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전시장… "정말 게임은 괜찮습니까?"
국제경제 한파에 움츠러든 시장… 신작발표도 없어
앱스토어 중심 게임출시… 일본의 변화 곱씹어볼만
국제경제 한파에 움츠러든 시장… 신작발표도 없어
앱스토어 중심 게임출시… 일본의 변화 곱씹어볼만
필자에게 동경 게임쇼는 첫 해외 여행이자 일본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만큼 단순한 게임쇼를 넘어 대단히 각별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번 동경 게임쇼는 이제까지 한 번도 들지 않았던 `과연 이 쇼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규모가 줄었음은 물론 새로운 발표도 거의 없었다. 또 이제는 일본에서 어느 정도 주류의 자리로 올라가 있는 온라인 게임업체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올해 동경 게임쇼의 캐치프레이즈인 `게임은 괜찮습니다(ゲ?ムは、元?です)'라는 말이 무색해 보였다.
단지 새로운 소식이 적다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전시회장의 분위기 자체도 상당히 침체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소규모 부스들이 있던 게임쇼 장 바깥쪽은 아예 부스가 거의 없는 등 그야말로 근년간의 동경 게임쇼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볼 거라고는 한국 게임 `메탈레이지'의 전차 구조물과, 1:1 건담의 머리 정도" 라는 비아냥이 농담으로만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국제적인 경제 한파가 일본 게임계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비디오 게임 이라는 문화 자체가 이제 일본에서는 약간 주류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단 비디오 게임은 현재의 일본 젊은이들에게 너무 비싼 문화이다. `플레이스테이션 3'(이하 PS3)을 기준으로 할 때, 기기 하나에 소프트웨어와 HD 케이블 정도만 구입해도 당장 4만엔 가량이 소모된다. 게다가 타이틀 하나를 구입할 때마다 추가로 수천엔의 비용이 든다. 예전의 소비자들이라면 마땅한 대체제가 없었던 만큼, 게임을 위해서라면 게임기를 구입하는 투자를 해야만 했지만, 요즈음은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도 흔한 시대가 됐다. 여기에 과거와는 달리 용돈의 상당 부분을 휴대폰의 유지에 사용해야 한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하겠다. 또 불황과 청년 실업까지 겹치게 되니(일본 역시 한국처럼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젊은이들의 구매력은 더욱 줄어들게 되었고, 그만큼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비디오게임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가 낮아지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내수 중심으로 커 왔던 대부분의 일본 게임 제작사들은 과거에 비해서 그 규모가 적어진 시장을 대상으로 게임을 만들게 되었는데, 이에 따른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먼저 일본 게임회사의 구조에 대해 조금 설명하면, 이들은 전통적으로 `도제' 스타일의 제작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즉, 팀간의 노하우나 소스 공유가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어, 같은 회사에서라도 개발팀간 게임의 수준에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한 팀이 개발한 기술을 다른 팀이 또 다시 개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리소스의 낭비 뿐 아니라 동일 브랜드(제작사)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일본 게임회사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캡콤이나 코에이 정도가 이러한 관행을 벗어나고 있는 회사이며, 이들의 타이틀들이 요즈음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는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여기에 게이머들의 구매력은 줄어든 데 반해, 게임기의 스펙이 발전하면서 개발 비용은 더욱 늘어났다는 점 역시 문제이다. 개발툴이나 리소스 역시도 어느 정도 발전하게 되지만, 이전에 비해서 표현해야 할 부분들이 더 많고 정교해지면서, PS2 시절과 비교할 때 최소 몇 배는 늘어났다는 것이 일본 개발자들의 이야기이다.
즉, 현재 일본 게임계의 문제는 시장 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앞으로 일본 게임계는 상당 부분 변화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과거 일본이 주도하던 고품질 게임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 쪽으로 넘어가고, 일본은 상대적으로 작고 가벼운 게임(휴대폰이나 아이폰, 혹은 닌텐도DS) 쪽으로 발전 방향을 맞추리라 본다. 이미 일본 개발사들의 상당수는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많은 게임들을 내놓고 있으며, 특히 예전의 히트작이 많은 회사들일수록 이러한 움직임은 두드러지고 있다(올 초 일본 게임 관련 대기업과의 미팅 때, 그들이 내놓았던 고전 게임들의 상당수가 앱스토어를 겨냥해 다시 나올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일도 있다).
물론 세상사에는 부침이 있기 마련이고, 그대로 쇠퇴만 하기에는 이제까지 만들어져왔던 일본의 게임 시장이 너무 거대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 어쩌면 상당 기간 일본의 게임 시장은 이제까지보다 더 쇠퇴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구조적인 문제를 넘어, 이미 게임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가지고 있는 입지가 예전과는 달라졌음을 많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 게임업계에는 이러한 일본 게임 시장의 변화가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타산지석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무소불위의 위치를 가지고 있던 일본 게임 시장이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은, 한국 게임업계 역시 언제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단지 새로운 소식이 적다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전시회장의 분위기 자체도 상당히 침체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소규모 부스들이 있던 게임쇼 장 바깥쪽은 아예 부스가 거의 없는 등 그야말로 근년간의 동경 게임쇼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볼 거라고는 한국 게임 `메탈레이지'의 전차 구조물과, 1:1 건담의 머리 정도" 라는 비아냥이 농담으로만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국제적인 경제 한파가 일본 게임계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비디오 게임 이라는 문화 자체가 이제 일본에서는 약간 주류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단 비디오 게임은 현재의 일본 젊은이들에게 너무 비싼 문화이다. `플레이스테이션 3'(이하 PS3)을 기준으로 할 때, 기기 하나에 소프트웨어와 HD 케이블 정도만 구입해도 당장 4만엔 가량이 소모된다. 게다가 타이틀 하나를 구입할 때마다 추가로 수천엔의 비용이 든다. 예전의 소비자들이라면 마땅한 대체제가 없었던 만큼, 게임을 위해서라면 게임기를 구입하는 투자를 해야만 했지만, 요즈음은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도 흔한 시대가 됐다. 여기에 과거와는 달리 용돈의 상당 부분을 휴대폰의 유지에 사용해야 한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하겠다. 또 불황과 청년 실업까지 겹치게 되니(일본 역시 한국처럼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젊은이들의 구매력은 더욱 줄어들게 되었고, 그만큼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비디오게임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가 낮아지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내수 중심으로 커 왔던 대부분의 일본 게임 제작사들은 과거에 비해서 그 규모가 적어진 시장을 대상으로 게임을 만들게 되었는데, 이에 따른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먼저 일본 게임회사의 구조에 대해 조금 설명하면, 이들은 전통적으로 `도제' 스타일의 제작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즉, 팀간의 노하우나 소스 공유가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어, 같은 회사에서라도 개발팀간 게임의 수준에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한 팀이 개발한 기술을 다른 팀이 또 다시 개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리소스의 낭비 뿐 아니라 동일 브랜드(제작사)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일본 게임회사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캡콤이나 코에이 정도가 이러한 관행을 벗어나고 있는 회사이며, 이들의 타이틀들이 요즈음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는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여기에 게이머들의 구매력은 줄어든 데 반해, 게임기의 스펙이 발전하면서 개발 비용은 더욱 늘어났다는 점 역시 문제이다. 개발툴이나 리소스 역시도 어느 정도 발전하게 되지만, 이전에 비해서 표현해야 할 부분들이 더 많고 정교해지면서, PS2 시절과 비교할 때 최소 몇 배는 늘어났다는 것이 일본 개발자들의 이야기이다.
즉, 현재 일본 게임계의 문제는 시장 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앞으로 일본 게임계는 상당 부분 변화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과거 일본이 주도하던 고품질 게임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 쪽으로 넘어가고, 일본은 상대적으로 작고 가벼운 게임(휴대폰이나 아이폰, 혹은 닌텐도DS) 쪽으로 발전 방향을 맞추리라 본다. 이미 일본 개발사들의 상당수는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많은 게임들을 내놓고 있으며, 특히 예전의 히트작이 많은 회사들일수록 이러한 움직임은 두드러지고 있다(올 초 일본 게임 관련 대기업과의 미팅 때, 그들이 내놓았던 고전 게임들의 상당수가 앱스토어를 겨냥해 다시 나올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일도 있다).
물론 세상사에는 부침이 있기 마련이고, 그대로 쇠퇴만 하기에는 이제까지 만들어져왔던 일본의 게임 시장이 너무 거대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 어쩌면 상당 기간 일본의 게임 시장은 이제까지보다 더 쇠퇴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구조적인 문제를 넘어, 이미 게임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가지고 있는 입지가 예전과는 달라졌음을 많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 게임업계에는 이러한 일본 게임 시장의 변화가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타산지석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무소불위의 위치를 가지고 있던 일본 게임 시장이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은, 한국 게임업계 역시 언제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