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세상에선 나이도 훌~훌
잘나가는 `실버 마검사'
이름 : 김탁현
출생 : 1946년 3월
직업 : 정년 퇴직 후 휴식, 손자 보기 등
게임명 : 흑싸리(계정명)
게임 내 직업 : 마검사
게임 내 나이 : 340레벨(상위 15%)
"집에서는 벌써부터 할아버지라고 부르지만 게임 속에서는 현실의 나이도 외모도 중요하지 않아요. 이래 봬도 나는 잘 나가는 마검사입니다."
올해로 예순에 접어든 김탁현(경기도 용인, 60, 사진) 할아버지는 손자가 다섯이나 있지만 자신을 노인이 아닌 `마검사―흑싸리'라고 소개한다. 마검사란 3D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뮤'(www.muonline.co.kr)에 존재하는 최고 인기 캐릭터를 말한다.
마법(마법사)과 검(기사)을 동시에 쓸 수 있는 강력한 공격형 캐릭터로, 이 캐릭터를 키우려면 최소한 1년(보통 3년)은 고생해야 한다. 마검사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데다, 일반 캐릭터를 200레벨 이상 키운 후에야 선택할 수 있는 고급 캐릭터다.
김탁현 할아버지는 `뮤' 온라인 초기로 볼 수 있는 2002년 말부터 이 게임을 즐겨 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온라인 게임은 10대 청소년과 2030세대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60세가 된 실버 계층이 뮤 온라인 같은 첨단 3D MMORPG 게임에 `접속'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하지만 김 할아버지는 온라인 게임이 노년 생활을 풍요롭게 해 주는 `가장 좋은 벗'이라고 말한다. 게임은 집중력 측면에서 TV보다 훨씬 좋은 것은 물론, 독서와 달리 사이버 공간에서 직접 사람을 만나는 동적인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온라인게임은 노인과 아이들 젊은이들이 함께 의사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나이든 게이머들 중에는 고스톱을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온라인 고스톱은 `단순 반복'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TV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게 김 할아버지의 생각이다. 그래서 김 할아버지는 또 다른 세상을 체험할 수 있게 해 주는 MMORPG를 즐긴다.
김 할아버지도 50대 중반, 정년을 맞아 방황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허전한 마음으로 세월을 보내던 김 할아버지에게 처음 게임을 알게 해 준 이는 바로 그의 아들이었다. `디아블로2'라는 PC용 롤플레잉 게임을 아들로부터 선물로 받고 어린이처럼 기뻐했다고 김 할아버지는 당시를 떠올린다.
처음 이 게임을 할 때는 게임에 접속하는 방법부터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까지 무척 고생이 심했다. 젊은이라면 단 몇 분이면 터득했을 것을 몇 주일 걸려 힘겹게 공부하기도 했다. 사소한 문제조차 해결 방법을 몰라 재미있게 즐기던 게임을 그만두려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혼자서 게임 속을 헤매다 정답을 찾았을 때의 뿌듯함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김 할아버지는 강조한다.
김 할아버지는 `디아블로2'를 유럽 서버에 접속해서 즐기는 수준까지 도달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영어도 자연히 늘게 되고 외국인의 채팅 용어까지도 자연스럽게 알아들을 정도로 `고수'가 됐다. 이제는 게임명으로 화투패 이름을 붙이는 여유까지 생겼다.
"외국인들은 채팅 상에서 웃음을 표현할 때 k를 씁니다. 한글로는 ㅋ을 쓰고,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게임을 알게 되면서 삶의 활력이 새롭게 생겨난 것은 물론 새로운 도전 욕구도 싹트기 시작했다. 열중할 무언가가 눈 앞에 다가왔고, 풀어야 할 과제가 던져지니 자연스럽게 의욕이 생겨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패키지 게임을 섭렵한 김 할아버지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게임도 접하게 됐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하나씩 즐겼지만, 신문을 통해 수 만명이 즐기고 있다는 `뮤'라는 게임을 발견한 이후 곧바로 `뮤' 마니아가 됐다. 그는 "처음 접했을 때, 휘황찬란한 3D 화면과 눈밭을 걸을 때면 사각사각 소리가 나고 바람에 흩날리는 수풀에 감격해서 시작했던 것이 어느새 최상층의 고수그룹에 속하게 됐다"며 뮤를 처음 만난 그때를 회상했다.
그렇게 온라인게임을 노후생활의 벗으로 삼은 지도 벌써 5년. 이제는 게임 정보도 어지간한 게이머들을 능가하는 수준이 됐다. MMORPG나 FPS 같은 게임장르는 물론 어려운 게임용어도 척척박사급이다. 게임방송도 열성 시청자라 최근에 인기를 끄는 프로게이머가 누구인지 어떤 게임이 뜨는지도 훤하게 알고 있다.
특히 김 할아버지는 게임을 하면서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던 젊은 사람들의 말투나 신세대의 사고방식과 문화까지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예전에는 가끔 손자들을 보는 게 낙이었지만 게임을 접하게 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집에서는 엄마아빠 때문에 마음 놓고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손자들이 할아버지 댁에 서로 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할아버지가 아이템이라도 주려고 하면 용돈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요즘 애들이다. 몬스터 사냥을 떠나는 김 할아버지 마우스가 흥이 안 날 수 없다.
게임에 재미를 들인 다음부터는 왜 젊은 친구들이 PC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애쓰는 지도 이해하게 됐다. 김 할아버지도 최근에 용산에 가서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했다. 물론 새로 나온 대작 게임을 직접 해보기 위해서다. 그전엔 안 돌아가던 게임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입가에 절로 웃음이 번진다. 전에는 너무 느려서 앞사람을 따라가다가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젠 그럴 일도 없다.
게임을 통해 인생의 활력을 얻게 된 김 할아버지는 다른 모든 일에서도 새로 배우는 일을 꺼리지 않게 됐다. 이제는 초등학생인 손자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인터넷을 통해 일상 생활에 필요한 정보(일기예보, 식당정도 등)를 찾아내는 것도 누워서 떡먹기다.
다만, 한가지 극복하지 못한 게 있다면 `독수리 타법'이다. 게임 속에서의 나이야 상관없지만, 독수리 타법으로는 젊은 친구들의 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독수리 타법으로 채팅을 하다 초등학생으로 오해받고 길드에서 쫓겨난 아픈 기억도 잊혀지지 않는다.
김 할아버지는 가끔 대학동창들을 만날 때면 온라인게임 전도사가 된다. 그리고 손자들에게는 "게임을 즐기기만 할 게 아니라 장차 커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개발사들을 알게 됐는데, 실제 게임 개발사를 알고 보니 "이게 장차 나라도 돈 벌고 젊은이들 직장도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란다.
김 할아버지는 "젊으나 늙으나 게임에 빠져 중독 증세를 보이는 것은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게임 하는 것을 좋지 않게 보는 것도 옳지 않다"며, "잠깐씩 게임을 하다 보면 지루한 일상에 얼마나 활력이 넘치는지 모른다"면서 또 다시 게임 속 세상으로 사냥을 떠난다.
잘나가는 `실버 마검사'
이름 : 김탁현
출생 : 1946년 3월
직업 : 정년 퇴직 후 휴식, 손자 보기 등
게임명 : 흑싸리(계정명)
게임 내 직업 : 마검사
게임 내 나이 : 340레벨(상위 15%)
"집에서는 벌써부터 할아버지라고 부르지만 게임 속에서는 현실의 나이도 외모도 중요하지 않아요. 이래 봬도 나는 잘 나가는 마검사입니다."
올해로 예순에 접어든 김탁현(경기도 용인, 60, 사진) 할아버지는 손자가 다섯이나 있지만 자신을 노인이 아닌 `마검사―흑싸리'라고 소개한다. 마검사란 3D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뮤'(www.muonline.co.kr)에 존재하는 최고 인기 캐릭터를 말한다.
마법(마법사)과 검(기사)을 동시에 쓸 수 있는 강력한 공격형 캐릭터로, 이 캐릭터를 키우려면 최소한 1년(보통 3년)은 고생해야 한다. 마검사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데다, 일반 캐릭터를 200레벨 이상 키운 후에야 선택할 수 있는 고급 캐릭터다.
김탁현 할아버지는 `뮤' 온라인 초기로 볼 수 있는 2002년 말부터 이 게임을 즐겨 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온라인 게임은 10대 청소년과 2030세대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60세가 된 실버 계층이 뮤 온라인 같은 첨단 3D MMORPG 게임에 `접속'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하지만 김 할아버지는 온라인 게임이 노년 생활을 풍요롭게 해 주는 `가장 좋은 벗'이라고 말한다. 게임은 집중력 측면에서 TV보다 훨씬 좋은 것은 물론, 독서와 달리 사이버 공간에서 직접 사람을 만나는 동적인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온라인게임은 노인과 아이들 젊은이들이 함께 의사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나이든 게이머들 중에는 고스톱을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온라인 고스톱은 `단순 반복'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TV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게 김 할아버지의 생각이다. 그래서 김 할아버지는 또 다른 세상을 체험할 수 있게 해 주는 MMORPG를 즐긴다.
김 할아버지도 50대 중반, 정년을 맞아 방황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허전한 마음으로 세월을 보내던 김 할아버지에게 처음 게임을 알게 해 준 이는 바로 그의 아들이었다. `디아블로2'라는 PC용 롤플레잉 게임을 아들로부터 선물로 받고 어린이처럼 기뻐했다고 김 할아버지는 당시를 떠올린다.
처음 이 게임을 할 때는 게임에 접속하는 방법부터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까지 무척 고생이 심했다. 젊은이라면 단 몇 분이면 터득했을 것을 몇 주일 걸려 힘겹게 공부하기도 했다. 사소한 문제조차 해결 방법을 몰라 재미있게 즐기던 게임을 그만두려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혼자서 게임 속을 헤매다 정답을 찾았을 때의 뿌듯함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김 할아버지는 강조한다.
김 할아버지는 `디아블로2'를 유럽 서버에 접속해서 즐기는 수준까지 도달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영어도 자연히 늘게 되고 외국인의 채팅 용어까지도 자연스럽게 알아들을 정도로 `고수'가 됐다. 이제는 게임명으로 화투패 이름을 붙이는 여유까지 생겼다.
"외국인들은 채팅 상에서 웃음을 표현할 때 k를 씁니다. 한글로는 ㅋ을 쓰고,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게임을 알게 되면서 삶의 활력이 새롭게 생겨난 것은 물론 새로운 도전 욕구도 싹트기 시작했다. 열중할 무언가가 눈 앞에 다가왔고, 풀어야 할 과제가 던져지니 자연스럽게 의욕이 생겨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패키지 게임을 섭렵한 김 할아버지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게임도 접하게 됐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하나씩 즐겼지만, 신문을 통해 수 만명이 즐기고 있다는 `뮤'라는 게임을 발견한 이후 곧바로 `뮤' 마니아가 됐다. 그는 "처음 접했을 때, 휘황찬란한 3D 화면과 눈밭을 걸을 때면 사각사각 소리가 나고 바람에 흩날리는 수풀에 감격해서 시작했던 것이 어느새 최상층의 고수그룹에 속하게 됐다"며 뮤를 처음 만난 그때를 회상했다.
그렇게 온라인게임을 노후생활의 벗으로 삼은 지도 벌써 5년. 이제는 게임 정보도 어지간한 게이머들을 능가하는 수준이 됐다. MMORPG나 FPS 같은 게임장르는 물론 어려운 게임용어도 척척박사급이다. 게임방송도 열성 시청자라 최근에 인기를 끄는 프로게이머가 누구인지 어떤 게임이 뜨는지도 훤하게 알고 있다.
특히 김 할아버지는 게임을 하면서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던 젊은 사람들의 말투나 신세대의 사고방식과 문화까지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예전에는 가끔 손자들을 보는 게 낙이었지만 게임을 접하게 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집에서는 엄마아빠 때문에 마음 놓고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손자들이 할아버지 댁에 서로 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할아버지가 아이템이라도 주려고 하면 용돈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요즘 애들이다. 몬스터 사냥을 떠나는 김 할아버지 마우스가 흥이 안 날 수 없다.
게임에 재미를 들인 다음부터는 왜 젊은 친구들이 PC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애쓰는 지도 이해하게 됐다. 김 할아버지도 최근에 용산에 가서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했다. 물론 새로 나온 대작 게임을 직접 해보기 위해서다. 그전엔 안 돌아가던 게임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입가에 절로 웃음이 번진다. 전에는 너무 느려서 앞사람을 따라가다가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젠 그럴 일도 없다.
게임을 통해 인생의 활력을 얻게 된 김 할아버지는 다른 모든 일에서도 새로 배우는 일을 꺼리지 않게 됐다. 이제는 초등학생인 손자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인터넷을 통해 일상 생활에 필요한 정보(일기예보, 식당정도 등)를 찾아내는 것도 누워서 떡먹기다.
다만, 한가지 극복하지 못한 게 있다면 `독수리 타법'이다. 게임 속에서의 나이야 상관없지만, 독수리 타법으로는 젊은 친구들의 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독수리 타법으로 채팅을 하다 초등학생으로 오해받고 길드에서 쫓겨난 아픈 기억도 잊혀지지 않는다.
김 할아버지는 가끔 대학동창들을 만날 때면 온라인게임 전도사가 된다. 그리고 손자들에게는 "게임을 즐기기만 할 게 아니라 장차 커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개발사들을 알게 됐는데, 실제 게임 개발사를 알고 보니 "이게 장차 나라도 돈 벌고 젊은이들 직장도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란다.
김 할아버지는 "젊으나 늙으나 게임에 빠져 중독 증세를 보이는 것은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게임 하는 것을 좋지 않게 보는 것도 옳지 않다"며, "잠깐씩 게임을 하다 보면 지루한 일상에 얼마나 활력이 넘치는지 모른다"면서 또 다시 게임 속 세상으로 사냥을 떠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