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추기로 합의한 이후 D램 현물가격이 내림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PC제조사 등 테크 업체들의 '사재기'가 거의 끝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최신 범용 D램인 DDR5(16GB 4800/5600) 현물가는 지난 19일 기준으로 5.489달러를 기록, 전 거래일인 지난 16일(5.491달러)보다 소폭 하락했다. 이후 이날까지 가격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D램 현물가는 시장의 매매심리를 즉시 반영한다는 점에서 기업 간 고정거래가의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통상 2~3개월 격차를 두고 고정거래가에 반영되는 흐름을 보인다.
해당 제품 가격은 올 들어 계속 오름세를 이어왔다. 당시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나타낸 이후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주요 테크 기업들이 '메모리 사재기'에 나서면서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지난 10일 양국 간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추기로 합의한 직후인 지난 12일부터 내림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여기에 주요 테크 기업들이 어느 정도 재고를 확보한 점도 가격 상승세를 멈추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관세와 규제 문턱을 계속 높여 왔는데, 최근에는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타개해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더 이상 관세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D램 사재기 열풍도 다소 줄어든 것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DDR5 현물에서 나타난 가격 흐름이 D램 제품군 전반에서도 나타날 지 주목하고 있다. 구형인 DDR4(8GB 3200) 현물가는 아직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수요 증가보다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감산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3사는 인공지능(AI) 수요 대응을 위해 기존 DDR4 라인을 고부가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1분기 D램 업황이 당초 우려보다 양호했지만 2분기 이후에는 선구매 부작용과 생산량 증가에 따른 레거시 D램 업황이 재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DDR5 현물 가격 반등은 종료될 듯하고 재고가 과다한 DDR4 가격 반등 역시 2분기까지 장기화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