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메커니즘/오노 요시야스 지음/지형 펴냄/232쪽/1만3800원
세상의 바퀴는 한 지점에 영원히 멈춰있을 것 같은 순간에 다시 굴러간다. 한 국가를 운영하는 경제 패러다임도 이 순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신자유주의가 시대의 정신으로 등극했을 때 큰 정부를 강조하는 케인스주의가 다시 고개들 것을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케인스주의는 1930년 대공황시기에 깜짝 등장해 1970년대에 막을 내린 경제 패러다임이었다. 자본주의가 주가 폭락, 대량 실업, 빈부 격차 등 수많은 난제로 중대한 위기를 맞았을 때 케인스는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강조하며 자본주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장주의와 자유방임을 옹호하던 닉슨 대통령마저 "이제 우리 모두는 케인스주의자다"라고 선언할 만큼 그 반향은 대단했다.
하지만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케인스주의는 오히려 당시 경제문제의 주범으로 몰린다. 정부의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비효율적인 관료주의가 큰 정부를 강조하는 케인스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후 세계 경제는 점차 케인스주의를 버리고 규제완화, 민영화, 감세, 작은 정부 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를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벌어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서적 속으로 숨어들었던 케인스주의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대공황시기에 태어난 케인스주의는 불황의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황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케인스주의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요부족에 기인한 불황이다. 소비심리가 위축돼 사람들이 지갑을 닫아버리면 경기침체를 극복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공급자들의 생산성 저하나 정부의 시장 조정능력 상실은 사실상 큰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제품 가격과 근로자의 임금을 조정함으로써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수요가 늘지 않으면 모든 노력은 오히려 해악이 된다.
케인스는 위축된 소비 심리를 지닌 사람들이 저축에 몰두하게 되면 불행의 씨앗이 잉태된다고 지적한다. 구매력이 재화나 서비스가 아닌 금고로 향하게 되면 실업이 늘고 불황의 늪은 깊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성적인 불황기의 정부는 금융정책보다 재정지출에 더 집중해야 한다. 사람들이 저축에 몰두하는 시기에는 통화정책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화폐를 조작하는 것으로는 그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뒤바꾸기가 어렵다. 정부가 앞장서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고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소비심리를 살아나게 하는 근원책인 것이다. 이 방법이 실패하면 일단 저축에 경도된 가계의 구매력을 실물경제로 이끌어낼 수가 없다.
책은 케인스 이론을 친절하게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이전에 등장했던 경제이론들의 오류까지 수정한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불황을 경험한 일본 경제학자로서 케인스 경제학의 오류를 자신의 독자적인 이론으로 보완하는 지은이의 시도도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불황 극복을 위해 애썼던 미국과 일본의 구체적인 사례도 우리나라의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세상의 바퀴는 한 지점에 영원히 멈춰있을 것 같은 순간에 다시 굴러간다. 한 국가를 운영하는 경제 패러다임도 이 순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신자유주의가 시대의 정신으로 등극했을 때 큰 정부를 강조하는 케인스주의가 다시 고개들 것을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케인스주의는 1930년 대공황시기에 깜짝 등장해 1970년대에 막을 내린 경제 패러다임이었다. 자본주의가 주가 폭락, 대량 실업, 빈부 격차 등 수많은 난제로 중대한 위기를 맞았을 때 케인스는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강조하며 자본주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장주의와 자유방임을 옹호하던 닉슨 대통령마저 "이제 우리 모두는 케인스주의자다"라고 선언할 만큼 그 반향은 대단했다.
하지만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케인스주의는 오히려 당시 경제문제의 주범으로 몰린다. 정부의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비효율적인 관료주의가 큰 정부를 강조하는 케인스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후 세계 경제는 점차 케인스주의를 버리고 규제완화, 민영화, 감세, 작은 정부 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를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벌어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서적 속으로 숨어들었던 케인스주의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대공황시기에 태어난 케인스주의는 불황의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황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케인스주의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요부족에 기인한 불황이다. 소비심리가 위축돼 사람들이 지갑을 닫아버리면 경기침체를 극복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공급자들의 생산성 저하나 정부의 시장 조정능력 상실은 사실상 큰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제품 가격과 근로자의 임금을 조정함으로써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수요가 늘지 않으면 모든 노력은 오히려 해악이 된다.
케인스는 위축된 소비 심리를 지닌 사람들이 저축에 몰두하게 되면 불행의 씨앗이 잉태된다고 지적한다. 구매력이 재화나 서비스가 아닌 금고로 향하게 되면 실업이 늘고 불황의 늪은 깊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성적인 불황기의 정부는 금융정책보다 재정지출에 더 집중해야 한다. 사람들이 저축에 몰두하는 시기에는 통화정책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화폐를 조작하는 것으로는 그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뒤바꾸기가 어렵다. 정부가 앞장서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고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소비심리를 살아나게 하는 근원책인 것이다. 이 방법이 실패하면 일단 저축에 경도된 가계의 구매력을 실물경제로 이끌어낼 수가 없다.
책은 케인스 이론을 친절하게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이전에 등장했던 경제이론들의 오류까지 수정한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불황을 경험한 일본 경제학자로서 케인스 경제학의 오류를 자신의 독자적인 이론으로 보완하는 지은이의 시도도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불황 극복을 위해 애썼던 미국과 일본의 구체적인 사례도 우리나라의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