 제품을 출시한다거나 혹은 `안정적인 서비스망'을 구축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그런 목표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미 운영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좋은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판매하고 남들이 하는 것만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0.6㎜일 것이다.
제조사에서 해야 하는 것은 0.6㎜보다 `더' 얇은 `0.5㎜'의 두께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의 이윤을 조금은 포기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좀더 혜택을 돌릴 수 있는, 그래서 우리의 제품을 선택해준 소비자에게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0.5㎜의 두께를 찾기 위한 고민.
더 높은 성능 더 빼어난 디자인은 누구나 원하고 어떤 기업이든 알고 있는 소비자의 구매 포인트다. 이런 포인트에만 맞춘 제품들은 `0.6m㎜'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 지향의 기업은 `더 얇으면서도 단단한 0.1㎜ 차이'를 추구해야 한다.
그 0.1㎜는 제품을 구매하는 그 순간에는 보이지 않는다. 제품을 사용하고 나서 1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제 곧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비용은 얼마나 들까?', `내일이면 무상 AS기간이 끝나는데 앞으로 컴퓨터가 고장나면 얼마나 들까?' 이런 고민들은 수면아래에서 시간이 경과되기만을 기다리며 어느 순간 불쑥 수면위로 떠오른다.
소비자 지향의 기업은 수면아래에서 머물러있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여 소비자가 생각하기 전에 미리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0.5㎜의 마케팅'이다.
그런 고민 속에 나온 것이 바로 한국 컴퓨터의 역사로 남은 `2년 후 무상 업그레이드'를 시행한 `체인지업PC'나 `노트북 주요 5대 부품 3년 무상캐어'를 약속한 `HI Five Care'와 같은 서비스들이다.
이런 0.1㎜의 작은 차이를 통해 소비자의 혜택을 높임과 동시에 기업의 이윤을 높이는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의무이자 책임일 것이다.
물론 편하게 0.6㎜를 선택 할 수도 있다. 남들도 다 그러니까. 하지만 조금 더 고민한다면, 조금 더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0.1㎜의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릴 수 있다면, 기업과 소비자가 모두 윈윈하는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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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펜슬은 필기구 중에서도 굉장히 정밀한 기술을 요구한다. 샤프펜슬 그 자체도 그렇지만, 무르고 무른 연질의 흑연에 그 성질은 유지하면서도 1콤마 단위로 정확히 가공하는 일은 아무리 나노(n) 단위의 기술이 지배하는 첨단 21세기라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샤프펜슬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0.5㎜의 두께는, 그 가공 기술뿐만이 아니라, 0.5㎜안에 숨겨진 소비자 지향의 철학이 빛나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볼펜과 연필의 중간에서 각각의 장점을 수용한 샤프펜슬은 0.3㎜와 0.9㎜의 제품들도 있다. 하지만 이 제품들은 그리 대중적이지 못하다. 0.3㎜는 세필로서의 성능은 우수하지만 심이 잘 부러지고, 0.9㎜는 단단하기는 하지만 많은 필기를 하기에는 너무 두껍다. 그래서 0.9㎜만큼 단단한 강도를 가지면서도 0.3㎜만큼 얇은 글씨를 쓸 수 있는 0.5㎜는 샤프펜슬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런데 왜 0.5㎜일까? 0.3㎜과 0.9㎜의 중간 값인 0.6㎜가 아닌, 0.5㎜일까? 그건 아마도 0.3㎜에 가장 가까운 세필과 0.9㎜에 가장 근접한 강도를 지원하는 한계가 0.5㎜였던 것이 아닐까 하는 게 내 추측이다.
0.5㎜ 규격을 처음제안한 사람은 이 0.3과 0.9의 중간 값인 0.6을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소비자들의 요구, `단단하지만 섬세한 필기가 가능한 두께'에 대한 깊은 고민 속에서 많은 실험을 통해 0.5㎜라는 황금비율의 두께를 제안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내가 몸담고 있는 기업에서도 이런 소비자 지향적인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많다. 기업의 이익과 소비자 만족이라는 0.9㎜와 0.3㎜의 사이에서 고민한다. 단순히 `성능이 높은' 제품을 출시한다거나 혹은 `안정적인 서비스망'을 구축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그런 목표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미 운영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좋은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판매하고 남들이 하는 것만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0.6㎜일 것이다.
제조사에서 해야 하는 것은 0.6㎜보다 `더' 얇은 `0.5㎜'의 두께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의 이윤을 조금은 포기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좀더 혜택을 돌릴 수 있는, 그래서 우리의 제품을 선택해준 소비자에게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0.5㎜의 두께를 찾기 위한 고민.
더 높은 성능 더 빼어난 디자인은 누구나 원하고 어떤 기업이든 알고 있는 소비자의 구매 포인트다. 이런 포인트에만 맞춘 제품들은 `0.6m㎜'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 지향의 기업은 `더 얇으면서도 단단한 0.1㎜ 차이'를 추구해야 한다.
그 0.1㎜는 제품을 구매하는 그 순간에는 보이지 않는다. 제품을 사용하고 나서 1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제 곧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비용은 얼마나 들까?', `내일이면 무상 AS기간이 끝나는데 앞으로 컴퓨터가 고장나면 얼마나 들까?' 이런 고민들은 수면아래에서 시간이 경과되기만을 기다리며 어느 순간 불쑥 수면위로 떠오른다.
소비자 지향의 기업은 수면아래에서 머물러있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여 소비자가 생각하기 전에 미리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0.5㎜의 마케팅'이다.
그런 고민 속에 나온 것이 바로 한국 컴퓨터의 역사로 남은 `2년 후 무상 업그레이드'를 시행한 `체인지업PC'나 `노트북 주요 5대 부품 3년 무상캐어'를 약속한 `HI Five Care'와 같은 서비스들이다.
이런 0.1㎜의 작은 차이를 통해 소비자의 혜택을 높임과 동시에 기업의 이윤을 높이는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의무이자 책임일 것이다.
물론 편하게 0.6㎜를 선택 할 수도 있다. 남들도 다 그러니까. 하지만 조금 더 고민한다면, 조금 더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0.1㎜의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릴 수 있다면, 기업과 소비자가 모두 윈윈하는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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