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기 MBC 방송인프라국 부국장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00년 7월이다. 당시는 디지털TV방송을 시작하지도 않았던 시기여서, 문제를 제기했던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의 비교시험 제의를 정보통신부가 합리적으로 수용했다면 이 문제가 지금처럼 무거운 사안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정통부는 "수신기가 많이 팔렸고 방송을 시작한지 몇 년이 지났고..." 하면서 방식을 바꿀 수 없다고 역설한다. 전송방식에 대한 정통부의 주장이 하나 둘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자, 이러한 상황논리로 방식변경의 불가를 강변하는 정통부의 태도는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수신기 판매량이 정통부의 주장대로 심각한 수준인지도 따져보아야 할 문제다. 실제로 DTV전송방식과 관련된 수신기 판매량은 정통부의 주장대로 150만대가 아니고 15만대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지금 텔레비전 잘 보고 있는데 왜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그것은 미래에 펼쳐질 디지털 방송환경을 완전히 무시한 발언이며 과거의 잣대로 미래를 재단하려는 근시안적 사고다.
아날로그 시대의 텔레비전은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뉴스와 드라마, 웃음을 공유할 수 있는 안방매체였다. 이러한 텔레비전의 역할은 디지털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디지털시대의 텔레비전은 새로운 또 하나의 서비스를 요구받고 있다. 즉, 고정환경과 이동환경의 두 가지 서비스를 모두 만족시켜야 함이 세계적인 추세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동수신이 불가능한 미국식 전송방식은 반쪽방식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깝게는 대만이 1998년에 채택했던 미국방식을 버리고 유럽방식으로 변경했고, 싱가포르는 고정환경보다는 이동환경에 초점을 맞추어 서비스하고 있으며, 비교시험을 실시했던 대부분의 나라 또한 유럽식을 선택했다.
류필계 정보통신부 전파방송관리국장이 지난 12월15일자 디지털타임스에서 정통부 측 해외시찰단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영국이나 미국, 호주가 이동수신을 중시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한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며 정부 관료로서 균형 잡힌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이동수신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미국방식은 논외로 하더라도, 영국과 호주를 비롯해 이동수신이 가능한 유럽방식을 채택한 나라에서는 이동수신을 위해 정부 차원의 별도 대책을 세울 필요가 없다. 방송사들은 종전과 같이 방송을 하면 되고, 이동 중에 텔레비전을 보고 싶은 시청자들은 이동 중에 필요한 TV나 단말기를 준비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좀더 완벽한 이동수신을 위해 단말기를 개선하는 것은 단말기 제조업체의 몫이며, 전파음영지역을 줄이기 위해 중계기를 보강하는 것은 방송사의 몫이다.
류필계 국장은 방송사들이 디지털TV전환을 꺼리는 이유를 `투자비에 대한 부담과 통신방송 융합추세에 따른 기득권 포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전송방식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며 문제의 해결을 더욱 꼬이게 만들 뿐, `대화를 통해 설득하겠다'는 정통부의 기본 입장과 배치된다.
이제 해외시찰단 조사에 의해 혼란스러웠던 쟁점들은 명백히 밝혀졌다. "유럽방식은 HDTV가 안된다"는 정통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으며, "HDTV와 이동수신은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 역시 호주 시드니의 시연과 일본 NHK시연에서 서비스가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기술 논쟁은 끝났다. 남은 문제는 전송방식에 따른 산업적 효과다. 과연 방식이 변경되었을 때 정통부의 주장대로 수 십 조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하는지, 실제의 피해액수가 얼마인지, 그러한 피해에 견주어 수 십 년 간의 반쪽방송을 할 수밖에 없는 방송환경과 그에 따른 문화적？사회적 후퇴와 산업적 효과를 놓고 어떤 선택이 옳은지는 다시 따져보아야 할 문제다.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00년 7월이다. 당시는 디지털TV방송을 시작하지도 않았던 시기여서, 문제를 제기했던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의 비교시험 제의를 정보통신부가 합리적으로 수용했다면 이 문제가 지금처럼 무거운 사안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정통부는 "수신기가 많이 팔렸고 방송을 시작한지 몇 년이 지났고..." 하면서 방식을 바꿀 수 없다고 역설한다. 전송방식에 대한 정통부의 주장이 하나 둘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자, 이러한 상황논리로 방식변경의 불가를 강변하는 정통부의 태도는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수신기 판매량이 정통부의 주장대로 심각한 수준인지도 따져보아야 할 문제다. 실제로 DTV전송방식과 관련된 수신기 판매량은 정통부의 주장대로 150만대가 아니고 15만대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지금 텔레비전 잘 보고 있는데 왜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그것은 미래에 펼쳐질 디지털 방송환경을 완전히 무시한 발언이며 과거의 잣대로 미래를 재단하려는 근시안적 사고다.
아날로그 시대의 텔레비전은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뉴스와 드라마, 웃음을 공유할 수 있는 안방매체였다. 이러한 텔레비전의 역할은 디지털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디지털시대의 텔레비전은 새로운 또 하나의 서비스를 요구받고 있다. 즉, 고정환경과 이동환경의 두 가지 서비스를 모두 만족시켜야 함이 세계적인 추세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동수신이 불가능한 미국식 전송방식은 반쪽방식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깝게는 대만이 1998년에 채택했던 미국방식을 버리고 유럽방식으로 변경했고, 싱가포르는 고정환경보다는 이동환경에 초점을 맞추어 서비스하고 있으며, 비교시험을 실시했던 대부분의 나라 또한 유럽식을 선택했다.
류필계 정보통신부 전파방송관리국장이 지난 12월15일자 디지털타임스에서 정통부 측 해외시찰단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영국이나 미국, 호주가 이동수신을 중시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한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며 정부 관료로서 균형 잡힌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이동수신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미국방식은 논외로 하더라도, 영국과 호주를 비롯해 이동수신이 가능한 유럽방식을 채택한 나라에서는 이동수신을 위해 정부 차원의 별도 대책을 세울 필요가 없다. 방송사들은 종전과 같이 방송을 하면 되고, 이동 중에 텔레비전을 보고 싶은 시청자들은 이동 중에 필요한 TV나 단말기를 준비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좀더 완벽한 이동수신을 위해 단말기를 개선하는 것은 단말기 제조업체의 몫이며, 전파음영지역을 줄이기 위해 중계기를 보강하는 것은 방송사의 몫이다.
류필계 국장은 방송사들이 디지털TV전환을 꺼리는 이유를 `투자비에 대한 부담과 통신방송 융합추세에 따른 기득권 포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전송방식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며 문제의 해결을 더욱 꼬이게 만들 뿐, `대화를 통해 설득하겠다'는 정통부의 기본 입장과 배치된다.
이제 해외시찰단 조사에 의해 혼란스러웠던 쟁점들은 명백히 밝혀졌다. "유럽방식은 HDTV가 안된다"는 정통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으며, "HDTV와 이동수신은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 역시 호주 시드니의 시연과 일본 NHK시연에서 서비스가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기술 논쟁은 끝났다. 남은 문제는 전송방식에 따른 산업적 효과다. 과연 방식이 변경되었을 때 정통부의 주장대로 수 십 조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하는지, 실제의 피해액수가 얼마인지, 그러한 피해에 견주어 수 십 년 간의 반쪽방송을 할 수밖에 없는 방송환경과 그에 따른 문화적？사회적 후퇴와 산업적 효과를 놓고 어떤 선택이 옳은지는 다시 따져보아야 할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