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원소 34% 차지…안정성 탁월
가공기술 국가 경제ㆍ국방력 가늠
오늘날 우리는 세계 5위의 제철강국이다. 녹슨 쇳조각까지 주워야 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꿈같은 일이다. 철(鐵)은 지구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원소다. 지구의 34%가 철이지만 대부분은 너무 깊은 곳에 있어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철은 그리 많지 않다. 지표면에 가까이 있는 철도 산소와 단단하게 결합된 철광석이다.
철은 태양보다 훨씬 더 큰 거대한 별이 죽어 가는 마지막 단계인 초신성 폭발에서 핵융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26개의 양성자와 30개의 중성자가 뭉쳐진 철의 원자핵은 니켈과 함께 금속 중에서 유별나게 안정하다. 우주에 특별히 많은 양의 철과 니켈이 존재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지구의 중심인 내핵(內核)도 철과 니켈이 고체 상태로 뭉쳐진 상태다. 우리 지구 전체가 지금은 사라져버린 거대한 별이 죽어가면서 남긴 잔해로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우리는 전(全) 우주적인 재활용의 과정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인류는 대략 5000년 전부터 철을 사용해 왔다. 처음에는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에 들어있던 철을 이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철을 사용하려면 철광석을 선별해서 `환원'이라고 부르는 화학적 변환을 통해 산소를 제거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섭씨 1000도가 넘은 뜨거운 상태를 만들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옛날에는 화력이 큰 목탄(木炭)과 풀무를 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용광로에 곱게 빻은 철광석을 코크스와 함께 섞어서 처리한다. 코크스의 주성분인 탄소가 철광석에 화학적으로 붙어있던 산소를 떼어내서 이산화탄소로 바뀌면서 순수한 철이 얻어진다.
용광로에서 얻은 철에는 탄소를 비롯해서 황, 인(燐), 실리콘 등의 불순물이 섞여 있다. 순수한 철은 섭씨 1500도가 넘어야 녹지만, 불순물이 섞인 철은 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녹는다. 탄소가 4~5% 섞여 있는 선철(銑鐵)의 경우에는 섭씨 1200도에서도 녹기 때문에 가공이 쉽기는 하지만 물리적 특성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런 철을 가공해서 무기나 도구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다. 철은 가공방법에 따라 불순물의 양과 철 원자들의 배열상태가 달라진다. 철을 구리처럼 무르게 만들 수도 있고,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들 수도 있다. 뜨겁게 달군 철을 망치로 두들기는 단조(鍛造), 물이나 기름에 넣어 식히는 담금질, 목탄과 함께 가열하는 침탄(浸炭) 등의 다양한 방법이 사용된다. 철에 들어있는 실리콘과 같은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제련 과정에 소다회(탄산나트륨)를 넣기도 한다.
공기 중의 산소를 불어넣어 탄소, 규소, 인, 망간 등의 농도를 조절한 강철을 만드는 기술은 중세이후에 처음 개발됐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크로뮴을 넣어 `스테인리스'라는 합금을 만들기도 한다. 오늘날 강도가 높고 녹이 슬지 않은 스테인리스는 가장 널리 쓰이는 철의 합금이다. 철을 제련하고 가공하는 기술은 국가의 경제력과 국방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사실 우리는 철제 도구를 만들기 전부터 철을 이용해 왔다. 지구상의 생물이 우주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철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 몸의 세포에 산소를 운반해 주는 적혈구에도 철 이온이 들어있다. 그래서 우리 몸에 철 이온이 부족하면 심한 빈혈이 생기고 생명이 위험해진다. 그렇다고 철 이온을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너무 많이 섭취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철의 필요량은 나이, 성별, 식습관에 따라 크게 다르다.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가공기술 국가 경제ㆍ국방력 가늠
오늘날 우리는 세계 5위의 제철강국이다. 녹슨 쇳조각까지 주워야 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꿈같은 일이다. 철(鐵)은 지구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원소다. 지구의 34%가 철이지만 대부분은 너무 깊은 곳에 있어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철은 그리 많지 않다. 지표면에 가까이 있는 철도 산소와 단단하게 결합된 철광석이다.
철은 태양보다 훨씬 더 큰 거대한 별이 죽어 가는 마지막 단계인 초신성 폭발에서 핵융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26개의 양성자와 30개의 중성자가 뭉쳐진 철의 원자핵은 니켈과 함께 금속 중에서 유별나게 안정하다. 우주에 특별히 많은 양의 철과 니켈이 존재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지구의 중심인 내핵(內核)도 철과 니켈이 고체 상태로 뭉쳐진 상태다. 우리 지구 전체가 지금은 사라져버린 거대한 별이 죽어가면서 남긴 잔해로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우리는 전(全) 우주적인 재활용의 과정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인류는 대략 5000년 전부터 철을 사용해 왔다. 처음에는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에 들어있던 철을 이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철을 사용하려면 철광석을 선별해서 `환원'이라고 부르는 화학적 변환을 통해 산소를 제거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섭씨 1000도가 넘은 뜨거운 상태를 만들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옛날에는 화력이 큰 목탄(木炭)과 풀무를 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용광로에 곱게 빻은 철광석을 코크스와 함께 섞어서 처리한다. 코크스의 주성분인 탄소가 철광석에 화학적으로 붙어있던 산소를 떼어내서 이산화탄소로 바뀌면서 순수한 철이 얻어진다.
용광로에서 얻은 철에는 탄소를 비롯해서 황, 인(燐), 실리콘 등의 불순물이 섞여 있다. 순수한 철은 섭씨 1500도가 넘어야 녹지만, 불순물이 섞인 철은 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녹는다. 탄소가 4~5% 섞여 있는 선철(銑鐵)의 경우에는 섭씨 1200도에서도 녹기 때문에 가공이 쉽기는 하지만 물리적 특성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런 철을 가공해서 무기나 도구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다. 철은 가공방법에 따라 불순물의 양과 철 원자들의 배열상태가 달라진다. 철을 구리처럼 무르게 만들 수도 있고,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들 수도 있다. 뜨겁게 달군 철을 망치로 두들기는 단조(鍛造), 물이나 기름에 넣어 식히는 담금질, 목탄과 함께 가열하는 침탄(浸炭) 등의 다양한 방법이 사용된다. 철에 들어있는 실리콘과 같은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제련 과정에 소다회(탄산나트륨)를 넣기도 한다.
공기 중의 산소를 불어넣어 탄소, 규소, 인, 망간 등의 농도를 조절한 강철을 만드는 기술은 중세이후에 처음 개발됐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크로뮴을 넣어 `스테인리스'라는 합금을 만들기도 한다. 오늘날 강도가 높고 녹이 슬지 않은 스테인리스는 가장 널리 쓰이는 철의 합금이다. 철을 제련하고 가공하는 기술은 국가의 경제력과 국방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사실 우리는 철제 도구를 만들기 전부터 철을 이용해 왔다. 지구상의 생물이 우주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철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 몸의 세포에 산소를 운반해 주는 적혈구에도 철 이온이 들어있다. 그래서 우리 몸에 철 이온이 부족하면 심한 빈혈이 생기고 생명이 위험해진다. 그렇다고 철 이온을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너무 많이 섭취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철의 필요량은 나이, 성별, 식습관에 따라 크게 다르다.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