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없는 설움 이젠 씻어 보련다
대리가공업체, 브랜드 개발 능력 충분히 보유
아수스ㆍ벤큐ㆍ에이서 앞장… 정부도 적극 지원
대리가공 수주량 줄어 수익구조 문제 될수도
대만은 자타가 공인하는 IT 강국이다.
대만은 우선 세계 최대의 통신 시스템 핵심 생산기지이다. 전 세계 통신 시스템과 서비스의 25%를 대만 업체가 공급한다. 대만은 또 PC 생산기지로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전 세계의 노트북과 PC 관련 부품 90%가 대만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글로벌 브랜드 중에 대만의 것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지난 8월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Business Week)에서 선정한 100대 글로벌 브랜드 중 대만 기업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외국 기업들로부터 아웃소싱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모델로 인해 독자 브랜드를 성장시킬 필요성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내부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대리가공 업체들의 수익률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 기업들은 대리가공 중심에서 벗어나 독자 브랜드를 발전시키는 경영전략을 채택하고 나섰다. 대만의 독자 유명 브랜드 만들기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브랜드 없는 IT 강국=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2007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대만 업체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미국은 53개, 한국은 3개 기업이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대만 최고 수준의 브랜드 가치가 글로벌 100대 브랜드 중 꼴찌를 기록한 렌터카 허츠(Hertz)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특히 100대 브랜드 가운데 IT 제품 관련이 25개인데, 그중 미국이 14개, 일본이 5개, 한국이 2개였다. 대만업체들은 대부분 이들 기업으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OEM) 등 대리가공 의뢰를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형편이다. 대만 최대 재벌 훙하이(鴻海)그룹의 푸스캉(富士康)은 세계 최대의 대리가공 전자제조업체이다.
독자 브랜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아수스(ASUS), 에이서(Acer), 런보우(仁寶) 등 일부 생산업체들은 독자 브랜드의 노트북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생산규모에서 차지하는 독자 브랜드 비중은 매우 적다.
대만은 현재 PC 대리가공에 따른 수익률 악화로 고심하고 있다. 델, HP 등 대규모의 브랜드 업체들이 빈번하게 대리가공 업체를 교체함으로써 해당 업계의 수익률이 경쟁적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제품 개발업체와 대리가공 업체의 수익률 격차는 날로 심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독자 브랜드를 향하여=사실 대만의 대리가공 업체들은 독자 브랜드 개발 능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이미 국제기준을 충족시키는 기술 수준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브랜드의 선두 기업과 경쟁할만한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최근 생산 부문을 대거 중국으로 이전시킴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것도 좋은 조건이다. 특히 방대한 중국시장은 대만 브랜드의 성장을 위한 훌륭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 또 문화적, 지역적 특성상 글로벌 기업에 비해 중국시장의 수요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아수스는 메인보드, 노트북, 휴대폰 등의 분야에서 독자 브랜드를 출시했고, 벤큐(BENQ)는 가전 및 LCD 모니터에 주력하고 있다. 에이서는 10여년간의 성장을 통해 글로벌 핵심 브랜드로 부상하며 전 세계 개인 PC 판매에서 3위권에 진입했다. 대만 정부는 장기적인 경제정책 목표 중 하나로 독자 브랜드 구축을 위한 지원책 마련하고 나섰다.
◇마이웨이의 후폭풍=하지만 독자 브랜드 개발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폭풍이 만만찮은 것이다. 독자 브랜드에 집중할 경우 대리가공 수주량이 대폭 떨어져 수익구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벤큐는 휴대폰 부문에서는 모토로라로부터, 프로젝터와 PC 영역에서는 HP 등으로부터 받아온 대리가공 발주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대리가공에 치중한 결과 독자 브랜드 구축 및 시장 개척 등을 위한 전문인력과 경영 노하우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독자 브랜드 발전전략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원투자와 풍부한 노하우가 전제조건이 돼야 하는데 대리가공에 적합한 형태가 되다 보니 급격한 변화가 어렵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독자 브랜드 확대로 대리가공 수익이 감소하면서 긴박한 자금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도 상당한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시장을 지배해 온 HP, 델 등 글로벌 브랜드의 시장통제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까=전문가들의 권고는 분업화 전략으로 모아진다. 독자 브랜드와 대리가공 브랜드의 분업화는 브랜드 발전 과정상 겪게되는 불가피한 과정이다. 따라서 분업화를 통해 대리가공 업무와 기업 자체의 전문화를 동시에 추구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대리가공은 대만업체의 핵심 업무인 만큼 분업화를 통해 수주량 하락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특히 분업화 전략을 적용할 최적의 시기를 선택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독자 브랜드 및 대리가공의 분업화는 내ㆍ외부 조직간 마찰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두 부문간 수익구조가 일정한 균형상태에 접어드는 시점이 최적"이라면서 "벤큐의 경우 독자 브랜드와 대리가공 브랜드의 수익규모가 동등한 비중이 되었을 시기에 분업화를 추진해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독자 브랜드 생산업체는 제품 및 기술의 R&D 투자에 주력하고, 대리가공 생산업체는 제품의 생산효율성 제고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독자 브랜드 구축은 대다수 대만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전략으로 R&D와 디자인 부문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망=향후 대만 브랜드의 급부상으로 현재의 글로벌 시장구도에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초기 중저가 전략을 적용한 대만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의 급속히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금 벤큐의 PC LCD 모니터 가격은 델보다 15% 이상 낮다. 대만 기업이 `같은 핏줄끼리' 연대해 중국 업체와 브랜드를 제휴해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글로벌 브랜드 역시 대만 브랜드에 응대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판매가격을 점진적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리가공업체, 브랜드 개발 능력 충분히 보유
아수스ㆍ벤큐ㆍ에이서 앞장… 정부도 적극 지원
대리가공 수주량 줄어 수익구조 문제 될수도
대만은 자타가 공인하는 IT 강국이다.
대만은 우선 세계 최대의 통신 시스템 핵심 생산기지이다. 전 세계 통신 시스템과 서비스의 25%를 대만 업체가 공급한다. 대만은 또 PC 생산기지로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전 세계의 노트북과 PC 관련 부품 90%가 대만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글로벌 브랜드 중에 대만의 것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지난 8월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Business Week)에서 선정한 100대 글로벌 브랜드 중 대만 기업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외국 기업들로부터 아웃소싱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모델로 인해 독자 브랜드를 성장시킬 필요성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내부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대리가공 업체들의 수익률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 기업들은 대리가공 중심에서 벗어나 독자 브랜드를 발전시키는 경영전략을 채택하고 나섰다. 대만의 독자 유명 브랜드 만들기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브랜드 없는 IT 강국=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2007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대만 업체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미국은 53개, 한국은 3개 기업이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대만 최고 수준의 브랜드 가치가 글로벌 100대 브랜드 중 꼴찌를 기록한 렌터카 허츠(Hertz)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특히 100대 브랜드 가운데 IT 제품 관련이 25개인데, 그중 미국이 14개, 일본이 5개, 한국이 2개였다. 대만업체들은 대부분 이들 기업으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OEM) 등 대리가공 의뢰를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형편이다. 대만 최대 재벌 훙하이(鴻海)그룹의 푸스캉(富士康)은 세계 최대의 대리가공 전자제조업체이다.
독자 브랜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아수스(ASUS), 에이서(Acer), 런보우(仁寶) 등 일부 생산업체들은 독자 브랜드의 노트북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생산규모에서 차지하는 독자 브랜드 비중은 매우 적다.
대만은 현재 PC 대리가공에 따른 수익률 악화로 고심하고 있다. 델, HP 등 대규모의 브랜드 업체들이 빈번하게 대리가공 업체를 교체함으로써 해당 업계의 수익률이 경쟁적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제품 개발업체와 대리가공 업체의 수익률 격차는 날로 심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독자 브랜드를 향하여=사실 대만의 대리가공 업체들은 독자 브랜드 개발 능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이미 국제기준을 충족시키는 기술 수준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브랜드의 선두 기업과 경쟁할만한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최근 생산 부문을 대거 중국으로 이전시킴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것도 좋은 조건이다. 특히 방대한 중국시장은 대만 브랜드의 성장을 위한 훌륭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 또 문화적, 지역적 특성상 글로벌 기업에 비해 중국시장의 수요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아수스는 메인보드, 노트북, 휴대폰 등의 분야에서 독자 브랜드를 출시했고, 벤큐(BENQ)는 가전 및 LCD 모니터에 주력하고 있다. 에이서는 10여년간의 성장을 통해 글로벌 핵심 브랜드로 부상하며 전 세계 개인 PC 판매에서 3위권에 진입했다. 대만 정부는 장기적인 경제정책 목표 중 하나로 독자 브랜드 구축을 위한 지원책 마련하고 나섰다.
◇마이웨이의 후폭풍=하지만 독자 브랜드 개발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폭풍이 만만찮은 것이다. 독자 브랜드에 집중할 경우 대리가공 수주량이 대폭 떨어져 수익구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벤큐는 휴대폰 부문에서는 모토로라로부터, 프로젝터와 PC 영역에서는 HP 등으로부터 받아온 대리가공 발주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대리가공에 치중한 결과 독자 브랜드 구축 및 시장 개척 등을 위한 전문인력과 경영 노하우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독자 브랜드 발전전략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원투자와 풍부한 노하우가 전제조건이 돼야 하는데 대리가공에 적합한 형태가 되다 보니 급격한 변화가 어렵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독자 브랜드 확대로 대리가공 수익이 감소하면서 긴박한 자금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도 상당한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시장을 지배해 온 HP, 델 등 글로벌 브랜드의 시장통제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까=전문가들의 권고는 분업화 전략으로 모아진다. 독자 브랜드와 대리가공 브랜드의 분업화는 브랜드 발전 과정상 겪게되는 불가피한 과정이다. 따라서 분업화를 통해 대리가공 업무와 기업 자체의 전문화를 동시에 추구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대리가공은 대만업체의 핵심 업무인 만큼 분업화를 통해 수주량 하락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특히 분업화 전략을 적용할 최적의 시기를 선택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독자 브랜드 및 대리가공의 분업화는 내ㆍ외부 조직간 마찰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두 부문간 수익구조가 일정한 균형상태에 접어드는 시점이 최적"이라면서 "벤큐의 경우 독자 브랜드와 대리가공 브랜드의 수익규모가 동등한 비중이 되었을 시기에 분업화를 추진해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독자 브랜드 생산업체는 제품 및 기술의 R&D 투자에 주력하고, 대리가공 생산업체는 제품의 생산효율성 제고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독자 브랜드 구축은 대다수 대만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전략으로 R&D와 디자인 부문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망=향후 대만 브랜드의 급부상으로 현재의 글로벌 시장구도에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초기 중저가 전략을 적용한 대만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의 급속히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금 벤큐의 PC LCD 모니터 가격은 델보다 15% 이상 낮다. 대만 기업이 `같은 핏줄끼리' 연대해 중국 업체와 브랜드를 제휴해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글로벌 브랜드 역시 대만 브랜드에 응대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판매가격을 점진적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