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증남 KAIST 전자전산학과 석좌교수
얼마 전 선거가 끝난 18대 국회에는 과학기술계가 여당이나 제1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한 석도 배정받지 못했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과학기술계의 중요성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형국으로, 현 MB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조직에서 과학기술부와 정통부를 해체키로 한 결정에 이은 두 번째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많은 과학기술단체들이 아우성치며, "과학기술이 국방과 산업발전에 없어서는 안되고, 2만불 시대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고, 앞으로 경제 살리기의 원동력이라 강변했어도 별 소득이 없다. 그런 주장이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정치인들한테서 인정받지 못했다. 국민들도 냉담했다. 뒤늦게 신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과학기술은 국격(國格)'이라며,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의 도구일 뿐 아니라 국가의 품격을 높인다는 의미로 치켜세웠지만, 과학기술계의 위상에는 별 변화가 없는 듯하다.
과학기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안타깝고 답답해한다. 선진국이 되려면 과학 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튼튼한 과학기술을 갖는 것이 선진국의 필수 조건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과학기술인들은 진정한 우국충정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데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말이지만, 오히려 집단이기주의로 비쳐지기도 한단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 자칫 냉소적으로 외적 요인에 의해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위험하다.
보다 전향적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한가지 사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지난 반세기 동안 과학기술을 한 사람들은 젊어서 내내 부러움을 사는 엘리트로 인정받았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고등학교 학급수의 3분의2가 이공계일 정도로 인가가 많았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이공계로 몰렸다. 그런데 어려서는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해 반장도 하고, 리더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 이공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일하는 동안 그만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사람들이 되고 만다.
전문가로서 성공했을지 모르나 개인주의적이며, 편협한 견해를 지닌 사람이 되었으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할 줄 모르고, 융통성도 없고, 설득하고 대화하는 데 약하다. 과학이나 공학을 배울 때 인간을 다루지 않고, 자연현상이나 물품의 제조 문제 등을 다루면서 워낙 정확성이나 최적성을 심각하게 따지기 때문에 과학기술을 공부하고, 그 분야에서 몇 년 종사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미없는 사람으로 바뀌는 모양이다. 누군가 엔지니어를 `자기 주머니 돈 챙기는데 철저하고, 융통성 없이 늘 심각한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Pocket protector and doing things with nerdlike seriousness)이라고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우리 과학기술인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신종 과학기술인이 되어 설득력 있게 말도 잘하고, 세상사와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장차 과학기술인도 군수나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 자력으로 당선되고,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당당하게 과학기술이 국가전략상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존 과학기술계 사람들이 신종 과학기술인이 되는 것이 쉽지 않다면, 과학기술계가 합심해 시간을 갖고, 교육제도를 통해 새로이 이들을 양성할 장기 프로젝트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현재 학교에 따라서는 전인교육의 목표 아래 전공교육 못지 않게 타 교양과목을 많이 수강토록 하는 노력이 실행되고 있다. 전공학과의 필수과목 요구조건을 완화해 교양과목을 많이 듣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고, 카이스트(KAIST)에서는 문화과학기술대학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학점이 일정수준 이상 되는 능력 있는 학생들은 강제적으로라도 부전공을 갖도록 하되, 부전공 요건으로 이공계가 아닌 타 분야의 과목을 일정수준 이상 이수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대생이 인문사회분야의 정치, 경제, 법률이나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분야로 부전공을 하게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선거가 끝난 18대 국회에는 과학기술계가 여당이나 제1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한 석도 배정받지 못했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과학기술계의 중요성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형국으로, 현 MB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조직에서 과학기술부와 정통부를 해체키로 한 결정에 이은 두 번째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많은 과학기술단체들이 아우성치며, "과학기술이 국방과 산업발전에 없어서는 안되고, 2만불 시대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고, 앞으로 경제 살리기의 원동력이라 강변했어도 별 소득이 없다. 그런 주장이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정치인들한테서 인정받지 못했다. 국민들도 냉담했다. 뒤늦게 신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과학기술은 국격(國格)'이라며,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의 도구일 뿐 아니라 국가의 품격을 높인다는 의미로 치켜세웠지만, 과학기술계의 위상에는 별 변화가 없는 듯하다.
과학기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안타깝고 답답해한다. 선진국이 되려면 과학 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튼튼한 과학기술을 갖는 것이 선진국의 필수 조건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과학기술인들은 진정한 우국충정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데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말이지만, 오히려 집단이기주의로 비쳐지기도 한단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 자칫 냉소적으로 외적 요인에 의해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위험하다.
보다 전향적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한가지 사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지난 반세기 동안 과학기술을 한 사람들은 젊어서 내내 부러움을 사는 엘리트로 인정받았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고등학교 학급수의 3분의2가 이공계일 정도로 인가가 많았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이공계로 몰렸다. 그런데 어려서는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해 반장도 하고, 리더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 이공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일하는 동안 그만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사람들이 되고 만다.
전문가로서 성공했을지 모르나 개인주의적이며, 편협한 견해를 지닌 사람이 되었으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할 줄 모르고, 융통성도 없고, 설득하고 대화하는 데 약하다. 과학이나 공학을 배울 때 인간을 다루지 않고, 자연현상이나 물품의 제조 문제 등을 다루면서 워낙 정확성이나 최적성을 심각하게 따지기 때문에 과학기술을 공부하고, 그 분야에서 몇 년 종사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미없는 사람으로 바뀌는 모양이다. 누군가 엔지니어를 `자기 주머니 돈 챙기는데 철저하고, 융통성 없이 늘 심각한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Pocket protector and doing things with nerdlike seriousness)이라고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우리 과학기술인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신종 과학기술인이 되어 설득력 있게 말도 잘하고, 세상사와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장차 과학기술인도 군수나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 자력으로 당선되고,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당당하게 과학기술이 국가전략상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존 과학기술계 사람들이 신종 과학기술인이 되는 것이 쉽지 않다면, 과학기술계가 합심해 시간을 갖고, 교육제도를 통해 새로이 이들을 양성할 장기 프로젝트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현재 학교에 따라서는 전인교육의 목표 아래 전공교육 못지 않게 타 교양과목을 많이 수강토록 하는 노력이 실행되고 있다. 전공학과의 필수과목 요구조건을 완화해 교양과목을 많이 듣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고, 카이스트(KAIST)에서는 문화과학기술대학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학점이 일정수준 이상 되는 능력 있는 학생들은 강제적으로라도 부전공을 갖도록 하되, 부전공 요건으로 이공계가 아닌 타 분야의 과목을 일정수준 이상 이수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대생이 인문사회분야의 정치, 경제, 법률이나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분야로 부전공을 하게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