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역정 20년…꽃 피우다
대학 3학년때인 26세때 사장이 된 뒤 22년간 사장만 했던 조현정 비트컴퓨터 창업자. 올해 48세가 되면서 회장직에 오른 그는, 얼마 전 또 하나의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국내 벤처인들의 대표기구인 벤처기업협회 회장직이 바로 그것.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역 부근 비트컴퓨터 사옥 5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 그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여느 회장님들의 여유로운 모습과는 정반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로비에서 손님을 배웅하면서 잠깐 기자에게 눈인사를 한 그는, 홍보실 직원들에게 몇 가지 지시를 하고는 다시 회장실 옆 사장실에 들어가 잠시 회의를 갖고 뒤늦게 인터뷰에 응했다. 크게 쌍꺼풀진 눈에 유난히 동안(童顔)인 그는, 사장 시절과 다름없이 여전히 바쁘고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쉼 없이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 회장은 얼마 전 비트컴퓨터 지원자로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면 스트레스가 많다는 데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이 직업은 원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하고 시작하면 스트레스가 덜 쌓인다"는 것. 그는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 능력은 100인데 주위에서 70으로 평가해주면 무척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난 60 정도밖에 안 되는데 주변에서 80이라고 칭찬해주니 스트레스가 생길 이유가 있겠습니까." 솔직하면서도 긍정적인 그의 태도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회장이 되니 좀 여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조 회장은 손사래를 친다. 벤처기업협회 회장으로 내정된 뒤 주위에서 쏟아지는 기대와 관심으로 어깨가 무겁단다. 그는 기자와 인터뷰가 있던 날도 새벽에 삼성동 자택을 출발, 역삼동에 있는 협회에 들러 회의를 주재하고 오후에 다시 강남역에 있는 회사로 출근했다고 하루 일과를 소개했다.
인하대 3학년 재학시절에 창업해 `IT 업계 사관학교'로 불리는 비트컴퓨터를 일궈내기까지의 그의 삶은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를 연상시킬 정도로 극적이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충무로에서 기름때 묻은 장갑을 끼고 일하다,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하고, 1983년에는 비트컴퓨터를 설립했다. `벤처기업'이라는 단어조차 없었던 그 시절에, 그는 벤처 성공 신화를 일궈왔던 것이다.
성공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사회 공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기업을 하는 것도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고, 또 공헌하기 위해 기업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돈을 많이 번 사람보다 사회에 보탬이 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조 회장은 지난 2000년에 사재 20억을 털어 `조현정 학술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에서는 그동안 115명의 장학생을 지원했으며, 최근에는 벤처기업협회와 공동으로 실패한 벤처인 자녀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특이한 점은 장학생 선발 조건중 하나가 고등학생의 금연 약속이라는 점이다. 독특하게 금연을 내세운 것은 사람이 뭔가를 성취하려면 한 가지쯤은 평생 지킬 수 있는 성실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28일 오후 4시, 조 회장은 벤처기업협회 10차 정기총회에서 제 6대 벤처기업협회장에 정식 취임한다. 어렵사리 되살린 벤처의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할 중책을 맡게된 것이다.
그는 "벤처붐이 처음 불었던 1999~2000년과 지금은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올해 벤처업계의 화두로 `벤처의 글로벌화'를 꺼냈다. "벤처 1세대와 2세대 기업의 차이점을 굳이 찾는다면 회사의 매출중 해외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일 겁니다. 후발벤처인 레인콤ㆍ휴맥스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지요."
그는 올해 벤처기업협회의 주력 사업으로 벤처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지원을 꼽았다. 협회 회원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인케코퍼레이션이 그 중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조 회장은 이와 함께 "벤처기업협회가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고 또 국내 벤처 역사도 약 10년을 넘어섰다"며 "이제 협회가 벤처인들의 진정한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업계에는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문화관광부, 중소기업청 등의 산하에 벤처관련 협단체들이 많이 생겨났다. 조 회장은 "벤처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이들과 연대가 필요하다"며 "연대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내고 또 협회가 직접 손닿기 어려운 지방까지 네트워크를 만들어 지방 벤처를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립 10주년을 맞는 협회도 조 회장 체제가 되면서 운영형태나 운영진들이 상당수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벤처 1세대와 2세대간 신진교체와 더불어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인 참여자 중심으로 회장단이 구성될 예정이다. 조 회장은 오늘 총회에서 신규 임원진을 발표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01년 2월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시 인민대학습당에서 북한 IT 전문가 500명을 대상으로 강연한 바 있다. 지금은 개성공단 사업을 비롯해 남북경협 활동이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활발해졌다. 이제 벤처 업계에서도 남북교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 회장은 "당분간 IT 기업이 개성공단에 입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면서도, "협회 차원에서 통일을 대비해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라고 털어놨다.
대학생 벤처 1호로서, 그리고 가장 모범적인 벤처기업인으로서 존경받고 있는 그가 벤처 재도약을 위해 어떤 활약상을 펼쳐 보일지에 벤처업계의 기대어린 눈길이 쏠리고 있다.
대학 3학년때인 26세때 사장이 된 뒤 22년간 사장만 했던 조현정 비트컴퓨터 창업자. 올해 48세가 되면서 회장직에 오른 그는, 얼마 전 또 하나의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국내 벤처인들의 대표기구인 벤처기업협회 회장직이 바로 그것.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역 부근 비트컴퓨터 사옥 5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 그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여느 회장님들의 여유로운 모습과는 정반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로비에서 손님을 배웅하면서 잠깐 기자에게 눈인사를 한 그는, 홍보실 직원들에게 몇 가지 지시를 하고는 다시 회장실 옆 사장실에 들어가 잠시 회의를 갖고 뒤늦게 인터뷰에 응했다. 크게 쌍꺼풀진 눈에 유난히 동안(童顔)인 그는, 사장 시절과 다름없이 여전히 바쁘고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쉼 없이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 회장은 얼마 전 비트컴퓨터 지원자로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면 스트레스가 많다는 데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이 직업은 원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하고 시작하면 스트레스가 덜 쌓인다"는 것. 그는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 능력은 100인데 주위에서 70으로 평가해주면 무척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난 60 정도밖에 안 되는데 주변에서 80이라고 칭찬해주니 스트레스가 생길 이유가 있겠습니까." 솔직하면서도 긍정적인 그의 태도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회장이 되니 좀 여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조 회장은 손사래를 친다. 벤처기업협회 회장으로 내정된 뒤 주위에서 쏟아지는 기대와 관심으로 어깨가 무겁단다. 그는 기자와 인터뷰가 있던 날도 새벽에 삼성동 자택을 출발, 역삼동에 있는 협회에 들러 회의를 주재하고 오후에 다시 강남역에 있는 회사로 출근했다고 하루 일과를 소개했다.
인하대 3학년 재학시절에 창업해 `IT 업계 사관학교'로 불리는 비트컴퓨터를 일궈내기까지의 그의 삶은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를 연상시킬 정도로 극적이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충무로에서 기름때 묻은 장갑을 끼고 일하다,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하고, 1983년에는 비트컴퓨터를 설립했다. `벤처기업'이라는 단어조차 없었던 그 시절에, 그는 벤처 성공 신화를 일궈왔던 것이다.
성공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사회 공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기업을 하는 것도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고, 또 공헌하기 위해 기업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돈을 많이 번 사람보다 사회에 보탬이 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조 회장은 지난 2000년에 사재 20억을 털어 `조현정 학술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에서는 그동안 115명의 장학생을 지원했으며, 최근에는 벤처기업협회와 공동으로 실패한 벤처인 자녀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특이한 점은 장학생 선발 조건중 하나가 고등학생의 금연 약속이라는 점이다. 독특하게 금연을 내세운 것은 사람이 뭔가를 성취하려면 한 가지쯤은 평생 지킬 수 있는 성실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28일 오후 4시, 조 회장은 벤처기업협회 10차 정기총회에서 제 6대 벤처기업협회장에 정식 취임한다. 어렵사리 되살린 벤처의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할 중책을 맡게된 것이다.
그는 "벤처붐이 처음 불었던 1999~2000년과 지금은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올해 벤처업계의 화두로 `벤처의 글로벌화'를 꺼냈다. "벤처 1세대와 2세대 기업의 차이점을 굳이 찾는다면 회사의 매출중 해외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일 겁니다. 후발벤처인 레인콤ㆍ휴맥스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지요."
그는 올해 벤처기업협회의 주력 사업으로 벤처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지원을 꼽았다. 협회 회원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인케코퍼레이션이 그 중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조 회장은 이와 함께 "벤처기업협회가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고 또 국내 벤처 역사도 약 10년을 넘어섰다"며 "이제 협회가 벤처인들의 진정한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업계에는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문화관광부, 중소기업청 등의 산하에 벤처관련 협단체들이 많이 생겨났다. 조 회장은 "벤처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이들과 연대가 필요하다"며 "연대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내고 또 협회가 직접 손닿기 어려운 지방까지 네트워크를 만들어 지방 벤처를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립 10주년을 맞는 협회도 조 회장 체제가 되면서 운영형태나 운영진들이 상당수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벤처 1세대와 2세대간 신진교체와 더불어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인 참여자 중심으로 회장단이 구성될 예정이다. 조 회장은 오늘 총회에서 신규 임원진을 발표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01년 2월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시 인민대학습당에서 북한 IT 전문가 500명을 대상으로 강연한 바 있다. 지금은 개성공단 사업을 비롯해 남북경협 활동이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활발해졌다. 이제 벤처 업계에서도 남북교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 회장은 "당분간 IT 기업이 개성공단에 입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면서도, "협회 차원에서 통일을 대비해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라고 털어놨다.
대학생 벤처 1호로서, 그리고 가장 모범적인 벤처기업인으로서 존경받고 있는 그가 벤처 재도약을 위해 어떤 활약상을 펼쳐 보일지에 벤처업계의 기대어린 눈길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