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전자업체의 임원을 만났다. 이 임원은 1990년대 초반부터 향후 거대 시장으로 부상할 디지털TV 시장을 위해 국산 칩 개발팀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는 최근 디지털TV 전송규격의 미국식과 유럽식을 놓고 또다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이 정치적 이슈로 흐를 것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디지털TV 전송규격은 정부가 지난 1997년 12월 미국식(8-VSB)으로 정하며 사실상 표준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이후 2000년 8월 한 방송국이 양 규격간 비교시험을 실시한 결과 미국식이 이동수신에 단점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뜨거운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 3년여가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디지털TV에 대한 논쟁은 방송국과 방송국 노조, 방송관련 단체들의 문제 제기속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해 있다.
전자업계의 이 임원은 이 논쟁의 정당성과 필요를 떠나 현 시점의 규격논쟁이 산업적 발전 측면에서 전혀 득이 없는 정치적 게임이 아니냐는 시각을 피력했다. 표준은 제정 당시의 최적 기술로, 이를 통해 제품이 나오고 산업이 발전한다. 또 기술은 항시 새롭게 발전하고 업그레이드되며, 이에 맞춰 한 단계 발전된 기술 적용을 위해 표준을 보완해 사용하면 된다는 징검다리식 발전모델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1997년말 표준 제정부터 보면 근 5년을 넘은 현재까지 전송규격을 둘러싼 소모전 양상의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것이 LG전자ㆍ삼성전자ㆍ대우 등 전자업체들이 과거 10여년의 연구개발 끝에 디지털TV 핵심 칩의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디지털TV에는 이 칩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우수하지만, 양산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대부분의 디지털TV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전용칩 대신 외국 업체들의 범용 칩을 사용하고 있다. 범용 칩은 디지털TV뿐만 아니라 다른 응용 시장에도 사용돼 규모의 경제는 가능하나, 전용 디지털TV 칩에 비해서는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국내 기술로 개발한 칩을 탑재한 디지털TV를 생산 판매해, 세계를 대상으로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떨치겠다던 많은 엔지니어들의 꿈이 소모적인 논쟁으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는 게 산업계의 시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어찌됐던 미국의 전송규격에 맞춰 이미 디지털 시험방송이 시작됐고, 광역시를 시작으로 조만간 본방송이 개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자칫 규격논쟁이 산업계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주관부처인 정보통신부는 HDTV 방송이 실시 3년째로 대중확산의 단계로 특별한 하자가 없는 현 방식에 대한 비교시험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방송국 노조와 관련 단체는 방송위원회에서 연일 전송규격 전환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전자업체의 일각에서는 "규격논쟁의 이면에는 방송국이 HD 방송에 있어 장비구매와 방송환경 개선 등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하고, 더욱이 HD방송의 본격화는 방송국의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불러오는 등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각 방송사별로 진척정도가 달라 다가올 HDTV 시대의 헤게모니 경쟁을 위해 일정을 늦춰 투자 시점을 벌기 위한 전략적인 측면도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상호의 의견차는 심하다.
디지털TV는 이제 일정 궤도에 올랐다. 이제 해외에 제품을 팔아 돈을 벌 시점이다. 소모적 논쟁으로 디지털TV 일정이 변경되는 등 산업발전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서낙영 산업부 차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디지털TV 전송규격은 정부가 지난 1997년 12월 미국식(8-VSB)으로 정하며 사실상 표준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이후 2000년 8월 한 방송국이 양 규격간 비교시험을 실시한 결과 미국식이 이동수신에 단점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뜨거운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 3년여가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디지털TV에 대한 논쟁은 방송국과 방송국 노조, 방송관련 단체들의 문제 제기속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해 있다.
전자업계의 이 임원은 이 논쟁의 정당성과 필요를 떠나 현 시점의 규격논쟁이 산업적 발전 측면에서 전혀 득이 없는 정치적 게임이 아니냐는 시각을 피력했다. 표준은 제정 당시의 최적 기술로, 이를 통해 제품이 나오고 산업이 발전한다. 또 기술은 항시 새롭게 발전하고 업그레이드되며, 이에 맞춰 한 단계 발전된 기술 적용을 위해 표준을 보완해 사용하면 된다는 징검다리식 발전모델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1997년말 표준 제정부터 보면 근 5년을 넘은 현재까지 전송규격을 둘러싼 소모전 양상의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것이 LG전자ㆍ삼성전자ㆍ대우 등 전자업체들이 과거 10여년의 연구개발 끝에 디지털TV 핵심 칩의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디지털TV에는 이 칩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우수하지만, 양산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대부분의 디지털TV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전용칩 대신 외국 업체들의 범용 칩을 사용하고 있다. 범용 칩은 디지털TV뿐만 아니라 다른 응용 시장에도 사용돼 규모의 경제는 가능하나, 전용 디지털TV 칩에 비해서는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국내 기술로 개발한 칩을 탑재한 디지털TV를 생산 판매해, 세계를 대상으로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떨치겠다던 많은 엔지니어들의 꿈이 소모적인 논쟁으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는 게 산업계의 시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어찌됐던 미국의 전송규격에 맞춰 이미 디지털 시험방송이 시작됐고, 광역시를 시작으로 조만간 본방송이 개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자칫 규격논쟁이 산업계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주관부처인 정보통신부는 HDTV 방송이 실시 3년째로 대중확산의 단계로 특별한 하자가 없는 현 방식에 대한 비교시험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방송국 노조와 관련 단체는 방송위원회에서 연일 전송규격 전환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전자업체의 일각에서는 "규격논쟁의 이면에는 방송국이 HD 방송에 있어 장비구매와 방송환경 개선 등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하고, 더욱이 HD방송의 본격화는 방송국의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불러오는 등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각 방송사별로 진척정도가 달라 다가올 HDTV 시대의 헤게모니 경쟁을 위해 일정을 늦춰 투자 시점을 벌기 위한 전략적인 측면도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상호의 의견차는 심하다.
디지털TV는 이제 일정 궤도에 올랐다. 이제 해외에 제품을 팔아 돈을 벌 시점이다. 소모적 논쟁으로 디지털TV 일정이 변경되는 등 산업발전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서낙영 산업부 차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