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IT업체들에게는 다른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몇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중국지역이라는 뜻의 중국구(中國區)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여기서 구란 거대한 전 중국대륙과 대만, 홍콩을 아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중화권 전체를 통칭하는 중국구를 보유해 글로벌경영에 나선다고 보면 된다.
또 이들 중국구의 최고책임자에 한결같이 중국인들을 앉히는 것도 또다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 8월 11일 중국 IT업계에는 정말 놀랄만한 인사사건 한건이 발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자사 중국구 CEO에 중국 모토로라전자 회장겸 총재였던 대만 출신의 천용정(陳永正ㆍ45)을 전격 스카웃해 기용한 것이다. 더구나 이 인사는 모토로라 출신의 최고경영자가 마이크로소프트로 이동하는 전례가 없었던 만큼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얼마나 중국구 총재에 중국인을 앉히려 집착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집착사례 말고도 중국구를 둔채 중국인을 책임자로 두는 다국적 IT업체들은 많다.
휴렛패커드를 먼저 꼽을 수 있다. 휴렛패커드의 대만지구 CEO와 중국지구 사장을 지낸 바 있는 쏜전야오(孫振耀ㆍ44)를 지난 2000년부터 총재로 승진시켜 일하게 하고 있다.
시스코시스템네트워크도 마찬가지다. 대만 출신의 두자빈(杜家濱ㆍ49)을 지난 1998년부터 총재로 중용해오고 있다.
오토데스크, 사이베이스, 베리타스, 머큐리인터액티브(MI) 등 다른 다국적 업체들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각각 가오췬야오(高群耀ㆍ42), 펑싱쥔(馮星君ㆍ44), 쉬용싱(徐永興ㆍ36), 천웨이옌(陳偉淵ㆍ43) 등을 각각 총재, 사장 등 최고경영자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구를 설립해 중국인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중국 진출 다국적 IT업체들은 부지기수에 이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세계적, 다국적 IT업체들이 중국구를 경쟁적으로 설립하고 중국 IT인력을 중용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인구 전체에서 보듯 시장잠재력이 무한한데다 중국 IT인력들의 능력이 뛰어난 탓이다. 현재 검증된 인력들의 능력을 일변하면 더욱 알기 쉽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천 총재의 IT 이력은 왜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를 주목해 마침내 자신들의 사람으로 만들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대만 타이중(臺中) 출신인 그는 지난 1980년대 중반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수학과 컴퓨터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으면서 IT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뎠다.
석사학위 취득후 AT&T 벨 실험실에서 근무하는 행운을 잡은 그는 92년 마침내 중국과 인연을 맺는 전기를 마련한다. 중국에 근무하겠다는 일념하에 모토로라로 과감히 직장을 옮긴 것이다. 그는 결국 93년 모토로라의 영업을 총괄하는 시장총감(總監)이라는 직책을 가진채 중국에 진출하는 기회를 잡았다.
이후 지난 10여년동안 모토로라로 하여금 중국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게 만든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레 증명되는 것이다. 실제 중국 정보통신 당국이 무척 높이 평가하는 이른바 `2006년 이전까지 매출액과 투자액, 중국 부품구매액 공히 100억달러를 돌파한다'는 모토로라의 경영목표는 그가 총재시절 입안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로 인해 중국내 매출과 영업 이익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그의 영입에 혈안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비롯한 본사 경영진들의 절대적 신뢰에 힘입어 단숨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양대 맹장인 탕쥔(唐駿) 영업담당 총재와 황춘이(黃存義) 시장총감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위치를 차지했다.
휴렛패커드 쑨총재도 만만치 않다. 비록 휴렛패커드가 중국에 진출한지 20년이 됐지만 발전은 대체로 최근 급속도로 이뤄졌다. 그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됐다는 판단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 그는 총재로 일한 지난 4년동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중국시장의 매출액을 무려 3%로 끌어올리는 기적을 이끌어냈다. 취급품목도 PC는 물론 프린터, 이동통신 설비, 각종 하드웨어 분야 제품 등으로 다양화하는데 성공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최근 여성 CEO인 칼리 피오리나가 중국을 매년 1차례 이상 방문하고 3개월에 한번, 1시간씩 중국시장과 관련한 보고를 받는 것은 이런 실적의 소산이라 해도 좋다. 피오리나 CEO가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에서 하드웨어 제품으로 1위를 하지 못하면 전세계에서 1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중국시장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두자빈 총재를 비롯한 다른 최고경영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스코 중국구를 맡은지 5년만에 50대 다국적 업체들중 중국내 매출 4위를 기록케 만든 두 총재도 큰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또 오토데스크 가오 총재 경우가 각별히 눈에 띈다. 중국구가 2003년 6월 설립됐음에도 중국당국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는 파격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가오 총재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경제특구 선전이 받는 특혜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디지털화 설계소프트웨어와 디지털화 공정기술에 관한한 발군의 실력을 가진 오토데스크를 높이 평가했다는 얘기이다.
다국적 업체들이 중국과 중국인력을 중시하는 또다른 이유는 중국시장이 세계시장의 전진기지라는 사실과 중국인을 통해야만 시장공략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를테면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중국시장에서 성공해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서 낙오하지 않겠다는 의중인 것이다. 여기에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과 중국의 적극적 외자유치 노력도 나름대로 이유로 꼽힌다.
간과해서는 안될 이유도 있다. 다국적 IT업체들이 미래 라이벌이 될지 모를 중국기업들에게 인력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즉 가능성있는 고급인력들을 입도선매해 아예 성장잠재력을 더디게 만들자는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이제이(以夷制夷)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고도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한번 불붙은 다국적 IT업체들의 중국구 설립과 최고급 중국 IT인력 확보노력은 당분간 쉼없이 계속될 전망이다. 배경에는 복잡한 기업들의 손익계산이 깔려 있지만 외견상으로는 중국구와 중국계 최고경영자 전성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홍순도특파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중국지역이라는 뜻의 중국구(中國區)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여기서 구란 거대한 전 중국대륙과 대만, 홍콩을 아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중화권 전체를 통칭하는 중국구를 보유해 글로벌경영에 나선다고 보면 된다.
또 이들 중국구의 최고책임자에 한결같이 중국인들을 앉히는 것도 또다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 8월 11일 중국 IT업계에는 정말 놀랄만한 인사사건 한건이 발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자사 중국구 CEO에 중국 모토로라전자 회장겸 총재였던 대만 출신의 천용정(陳永正ㆍ45)을 전격 스카웃해 기용한 것이다. 더구나 이 인사는 모토로라 출신의 최고경영자가 마이크로소프트로 이동하는 전례가 없었던 만큼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얼마나 중국구 총재에 중국인을 앉히려 집착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집착사례 말고도 중국구를 둔채 중국인을 책임자로 두는 다국적 IT업체들은 많다.
휴렛패커드를 먼저 꼽을 수 있다. 휴렛패커드의 대만지구 CEO와 중국지구 사장을 지낸 바 있는 쏜전야오(孫振耀ㆍ44)를 지난 2000년부터 총재로 승진시켜 일하게 하고 있다.
시스코시스템네트워크도 마찬가지다. 대만 출신의 두자빈(杜家濱ㆍ49)을 지난 1998년부터 총재로 중용해오고 있다.
오토데스크, 사이베이스, 베리타스, 머큐리인터액티브(MI) 등 다른 다국적 업체들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각각 가오췬야오(高群耀ㆍ42), 펑싱쥔(馮星君ㆍ44), 쉬용싱(徐永興ㆍ36), 천웨이옌(陳偉淵ㆍ43) 등을 각각 총재, 사장 등 최고경영자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구를 설립해 중국인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중국 진출 다국적 IT업체들은 부지기수에 이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세계적, 다국적 IT업체들이 중국구를 경쟁적으로 설립하고 중국 IT인력을 중용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인구 전체에서 보듯 시장잠재력이 무한한데다 중국 IT인력들의 능력이 뛰어난 탓이다. 현재 검증된 인력들의 능력을 일변하면 더욱 알기 쉽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천 총재의 IT 이력은 왜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를 주목해 마침내 자신들의 사람으로 만들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대만 타이중(臺中) 출신인 그는 지난 1980년대 중반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수학과 컴퓨터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으면서 IT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뎠다.
석사학위 취득후 AT&T 벨 실험실에서 근무하는 행운을 잡은 그는 92년 마침내 중국과 인연을 맺는 전기를 마련한다. 중국에 근무하겠다는 일념하에 모토로라로 과감히 직장을 옮긴 것이다. 그는 결국 93년 모토로라의 영업을 총괄하는 시장총감(總監)이라는 직책을 가진채 중국에 진출하는 기회를 잡았다.
이후 지난 10여년동안 모토로라로 하여금 중국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게 만든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레 증명되는 것이다. 실제 중국 정보통신 당국이 무척 높이 평가하는 이른바 `2006년 이전까지 매출액과 투자액, 중국 부품구매액 공히 100억달러를 돌파한다'는 모토로라의 경영목표는 그가 총재시절 입안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로 인해 중국내 매출과 영업 이익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그의 영입에 혈안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비롯한 본사 경영진들의 절대적 신뢰에 힘입어 단숨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양대 맹장인 탕쥔(唐駿) 영업담당 총재와 황춘이(黃存義) 시장총감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위치를 차지했다.
휴렛패커드 쑨총재도 만만치 않다. 비록 휴렛패커드가 중국에 진출한지 20년이 됐지만 발전은 대체로 최근 급속도로 이뤄졌다. 그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됐다는 판단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 그는 총재로 일한 지난 4년동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중국시장의 매출액을 무려 3%로 끌어올리는 기적을 이끌어냈다. 취급품목도 PC는 물론 프린터, 이동통신 설비, 각종 하드웨어 분야 제품 등으로 다양화하는데 성공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최근 여성 CEO인 칼리 피오리나가 중국을 매년 1차례 이상 방문하고 3개월에 한번, 1시간씩 중국시장과 관련한 보고를 받는 것은 이런 실적의 소산이라 해도 좋다. 피오리나 CEO가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에서 하드웨어 제품으로 1위를 하지 못하면 전세계에서 1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중국시장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두자빈 총재를 비롯한 다른 최고경영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스코 중국구를 맡은지 5년만에 50대 다국적 업체들중 중국내 매출 4위를 기록케 만든 두 총재도 큰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또 오토데스크 가오 총재 경우가 각별히 눈에 띈다. 중국구가 2003년 6월 설립됐음에도 중국당국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는 파격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가오 총재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경제특구 선전이 받는 특혜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디지털화 설계소프트웨어와 디지털화 공정기술에 관한한 발군의 실력을 가진 오토데스크를 높이 평가했다는 얘기이다.
다국적 업체들이 중국과 중국인력을 중시하는 또다른 이유는 중국시장이 세계시장의 전진기지라는 사실과 중국인을 통해야만 시장공략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를테면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중국시장에서 성공해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서 낙오하지 않겠다는 의중인 것이다. 여기에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과 중국의 적극적 외자유치 노력도 나름대로 이유로 꼽힌다.
간과해서는 안될 이유도 있다. 다국적 IT업체들이 미래 라이벌이 될지 모를 중국기업들에게 인력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즉 가능성있는 고급인력들을 입도선매해 아예 성장잠재력을 더디게 만들자는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이제이(以夷制夷)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고도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한번 불붙은 다국적 IT업체들의 중국구 설립과 최고급 중국 IT인력 확보노력은 당분간 쉼없이 계속될 전망이다. 배경에는 복잡한 기업들의 손익계산이 깔려 있지만 외견상으로는 중국구와 중국계 최고경영자 전성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홍순도특파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