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준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코리아 대표
경영 분야에서 `생각은 글로벌하게 하되 행동은 가까운 곳부터 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은 스코틀랜드의 패트릭 게디스로 그는 경영학 전문가가 아닌 도시계획가였다는 점이 이채롭다. 게디스가 주장하던 이 이론의 핵심은 공간 구성을 통하여 사회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물리적인 배치를 통하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실제로 그는 에딘버러의 올드타운이란 낙후된 곳에 기숙사건물을 건설하여 그 지역의 재도약을 이루었다고 한다.
공간 구성을 통해 엄청난 효과를 얻은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실리콘밸리이다. 필자가 3년전 벤처펀드 조성을 위하여 출장 갔을 때 느낀 것은 나즈막한 건물들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을 뿐 그다지 첨단스럽지도, 창의성을 불러일으키는 그 무엇도 없다는 것이었다. 독특하기로 유명한 구글 본사는 직원들에게 무제한으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리셉션 직원이 황소만한 개를 사무실 안에 두고 키우지만, 그것이 구글의 핵심 성공요소는 아닐 것이다. 이토록 평범해 보이는 곳에서 `생각은 글로벌하게(Think Globally)'하며 세계 기술 분야를 뒤흔드는 첨단 기업들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을까?
나름대로 얻은 답은 결국 그들이 철저하게 `행동은 가까운 곳으로부터(Act Locally)' 한다는 것이었다. 이곳의 에코시스템은 스탠포드 대학교, 벤처캐피탈(VC), 벤처 기업, 그리고 대기업들로 구성된다. 이 네 가지 축의 물리적인 위치를 보면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이 보인다. 스탠포드 대학을 중심으로 학교 바로 위의 샌드 힐 로드에는 유수의 VC, 그리고 학교 바로 앞을 지르는 엘카미노레알이라는 길을 따라서 다양한 벤처기업 및 구글, 애플, 인텔, 시스코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집중되어 있다. 특히 이 대기업들은 직접 신기술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상당부분은 학교나 벤처 기업들에 의해 개발되고 벤처캐피탈 업체들이 투자 및 육성한 회사를 인수하여 사업을 키운다. 창업부터 투자회수까지의 자연스런 생태계가 실리콘밸리라는 한 지역 내에 완벽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한 유명한 VC는 만약 차로 30분 이내에 회사 경영진을 만날 수 없는 회사에는 투자를 안 한다고 한다. 이같은 벤처 생태계는 가까운 거리로 인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으며, 이를 통해 눈부신 속도의 발전을 거듭하며 지난 30년에 걸쳐 반도체, 통신, 인터넷, 그리고 지금은 녹색 신기술 산업까지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접근성이 좋다는 것은 친밀한 인적 커뮤니티를 의미한다. 실리콘 밸리의 구성원들은 그 인적 네트워크 내에서 아이디어, 창업, 투자 유치, 사업 개발, 그리고 결국 회사 매각을 모두 해결한다. 이같은 과정을 통하여 신뢰가 생기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또 다른 벤처 기업을 창업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셈이다. 세계 최고의 벤처캐피탈인 KPCB의 모토가 `Relationship & Venture Capital'이라는 것만 봐도 인적 네트워크가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지역이 몇몇 곳에 분산되어 있다. KAIST가 있는 대덕, VC와 벤처기업이 있는 테헤란로, 중소기업이 많은 구로 등이 있다. 그러나 대덕에는 VC가 별로 없고, 테헤란로에는 학교가 없으며, 구로에는 학교도 없고 VC도 거의 없다. 물론 서울에는 많은 학교와 행정부처, 기업, VC들이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거리가 아닌 물리적 및 심리적 접근성은 실리콘밸리 대비 격차가 크다. 또한 결정적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 중 벤처기업을 활발하게 인수하여 사업을 키우는 대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패트릭 게디스가 생존해 있다면 우리에게 과연 어떤 조언을 할까?
기술개발의 가장 기본이 되는 벤처 산업 육성의 밑그림을 2010년을 맞이하는 지금 시점에서 실리콘밸리의 예와 패트릭 게디스의 `Think Globally, Act Locally'란 말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그려보았으면 한다.
공간 구성을 통해 엄청난 효과를 얻은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실리콘밸리이다. 필자가 3년전 벤처펀드 조성을 위하여 출장 갔을 때 느낀 것은 나즈막한 건물들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을 뿐 그다지 첨단스럽지도, 창의성을 불러일으키는 그 무엇도 없다는 것이었다. 독특하기로 유명한 구글 본사는 직원들에게 무제한으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리셉션 직원이 황소만한 개를 사무실 안에 두고 키우지만, 그것이 구글의 핵심 성공요소는 아닐 것이다. 이토록 평범해 보이는 곳에서 `생각은 글로벌하게(Think Globally)'하며 세계 기술 분야를 뒤흔드는 첨단 기업들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을까?
나름대로 얻은 답은 결국 그들이 철저하게 `행동은 가까운 곳으로부터(Act Locally)' 한다는 것이었다. 이곳의 에코시스템은 스탠포드 대학교, 벤처캐피탈(VC), 벤처 기업, 그리고 대기업들로 구성된다. 이 네 가지 축의 물리적인 위치를 보면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이 보인다. 스탠포드 대학을 중심으로 학교 바로 위의 샌드 힐 로드에는 유수의 VC, 그리고 학교 바로 앞을 지르는 엘카미노레알이라는 길을 따라서 다양한 벤처기업 및 구글, 애플, 인텔, 시스코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집중되어 있다. 특히 이 대기업들은 직접 신기술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상당부분은 학교나 벤처 기업들에 의해 개발되고 벤처캐피탈 업체들이 투자 및 육성한 회사를 인수하여 사업을 키운다. 창업부터 투자회수까지의 자연스런 생태계가 실리콘밸리라는 한 지역 내에 완벽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한 유명한 VC는 만약 차로 30분 이내에 회사 경영진을 만날 수 없는 회사에는 투자를 안 한다고 한다. 이같은 벤처 생태계는 가까운 거리로 인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으며, 이를 통해 눈부신 속도의 발전을 거듭하며 지난 30년에 걸쳐 반도체, 통신, 인터넷, 그리고 지금은 녹색 신기술 산업까지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접근성이 좋다는 것은 친밀한 인적 커뮤니티를 의미한다. 실리콘 밸리의 구성원들은 그 인적 네트워크 내에서 아이디어, 창업, 투자 유치, 사업 개발, 그리고 결국 회사 매각을 모두 해결한다. 이같은 과정을 통하여 신뢰가 생기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또 다른 벤처 기업을 창업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셈이다. 세계 최고의 벤처캐피탈인 KPCB의 모토가 `Relationship & Venture Capital'이라는 것만 봐도 인적 네트워크가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지역이 몇몇 곳에 분산되어 있다. KAIST가 있는 대덕, VC와 벤처기업이 있는 테헤란로, 중소기업이 많은 구로 등이 있다. 그러나 대덕에는 VC가 별로 없고, 테헤란로에는 학교가 없으며, 구로에는 학교도 없고 VC도 거의 없다. 물론 서울에는 많은 학교와 행정부처, 기업, VC들이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거리가 아닌 물리적 및 심리적 접근성은 실리콘밸리 대비 격차가 크다. 또한 결정적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 중 벤처기업을 활발하게 인수하여 사업을 키우는 대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패트릭 게디스가 생존해 있다면 우리에게 과연 어떤 조언을 할까?
기술개발의 가장 기본이 되는 벤처 산업 육성의 밑그림을 2010년을 맞이하는 지금 시점에서 실리콘밸리의 예와 패트릭 게디스의 `Think Globally, Act Locally'란 말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그려보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