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 정보미디어부 부장
세월은 기억을 파괴하며 추억을 부수는 오묘하고 신기한 마력을 지녔다. 사람들은 그래서 세월에 많은 것을 맡긴다. 저항할 수 없는 시린 상처나 잊고 싶은 기억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익숙해지고 흐릿해지기를 바라며. 하지만 버리고 싶어도 버리면 안될 게 있어, 버림과 비움에는 늘 고통과 시간이 필요했다.
2010년 새해 벽두, LG텔레콤ㆍLG데이콤ㆍLG파워콤 등 LG 통신3사가 통합LG텔레콤으로 살림을 합쳐 다시 태어났다. 새로운 회사는 통합을 위해 적당히 버릴 것을 버렸고, 비움을 통해 또 다른 것을 받아들이려하고 있다.
새 CEO인 이상철 부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비움을 통한 탈(脫) 통신'을 얘기했다. KT도 SK텔레콤도 모두 통신서비스 영역에서 벗어나 융합을 통해 더 큰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데, LG텔레콤은 어떤 방식으로 `탈 통신'의 길을 걸을까. 이 부회장은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킬 게 적으니,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로 선문답 했다.
잃을 게 많지 않은 자유로움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훨씬 빠른 행보를 보일 수 있는 에너지다. 잃을 게 많아 곶감 빼먹는 재미에 빠져 탐욕과 집착에 얽매이다 보면, 가진 것 마저 내 놓아야하는 나락에 빠질 수 있다. 채우기 위해 더 많은 버림과 비움이 필요한 이유다. 버려야 비울 수 있고, 그 빈자리에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데, 항상 버려야만 채울 수 있는 것일까. 비워 내야할 만큼 지금의 그릇은 다 채워졌는가. 아예 그릇을 키우겠다는 발상은 또 다른 형태의 탐욕이고 집착일 뿐인가.
시간의 흐름 속에 파괴되는 기억은 추억을 삼켜버릴 뿐이다. 그것은 비움의 철학과는 분명 다르다. 받아들여지는 새로운 것은 늘 버려진 기억으로부터 실마리를 찾는다. 버림과 비움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그래서 더 신중해야한다.
이상철 부회장이 비움 속에서도 버리지 말아야할 것, 그것은 이 부회장이 몸담지 않았던 LG통신 3사의 과거 기억들이다. 통합 이후 LG텔레콤의 미래는 통합 이전의 LG통신3사에서 출발한다. 최근 몇 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생존에 몸부림쳐야 했던, 후발사업자로서 누린 결코 달콤하지만 안았던 비대칭규제의 안락함. 그 질곡의 역사 속에 발버둥쳐 오늘의 LG텔레콤이 존재한다는 사실. 이 부회장의 현실 앞엔 정부의 규제가 바뀌어, 더 이상 비대칭규제의 울타리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의 변화만 있을 뿐이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고 방송통신시장, 더 나아가 `탈 통신'의 영역에서 강력한 한 축이 되기 위해 버릴 것과 남겨 둬야할 것, 덜어낼 것과 비우지 말아야할 것들을 슬기롭게 찾기를 바란다.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인간의 망각에서 비롯된 잘못된 선택 때문이다.
통합LG텔레콤은 연간 매출액 8조원대의 LG그룹내 4대 기업이 됐다. 이 안에서 LG텔레콤의 변신은 시작된다. 휴대폰, TV, 화학, SI(시스템 통합), 바이오, 에너지 등 그룹 계열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광범위한 분야에서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은 이 부회장에게 분명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KT도 SK텔레콤도 이같은 환경을 갖추진 못했다.
오기와 의지로만 이뤄지는 일은 많지 않다. 탈 통신이 "통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통신 장르를 만들겠다는 뜻"이라는 이 부회장의 말처럼, 통신의 비움에서 출발하는 비통신영역과의 융합전략이 시장에 자연스럽게 녹아 내리기를 기대한다.
2010년 새해 벽두, LG텔레콤ㆍLG데이콤ㆍLG파워콤 등 LG 통신3사가 통합LG텔레콤으로 살림을 합쳐 다시 태어났다. 새로운 회사는 통합을 위해 적당히 버릴 것을 버렸고, 비움을 통해 또 다른 것을 받아들이려하고 있다.
새 CEO인 이상철 부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비움을 통한 탈(脫) 통신'을 얘기했다. KT도 SK텔레콤도 모두 통신서비스 영역에서 벗어나 융합을 통해 더 큰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데, LG텔레콤은 어떤 방식으로 `탈 통신'의 길을 걸을까. 이 부회장은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킬 게 적으니,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로 선문답 했다.
잃을 게 많지 않은 자유로움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훨씬 빠른 행보를 보일 수 있는 에너지다. 잃을 게 많아 곶감 빼먹는 재미에 빠져 탐욕과 집착에 얽매이다 보면, 가진 것 마저 내 놓아야하는 나락에 빠질 수 있다. 채우기 위해 더 많은 버림과 비움이 필요한 이유다. 버려야 비울 수 있고, 그 빈자리에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데, 항상 버려야만 채울 수 있는 것일까. 비워 내야할 만큼 지금의 그릇은 다 채워졌는가. 아예 그릇을 키우겠다는 발상은 또 다른 형태의 탐욕이고 집착일 뿐인가.
시간의 흐름 속에 파괴되는 기억은 추억을 삼켜버릴 뿐이다. 그것은 비움의 철학과는 분명 다르다. 받아들여지는 새로운 것은 늘 버려진 기억으로부터 실마리를 찾는다. 버림과 비움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그래서 더 신중해야한다.
이상철 부회장이 비움 속에서도 버리지 말아야할 것, 그것은 이 부회장이 몸담지 않았던 LG통신 3사의 과거 기억들이다. 통합 이후 LG텔레콤의 미래는 통합 이전의 LG통신3사에서 출발한다. 최근 몇 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생존에 몸부림쳐야 했던, 후발사업자로서 누린 결코 달콤하지만 안았던 비대칭규제의 안락함. 그 질곡의 역사 속에 발버둥쳐 오늘의 LG텔레콤이 존재한다는 사실. 이 부회장의 현실 앞엔 정부의 규제가 바뀌어, 더 이상 비대칭규제의 울타리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의 변화만 있을 뿐이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고 방송통신시장, 더 나아가 `탈 통신'의 영역에서 강력한 한 축이 되기 위해 버릴 것과 남겨 둬야할 것, 덜어낼 것과 비우지 말아야할 것들을 슬기롭게 찾기를 바란다.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인간의 망각에서 비롯된 잘못된 선택 때문이다.
통합LG텔레콤은 연간 매출액 8조원대의 LG그룹내 4대 기업이 됐다. 이 안에서 LG텔레콤의 변신은 시작된다. 휴대폰, TV, 화학, SI(시스템 통합), 바이오, 에너지 등 그룹 계열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광범위한 분야에서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은 이 부회장에게 분명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KT도 SK텔레콤도 이같은 환경을 갖추진 못했다.
오기와 의지로만 이뤄지는 일은 많지 않다. 탈 통신이 "통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통신 장르를 만들겠다는 뜻"이라는 이 부회장의 말처럼, 통신의 비움에서 출발하는 비통신영역과의 융합전략이 시장에 자연스럽게 녹아 내리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