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이슈와 전망] `SW 싱크탱크`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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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KAIST 전산학과 교수
스마트폰이 몰고 온 열풍 속에서 기업은 물론 국민들에게 확실히 각인된 것은 SW 기술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언론이 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부 전문가들만이 외롭게 외치던 SW의 중요성에 이제는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든다.

SW가 중요하다는 총론에는 동의되었으니 이제 SW정책은 구체적인 사업을 제시하는 각론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SW가 생산되고 쓰이며, 그 산업 및 기술 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무엇을 할까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국가 차원에서 어느 분야를 진흥할 것인가를 결정하기는 더욱 어렵다.

SW산업 중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여 자원을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산업환경이 어느 분야보다도 빠르게 변화하고, 또 승자독식의 성향이 강한 SW산업에서는 선두주자를 따라가서는 성공할 수가 없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서 그 시장에서 독식을 하여야 한다. 따라서 `어떻게 만드나?'보다는 `무엇을 만들까?'가 더욱 중요하다. 즉 대형 글로벌 회사들과 경쟁하여야 하는 SW시장에서 우리의 능력에 맞는 상품기획 및 연구개발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중요시되고 있다. 잘못된 기획은 기술개발자들을 노력을 헛되이 할 뿐이다.

지난 20년간 정부는 SW산업 진흥 정책을 펼쳐 왔지만 아직도 SW경쟁력이 후진국 수준이다. SW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장기적 비전과 실행 계획이 없었다. 정부 정책이 항상 그 밥에 그 나물, 또는 헛발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심지어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세금으로 집행하곤 했었다. 또 장기적인 비전이 없으니 외국에서 신상품이 출시 때마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제는 누가, 어느 영역에서 무엇을, 언제,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SW정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SW정책이나 SW상품 기획을 전공하는 전문가 그룹이 없다. 커다란 SW회사가 없으니 수요도 없었고 정부에서도 배려가 없었다. SW기술자는 경제학적, 거시적 관점이 부족하고, 산업정책전문가와 일반 기획자는 빠르게 진화하는 SW기술에 약하다. 두 분야를 다 아우르는 전문가의 양성이 시급하다.
SW관련 정책의 수요는 정부 각 부처에서 발생하지만 이를 공급할 두뇌집단은 제한되어 있으니 급하게 구성된 위원회에서 간단한 의견 수렴절차로 큰 정책이 결정되곤 한다. 대통령의 배려로 시행되는 World Best Software과제 기획도 마찬가지이다. 연구자금을 배정되니 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그 때부터 우왕좌왕하고 있다.

SW산업을 부양하기 위한 정책이나 연구개발 투자를 결정하는 정부의 위원회에 참석할 때마다 한계를 실감한다. 참석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한 두 분야의 경험과 식견을 갖고 있을 뿐이다. SW회사를 운영하고 대학에서 전산학을 연구한다고 해도 SW정책은 다른 이야기이다. 마치 자동차를 운전할 수는 있어도 자동차 산업 정책을 알 수 없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SW정책을 체계적으로 꾸준히 연구하는 전문가 집단의 육성이 필요하다. 안정적으로 연구에 몰두 할 수 있는 국책연구소를 설립하면 더욱 바람직하다. 대통령이 1조 원을 더 투자하며 SW산업에 관심을 보여도, 주무부처 장관이 SW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룬다 하더라도 바른 정책 수립과 효율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없다면 SW산업은 쉽게 육성되지 않을 것이다. SW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적절한 투자를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