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요 공약 가운데 '수소환원제철'이 언급되면서, 철강업계의 탈탄소 정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해선 에너지 체계 전반에 대한 종합적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철강산업의 탈탄소화가 정국의 핵심 과제로 조명되며 국내 철강기업들의 대응 전략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국 지역 유세 과정에서 산업분야 공약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제시한 바 있다.
철강산업은 고로(용광로)를 기반으로 하는 고온 공정에서 막대한 양의 석탄을 사용하며, 그 과정에서 대규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철강업계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전환 산업으로 분류되며, 주요 기업들은 미래 생존을 위한 기술 확보와 구조 개편에 분주한 상황이다.
포스코는 탄소중립 기술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힘 쏟고 있다. 수소환원철은 철광석 환원 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산화탄소가 아닌 수증기를 배출해 공정 자체의 탄소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해당 기술은 고온 환원에서의 수소 안정성 확보와 수소 생산과 저장 인프라 구축, 대규모 상용화에 필요한 설비 전환 등 해결 과제가 많아 단기간 내 현실화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수소환원철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해,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탈탄소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기존 고로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접목한 공정 제어 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전기로 생산 방식 확대와 폐자원 재활용률 향상을 통해 점진적인 탄소 감축 효과를 노리고 있다.
현대제철도 독자적 저탄소 기술인 '하이큐브(Hy-Cube)' 개발에 집중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이큐브는 고효율 전기로 기반 제강 공정으로, 기존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어드는 친환경 기술이다.
특히 그룹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의 탄소중립 로드맵과 연계해 수요 기반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현대차·기아는 오는 2045년까지 자동차 생산, 운송, 사용, 폐기 전 과정에서 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전략'을 추진 중이며, 기아는 2030년부터 양산차에 저탄소 철강을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철강업계의 탈탄소 전환이 본격화되며 또 다른 구조적 과제도 부각된다. 일례로 제철소는 고로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 등을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해 공장을 가동 중인데, 수소 기반 제철 방식이 도입되면 이러한 부생가스의 발생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제철소를 어떻게 가동하고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지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요구된다. 이는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 제철소의 에너지 체계 전반을 재구성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기업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도전으로 여겨진다.
일각에선 정부가 연구개발(R&D) 지원뿐 아니라 수소 유통망 구축이나 에너지세제 개편과 같은 종합적인 산업 지원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술 전환은 물론, 에너지 재구성, 수요 연결, 정책 지원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맞물려야 대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부생가스 등을 활용해 자가발전과 열원 확보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외부 에너지원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이 문제는 에너지 정책과도 연결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중장기 해법 마련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양호연기자 hy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