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너머 e세상…고3 못잖은 학습열기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시고, 기타를 클릭하세요'
`네? 키타요? 아니 기탄가'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길은 항상 순탄치만은 않다. 컴퓨터라는 애물단지를 애(愛)물 단지로 만들기 위해 60이 넘은 노인들이 10평 남짓한 교육장에서 컴퓨터와 씨름을 하고 있다. 앞에 선 컴퓨터 강사는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농담을 던져보지만, 수강생들은 방금 배운 내용을 한번이라도 더 따라하기 위해 온 정신이 모니터에 쏠려 있다.
색다른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이 곳은 서울 은평구 진관외동에 자리잡은 은평노인종합복지관(www.ep-silver.org). 은평복지관은 노인 복지관 중에서도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힐 정도로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이다. 이 곳에서는 지난 99년부터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교육을 시작, 컴퓨터 초급반부터 고급반, 인터넷반, 포토샵반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고급반인 포토샵은 6개월 과정으로, 신청을 받기 시작하면 2~3시간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반적으로 정규 컴퓨터 교육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이 외에 오전 9시부터 컴퓨터실을 이용할 수 있는데, 아침 일찍부터 복지관에 나와 예습 복습하시는 노인들도 많다.
은평복지관의 엄재경 사회교육팀장은 "컴퓨터 반은 여가선용을 위한 다른 교양강좌와는 어르신들의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며 "무료 강좌임에도 불구하고 소속감과 책임감, 학습욕구가 강해서 언제나 90% 이상 출석률을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1시부터 2시 30분까지 진행된 컴퓨터 고급 1반 수업. 이날 수업 주제는 아래아한글에서 표 만들기였다. 어느 정도 자판도 익숙하고 아래아한글에서 문서 작성쯤은 익숙한 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표 만들기는 생소한지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를 풀지 않았다.
"자, 오늘은 초등학교 1학년생입니다. 잘 따라 하셔야합니다"
컴퓨터 강사가 넉넉한 웃음을 머금고 노련하게 강의를 진행했다. 돋보기 너머로 학생들에게 뭔가 알려주고자 하는 선생님의 눈빛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돋보기를 벗어들고 선생님을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눈빛이 공중에서 만나 부딪혀 작은 교육장 안이 뜨겁게 달궈졌다.
교육장 안에는 앞에서 강의하는 교사 외에 2명의 도우미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어딘가에서 `이게, 뭐지?'라고 혼잣말을 하고 있거나 누군가 잠시라도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이 포착된다 싶으면, 도우미들은 재빠르게 달려가 교육생의 마우스 위에 얹혀진 손을 잡고 하나하나 설명한다. 그러고 나면, 고개를 갸우뚱하던 교육생들도 금새 고개를 끄덕거린다.
고급 1반에는 열성적인 교육생들이 많아, 자발적 도우미까지 모두 3명의 도우미가 강사를 도와 20명이 채 안 되는 교육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3달째 컴퓨터 수업을 받고 있는 문영웅(65) 씨는 친절하게 써 있는 자료가 있는데도, 빼곡이 과정 하나하나를 메모했다.
"빨리빨리 해야하는데 잘 안 돼요. 그리고 금방 잊어버려요. 그래서 이렇게 자세히 적어놔야 나중에도 쉽게 쓸 수 있어요"
모르는 것을 물어가며 표를 만들다보니, 어느새 1시간 30분이 쏜살같이 흘렀다. 교육생들 입가에는 뿌듯한 미소가 흘렀다. 다음 시간에도 빠지지 않게 하려는 교육생을 유혹하는 강사의 마지막 멘트.
"다음에는 시간이 되면 청첩장 만들기도 해 보겠습니다. 자녀들 청첩장 만들어주면 좋아할 거예요"
교육생들은 오늘 배운 것을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다는데 귀가 솔깃해져, 다시금 컴퓨터 수업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이제는 어디에 가든 컴퓨터가 있잖아요. 컴퓨터를 배우면 손자하고 이야기도 하고 족보도 만들 수 있어서 컴퓨터를 배우려는 친구들이 많죠. 이렇게 컴퓨터를 배우면서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세상도 알게 되니 자신감이 생겨요"
오늘도 전국 100여 개가 넘는 어르신 정보화 교육기관에서는 살아온 인생보다 더 넓은 세상이 숨어있는 디지털 세상과 만나기 위해 노인들의 손과 눈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시고, 기타를 클릭하세요'
`네? 키타요? 아니 기탄가'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길은 항상 순탄치만은 않다. 컴퓨터라는 애물단지를 애(愛)물 단지로 만들기 위해 60이 넘은 노인들이 10평 남짓한 교육장에서 컴퓨터와 씨름을 하고 있다. 앞에 선 컴퓨터 강사는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농담을 던져보지만, 수강생들은 방금 배운 내용을 한번이라도 더 따라하기 위해 온 정신이 모니터에 쏠려 있다.
색다른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이 곳은 서울 은평구 진관외동에 자리잡은 은평노인종합복지관(www.ep-silver.org). 은평복지관은 노인 복지관 중에서도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힐 정도로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이다. 이 곳에서는 지난 99년부터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교육을 시작, 컴퓨터 초급반부터 고급반, 인터넷반, 포토샵반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고급반인 포토샵은 6개월 과정으로, 신청을 받기 시작하면 2~3시간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반적으로 정규 컴퓨터 교육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이 외에 오전 9시부터 컴퓨터실을 이용할 수 있는데, 아침 일찍부터 복지관에 나와 예습 복습하시는 노인들도 많다.
은평복지관의 엄재경 사회교육팀장은 "컴퓨터 반은 여가선용을 위한 다른 교양강좌와는 어르신들의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며 "무료 강좌임에도 불구하고 소속감과 책임감, 학습욕구가 강해서 언제나 90% 이상 출석률을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1시부터 2시 30분까지 진행된 컴퓨터 고급 1반 수업. 이날 수업 주제는 아래아한글에서 표 만들기였다. 어느 정도 자판도 익숙하고 아래아한글에서 문서 작성쯤은 익숙한 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표 만들기는 생소한지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를 풀지 않았다.
"자, 오늘은 초등학교 1학년생입니다. 잘 따라 하셔야합니다"
컴퓨터 강사가 넉넉한 웃음을 머금고 노련하게 강의를 진행했다. 돋보기 너머로 학생들에게 뭔가 알려주고자 하는 선생님의 눈빛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돋보기를 벗어들고 선생님을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눈빛이 공중에서 만나 부딪혀 작은 교육장 안이 뜨겁게 달궈졌다.
교육장 안에는 앞에서 강의하는 교사 외에 2명의 도우미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어딘가에서 `이게, 뭐지?'라고 혼잣말을 하고 있거나 누군가 잠시라도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이 포착된다 싶으면, 도우미들은 재빠르게 달려가 교육생의 마우스 위에 얹혀진 손을 잡고 하나하나 설명한다. 그러고 나면, 고개를 갸우뚱하던 교육생들도 금새 고개를 끄덕거린다.
고급 1반에는 열성적인 교육생들이 많아, 자발적 도우미까지 모두 3명의 도우미가 강사를 도와 20명이 채 안 되는 교육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3달째 컴퓨터 수업을 받고 있는 문영웅(65) 씨는 친절하게 써 있는 자료가 있는데도, 빼곡이 과정 하나하나를 메모했다.
"빨리빨리 해야하는데 잘 안 돼요. 그리고 금방 잊어버려요. 그래서 이렇게 자세히 적어놔야 나중에도 쉽게 쓸 수 있어요"
모르는 것을 물어가며 표를 만들다보니, 어느새 1시간 30분이 쏜살같이 흘렀다. 교육생들 입가에는 뿌듯한 미소가 흘렀다. 다음 시간에도 빠지지 않게 하려는 교육생을 유혹하는 강사의 마지막 멘트.
"다음에는 시간이 되면 청첩장 만들기도 해 보겠습니다. 자녀들 청첩장 만들어주면 좋아할 거예요"
교육생들은 오늘 배운 것을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다는데 귀가 솔깃해져, 다시금 컴퓨터 수업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이제는 어디에 가든 컴퓨터가 있잖아요. 컴퓨터를 배우면 손자하고 이야기도 하고 족보도 만들 수 있어서 컴퓨터를 배우려는 친구들이 많죠. 이렇게 컴퓨터를 배우면서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세상도 알게 되니 자신감이 생겨요"
오늘도 전국 100여 개가 넘는 어르신 정보화 교육기관에서는 살아온 인생보다 더 넓은 세상이 숨어있는 디지털 세상과 만나기 위해 노인들의 손과 눈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