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이통사 영향력 크고 시장은 포화
MVNO 등 시장진입 사실상 막힌셈
"실효성 있는 사후규제라도 만들어야"
■ 방통위, '대가규제' 시장 자율협의로 가닥
방송통신위원회가 `대가규제'(도매요금규제)를 시장에 맡기는 형태로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도입을 포함한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재판매법안)의 윤곽을 확정하면서, 재판매를 통한 서비스와 요금경쟁은 요원하게됐다.
통신재판매는 주파수 회수재배치, 결합상품 등과 함께 우리 통신시장의 경쟁을 활성화시킬 기폭제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방통위의 결정으로 재판매는 시기적으로 그 시행의 때를 놓친 데 이어, 대가규제란 알맹이마저 빠지면서 사실상 실효성 없는 이름뿐인 정책으로 전락할 공산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노무현 정부 시절 그 기초를 닦은 `설비기반 경쟁→서비스기반 경쟁으로의 전환을 통한 이용자 편익 증대'란 정책이 다시 설비기반 경쟁으로 바뀌는 신호탄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철저한 사후규제를 통해서라도 재판매법안의 취지를 최대한 살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기와 방향 모두 놓친 재판매 법안〓MVNO 등을 포함한 재판매는 주파수와 망(네트워크)이 없는 사업자도 기존 망 사업자에게 망과 서비스를 도매로 구입해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한 재판매에서부터 독자적인 서비스와 요금체제를 지닌 이른바 풀(FULL) MVNO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누가 재판매 의무제공사업자가 될지, 또 어떤 서비스가 의무제공 서비스인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후 시행령에서 별도로 규정한다. 현재로서는 SK텔레콤의 2세대(G) 서비스를 제외하고 3G나 와이브로 등이 포함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기존 이동통신 4사(KT 재판매포함)이외에 새로운 사업자가 시장에 등장, 경쟁을 유발시킬 수 있으며 이는 요금인하 등 소비자 이용후생 증대로 이어질 것이란 것이 당초 재판매제도 도입의 근거였다.
이 제도도입과 관련해서는 대가규제(도매요금규제)가 최대 쟁점이었다. 대가규제는 망 보유업체가 재판매사업자에게 망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받는 도매요금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재판매법안은 이런 대가규제 부분이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과도한 규제란 지적을 받으면서 지난 17대 국회에서 법안 자체가 폐기되는 운명을 맡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재판매법안은 결국 쟁점이었던 대가규제를 시장 자율에 맡기는 형태로 정리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처리됐어야 할 재판매법안이 이제야 처리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늦은 한국의 재판매제도는 그 시행이 더욱 늦어지게 됐다"며 "이번에는 아예 알맹이(대가규제)마저 빠지면서 제도 도입의 취지가 달성될지 여부도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대가규제 왜 포기〓대가규제와 관련해 방통위는 △대가규제를 하는 방안(A안) △대가규제를 하지 않는 방안(B안) △대가규제를 한시적으로 하는 방안(C안)을 놓고 저울질해왔다. 결국 과도한 규제란 부담스러운 외부의 시각으로 인해 B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통위가 택한 B안은 자율적 재판매를 유도할 수는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같이 기존 사업자의 영향력이 막강하고 포화된 시장에서는 다양한 재판매 사업자의 시장 진출을 어렵게 하는 단점이 있다.
방통위가 당초 대가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던 것은 재판매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장함으로써 시장 진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가 가장 컸다. 망을 지닌 지배적사업자 입장에서는 망에 투자하지 않는 재판매 사업자는 불편한 존재이기 때문에 망 사용대가를 높게 책정할 공산이 높고, 이는 사실상 재판매 시장의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대가규제를 정부가 포기함으로써 사실상 다양한 재판매 사업자들의 시장진입이 막혔다는 관측이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자사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도매로 떼다 팔겠다는 재판매사업자를 환영하겠냐"며 "더구나 정부가 대가규제마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SK텔레콤 같은 사업자가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재판매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방통위 스스로도 이런 지적에 공감한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재판매의 핵심은 재판매사업자가 어느 정도의 비용을 들여 서비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느냐"라며 "대가규제를 정부 대신 시장 자율에 맡긴 다는 것은 바로 현재와 같이 기존 사업자들의 기득권이 강한 우리의 통신 시장에서는 사실상 시장 진입이 어려움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른 방통위 관계자는 "지금도 재판매는 사업자의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가규제가 빠지면 재판매가 시행되더라도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게 없어진다"고 말했다.
◇재판매 통한 경쟁활성화는 포기〓업계에서는 이번 재판매 법안이 결국은 돈을 쓰는(투자) 신규사업자만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재판매는 망과 서비스만 빌려쓰기 때문에 투자 촉진효과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대신 주파수를 확보하고, 네트워크에 투자하는 사업자는 MB정부의 투자와 일자리창출 정책과도 부합한다. 이는 최근에 와이브로 신규 사업자와 주파수 회수 재배치가 모두 설비투자를 전제로 하는 것이란 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는 정부가 사실상 서비스 경쟁에서 다시 설비기반 경쟁으로 정책의 틀을 옮긴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비기반 경쟁으로 전환되더라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란 정책 목표가 달성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와이브로 신규사업자 선정과 관련해서 방통위는 추가 주파수 할당과 음성지원이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업계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KT그룹, SK텔레콤, LG그룹 통신 3사 등 기존 플레이어들이 3분하고 있는 포화된 통신시장에 뛰어들 자신과 능력이 있는 사업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후규제라도 철처히 해야〓업계는 재판매 제도가 당초 취지에 조금이라도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오려면 방통위가 의지를 지니고 사후규제에 나서야한다고 지적한다.
방통위가 언급한 사후규제의 근간은 재정신청을 통한 중재다. 방통위는 망 보유업체와 재판매희망업체가 90일 이내에 대가 등의 협상을 완료하도록 했다. 협상이 어려울 경우 재판매 희망업체는 방통위에 재정신청을 하도록 했다. 방통위는 도매제공시 차별, 거부, 협정 불이행 등의 사실이 있는 지 판단하게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사실상 재판매 사업자의 경쟁적인 시장 진입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재정신청의 경우는 법적 구속력도 없고, 그나마 진행 시간도 너무 길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제기관 재정신청은 통상 이해당사자간의 반복되는 소명으로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해를 넘기는 경우도 있다"며 "더구나 재정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는 구속력이 없어 분쟁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사후규제는 형식적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실효성 있는 사후규제를 위해 대가규제는 아니더라도 기존의 상호접속요율과 설비제공대가 기준 등을 통해 재판매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동시에, 재판매 사업자도 경쟁의 한 축인 만큼 이를 육성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사후규제에 적극 반영돼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MVNO 등 시장진입 사실상 막힌셈
"실효성 있는 사후규제라도 만들어야"
■ 방통위, '대가규제' 시장 자율협의로 가닥
방송통신위원회가 `대가규제'(도매요금규제)를 시장에 맡기는 형태로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도입을 포함한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재판매법안)의 윤곽을 확정하면서, 재판매를 통한 서비스와 요금경쟁은 요원하게됐다.
통신재판매는 주파수 회수재배치, 결합상품 등과 함께 우리 통신시장의 경쟁을 활성화시킬 기폭제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방통위의 결정으로 재판매는 시기적으로 그 시행의 때를 놓친 데 이어, 대가규제란 알맹이마저 빠지면서 사실상 실효성 없는 이름뿐인 정책으로 전락할 공산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노무현 정부 시절 그 기초를 닦은 `설비기반 경쟁→서비스기반 경쟁으로의 전환을 통한 이용자 편익 증대'란 정책이 다시 설비기반 경쟁으로 바뀌는 신호탄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철저한 사후규제를 통해서라도 재판매법안의 취지를 최대한 살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기와 방향 모두 놓친 재판매 법안〓MVNO 등을 포함한 재판매는 주파수와 망(네트워크)이 없는 사업자도 기존 망 사업자에게 망과 서비스를 도매로 구입해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한 재판매에서부터 독자적인 서비스와 요금체제를 지닌 이른바 풀(FULL) MVNO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누가 재판매 의무제공사업자가 될지, 또 어떤 서비스가 의무제공 서비스인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후 시행령에서 별도로 규정한다. 현재로서는 SK텔레콤의 2세대(G) 서비스를 제외하고 3G나 와이브로 등이 포함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기존 이동통신 4사(KT 재판매포함)이외에 새로운 사업자가 시장에 등장, 경쟁을 유발시킬 수 있으며 이는 요금인하 등 소비자 이용후생 증대로 이어질 것이란 것이 당초 재판매제도 도입의 근거였다.
이 제도도입과 관련해서는 대가규제(도매요금규제)가 최대 쟁점이었다. 대가규제는 망 보유업체가 재판매사업자에게 망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받는 도매요금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재판매법안은 이런 대가규제 부분이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과도한 규제란 지적을 받으면서 지난 17대 국회에서 법안 자체가 폐기되는 운명을 맡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재판매법안은 결국 쟁점이었던 대가규제를 시장 자율에 맡기는 형태로 정리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처리됐어야 할 재판매법안이 이제야 처리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늦은 한국의 재판매제도는 그 시행이 더욱 늦어지게 됐다"며 "이번에는 아예 알맹이(대가규제)마저 빠지면서 제도 도입의 취지가 달성될지 여부도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대가규제 왜 포기〓대가규제와 관련해 방통위는 △대가규제를 하는 방안(A안) △대가규제를 하지 않는 방안(B안) △대가규제를 한시적으로 하는 방안(C안)을 놓고 저울질해왔다. 결국 과도한 규제란 부담스러운 외부의 시각으로 인해 B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통위가 택한 B안은 자율적 재판매를 유도할 수는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같이 기존 사업자의 영향력이 막강하고 포화된 시장에서는 다양한 재판매 사업자의 시장 진출을 어렵게 하는 단점이 있다.
방통위가 당초 대가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던 것은 재판매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장함으로써 시장 진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가 가장 컸다. 망을 지닌 지배적사업자 입장에서는 망에 투자하지 않는 재판매 사업자는 불편한 존재이기 때문에 망 사용대가를 높게 책정할 공산이 높고, 이는 사실상 재판매 시장의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대가규제를 정부가 포기함으로써 사실상 다양한 재판매 사업자들의 시장진입이 막혔다는 관측이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자사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도매로 떼다 팔겠다는 재판매사업자를 환영하겠냐"며 "더구나 정부가 대가규제마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SK텔레콤 같은 사업자가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재판매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방통위 스스로도 이런 지적에 공감한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재판매의 핵심은 재판매사업자가 어느 정도의 비용을 들여 서비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느냐"라며 "대가규제를 정부 대신 시장 자율에 맡긴 다는 것은 바로 현재와 같이 기존 사업자들의 기득권이 강한 우리의 통신 시장에서는 사실상 시장 진입이 어려움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른 방통위 관계자는 "지금도 재판매는 사업자의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가규제가 빠지면 재판매가 시행되더라도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게 없어진다"고 말했다.
◇재판매 통한 경쟁활성화는 포기〓업계에서는 이번 재판매 법안이 결국은 돈을 쓰는(투자) 신규사업자만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재판매는 망과 서비스만 빌려쓰기 때문에 투자 촉진효과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대신 주파수를 확보하고, 네트워크에 투자하는 사업자는 MB정부의 투자와 일자리창출 정책과도 부합한다. 이는 최근에 와이브로 신규 사업자와 주파수 회수 재배치가 모두 설비투자를 전제로 하는 것이란 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는 정부가 사실상 서비스 경쟁에서 다시 설비기반 경쟁으로 정책의 틀을 옮긴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비기반 경쟁으로 전환되더라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란 정책 목표가 달성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와이브로 신규사업자 선정과 관련해서 방통위는 추가 주파수 할당과 음성지원이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업계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KT그룹, SK텔레콤, LG그룹 통신 3사 등 기존 플레이어들이 3분하고 있는 포화된 통신시장에 뛰어들 자신과 능력이 있는 사업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후규제라도 철처히 해야〓업계는 재판매 제도가 당초 취지에 조금이라도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오려면 방통위가 의지를 지니고 사후규제에 나서야한다고 지적한다.
방통위가 언급한 사후규제의 근간은 재정신청을 통한 중재다. 방통위는 망 보유업체와 재판매희망업체가 90일 이내에 대가 등의 협상을 완료하도록 했다. 협상이 어려울 경우 재판매 희망업체는 방통위에 재정신청을 하도록 했다. 방통위는 도매제공시 차별, 거부, 협정 불이행 등의 사실이 있는 지 판단하게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사실상 재판매 사업자의 경쟁적인 시장 진입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재정신청의 경우는 법적 구속력도 없고, 그나마 진행 시간도 너무 길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제기관 재정신청은 통상 이해당사자간의 반복되는 소명으로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해를 넘기는 경우도 있다"며 "더구나 재정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는 구속력이 없어 분쟁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사후규제는 형식적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실효성 있는 사후규제를 위해 대가규제는 아니더라도 기존의 상호접속요율과 설비제공대가 기준 등을 통해 재판매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동시에, 재판매 사업자도 경쟁의 한 축인 만큼 이를 육성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사후규제에 적극 반영돼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