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몇 만원, 가족 모두를 합치면 십만원이 훌쩍 넘는 통신비를 내야하는 소비자입장에서 통신요금은 쌀수록 좋다. 그래서 요금인하 논란이 일 때마다 소비자들의 기대수준도 높아지고, 요금인하를 주장하는 측의 목소리도 커진다.
오죽했으면 통신비 인하가 대선 공약으로까지 등장했겠는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통신비 20% 절감 대선공약을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 최고수준의 통신품질을 유지하면서 통신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사업자들은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선다. 이번엔 어떤 형태로 인하압박을 방어할 것인가. 인하한다면 어떤 형태로 하고, 하더라도 매출과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최소화할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사실 이동통신요금은 그간 정부규제와 시장경쟁을 통해 지속적으로 인하돼 왔다. 1998년 PCS사업자가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만에도 SK텔레콤(당시 한국이동통신)의 10초당 요금은 28원, 지금은 18원 정도다. 기본요금도 1996년 2만2000원이던 것이 지금은 1만2000원까지 내려왔다. 동일 서비스이용자간 할인이나, 가족끼리 묶음 요금, 결합상품 혜택을 따지면 인하폭은 더 크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디지털 2세대에서 3세대 네트워크로 진화하면서 수조원의 투자를 지속해 왔던 것을 감안하면 요금인하를 위해 사업자만 다그칠 일도 아니다.
통신요금에 대한 강제적 인하 논리는 통신서비스에 대한 `평가절하`도 한 몫 한다. 대표적인 게 내수, 자국민들의 지갑만 기대하는 산업이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사업자가 수익을 낸 만큼 국민들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가 나온다.
최근 이통업계의 과도한 마케팅비용을 지적하며, 단말기 보조금을 요금인하 혜택으로 돌려주자는 의견도 있다. 보조금 때문에 요금인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일종의 착각이며, 보조금이 우리 산업에 기여한 점에 대한 간과다. 보조금은 시장포화 국면인 지금에선 재검토가 필요하지만, 미성숙했던 초기시장에선 사업자간 경쟁을 가속화시켜 산업 활성화를 이룬 일등공신이다. 이 과정에서 단말제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됐고, 오늘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휴대폰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동통신서비스 산업은 바로 이런 구조다. 지극히 내수산업으로 보이지만, 그들이 있어 글로벌 기업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은 지속적으로 발굴된다. 새로운 서비스도입, 수조원대의 네트워크투자, 가입자 확대, 장비 및 단말산업 활성화, 제조업체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효자수출산업 승화. 이것이 이통서비스가 만들어 내는 이른바 산업의 선순환고리다.
요금은 자연스러운 사업자 경쟁, 시장논리 속에 인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업자가 감당할 수 없는 강제적 요금인하는 결국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를 위축시키고, 자칫 서비스의 질을 낙후시킬 수 있다. 서비스업체의 지속가능성이 낮아지면,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문제는 사업자들의 의지다. 자율적으로 요금을 인하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시장에 확인시켜주는 것은 정부규제, 개입을 최소화하는 출발점이다. 지금도 소비자들은 비판한다. 사업자들이 언제 알아서 요금 내려본 적 있느냐고. 사업자들은 방어보다는 스스로에게 물어야할 시점이다. 강제적 압박이 없어도 과연 자율적으로 요금 인하할 의지가 있는가에 대해.
방통위의 책임은 그래서 더 무겁다. 산업의 특수성을 이해한 상황에서, 투자유도와 소비자혜택 사이의 고민은 풀기 어려운 숙제다. 하지만 그 과제가 있어 방통위는 존재한다.
yklim@dt.co.kr
오죽했으면 통신비 인하가 대선 공약으로까지 등장했겠는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통신비 20% 절감 대선공약을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 최고수준의 통신품질을 유지하면서 통신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사업자들은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선다. 이번엔 어떤 형태로 인하압박을 방어할 것인가. 인하한다면 어떤 형태로 하고, 하더라도 매출과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최소화할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사실 이동통신요금은 그간 정부규제와 시장경쟁을 통해 지속적으로 인하돼 왔다. 1998년 PCS사업자가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만에도 SK텔레콤(당시 한국이동통신)의 10초당 요금은 28원, 지금은 18원 정도다. 기본요금도 1996년 2만2000원이던 것이 지금은 1만2000원까지 내려왔다. 동일 서비스이용자간 할인이나, 가족끼리 묶음 요금, 결합상품 혜택을 따지면 인하폭은 더 크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디지털 2세대에서 3세대 네트워크로 진화하면서 수조원의 투자를 지속해 왔던 것을 감안하면 요금인하를 위해 사업자만 다그칠 일도 아니다.
통신요금에 대한 강제적 인하 논리는 통신서비스에 대한 `평가절하`도 한 몫 한다. 대표적인 게 내수, 자국민들의 지갑만 기대하는 산업이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사업자가 수익을 낸 만큼 국민들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가 나온다.
최근 이통업계의 과도한 마케팅비용을 지적하며, 단말기 보조금을 요금인하 혜택으로 돌려주자는 의견도 있다. 보조금 때문에 요금인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일종의 착각이며, 보조금이 우리 산업에 기여한 점에 대한 간과다. 보조금은 시장포화 국면인 지금에선 재검토가 필요하지만, 미성숙했던 초기시장에선 사업자간 경쟁을 가속화시켜 산업 활성화를 이룬 일등공신이다. 이 과정에서 단말제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됐고, 오늘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휴대폰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동통신서비스 산업은 바로 이런 구조다. 지극히 내수산업으로 보이지만, 그들이 있어 글로벌 기업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은 지속적으로 발굴된다. 새로운 서비스도입, 수조원대의 네트워크투자, 가입자 확대, 장비 및 단말산업 활성화, 제조업체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효자수출산업 승화. 이것이 이통서비스가 만들어 내는 이른바 산업의 선순환고리다.
요금은 자연스러운 사업자 경쟁, 시장논리 속에 인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업자가 감당할 수 없는 강제적 요금인하는 결국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를 위축시키고, 자칫 서비스의 질을 낙후시킬 수 있다. 서비스업체의 지속가능성이 낮아지면,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문제는 사업자들의 의지다. 자율적으로 요금을 인하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시장에 확인시켜주는 것은 정부규제, 개입을 최소화하는 출발점이다. 지금도 소비자들은 비판한다. 사업자들이 언제 알아서 요금 내려본 적 있느냐고. 사업자들은 방어보다는 스스로에게 물어야할 시점이다. 강제적 압박이 없어도 과연 자율적으로 요금 인하할 의지가 있는가에 대해.
방통위의 책임은 그래서 더 무겁다. 산업의 특수성을 이해한 상황에서, 투자유도와 소비자혜택 사이의 고민은 풀기 어려운 숙제다. 하지만 그 과제가 있어 방통위는 존재한다.
yklim@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