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하고 끔찍하다. 치미는 분노를 억누를 수가 없다. 참으로 참담한 일주일이었다. 매스미디어들은 일주일 내내 두 번 다시 쳐다보기도 싫은 대구지하철 방화 현장을 연신 비춰대고 있다. `살려주세요'를 되풀이하는 한 희생자의 다급한 목소리. 졸지에 자식을 떠나 보낸 부모들의 절규. 지켜보는 사람들조차 차마 쏟아지는 눈물을 참아낼 수가 없다.
과연 이 나라, 이 사회에서 계속 살아가야 하는지 확신을 갖지 못하는 사람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차를 타면서도, 지하철 속에서도 백화점을 가면서도 심지어 집안에 있는 순간까지도 불안감은 떠나질 않는다.
사는 게 무섭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세상이 두렵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자고 나면 터지고 불타고 붕괴되는 세상을 제정신으로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사고 이후 지하철에는 늦은 시각임에도 모두들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경계하느라 잠든 사람이 없다고 한다. 하루 일과에 찌든 사람들에게서 퇴근 지하철에서의 달콤한 졸음이라는 조그만 행복마저 앗아가 버렸다.
심지어는 자식을 이런 포악한 세상에서 키우고 싶지 않다면서 이민 보따리를 꾸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몇날 며칠이 흐르면 일부 실무자들에 대한 요식적인 처벌과 희생자를 위한 모금행사, 그야말로 상투적이고 형식적인 각종 중장기 대책을 내세우며 사고를 대충 마무리할 것이라는 걸 누구나 안다.
그리고 우리는 곧 잊게 될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지극히 앞뒤가 맞지 않는 상투적인 위안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책임을 모면하려 할 것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니. 그러면 영문도 모른 채 어이없이 죽어간 희생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사고가 일어난 뒤에 편성되는 언론사들의 각종 `긴급 토론'도 형식적이긴 마찬가지다. 핵심을 짚어내지 못한다. 그저 `산 사람'들만이 벌이는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일본과 프랑스의 지하철은 모두 화재에 안전하게 설계돼있고 각종 사회 안전망이 완벽하게 구축돼 있으며 우리는 너무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등등의 오히려 희생자나 그 가족들의 가슴에 두 번 못을 박는 말들로 가득 채워질 뿐이다.
이런 식으론 안된다. 죽은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이런 식의 처방이 또 다른 참사를 막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번 경험해오지 않았는가. 어찌하여 이 사회는 `참사의 연속'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어찌하여 우리는 계속되는 참사를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운명론으로 얼버무리려 하는가.
이제 우리는, 우리 사회는 `발전 지상주의'라는 조급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발전을 위해 웬만한 희생을 감수하자는 지극히 유아적 발상을 떨쳐버려야 한다. 경제적인 부유함 이전에 인간답고 아름다운 사회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5개년 계획, 10개년 계획에 집착하기에 앞서 당장 눈앞에 펼쳐진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반성이 앞서야 한다.
산 아래에 있는 사람은 아름다운 산의 정상을 관찰하려고 망원경을 사용한다. 하지만 산 정상에 서 있는 사람의 망원경은 산 아래의 현실을 바라보기 위한 것이다. 확실하지 않은 미래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한다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우주 만물 중에 가장 중요하고도 고귀한 것은 `현재의 나'이기 때문이다.
2003년 2월의 참혹한 현실 속에 놓여있는 우리에겐 100미터, 1000미터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망원경이 필요한 게 아니다. 곪을 대로 곪고 썩어 문드러진 우리들 자신과 우리 사회의 내장을 들여다볼 내시경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잘라낼 것은 잘라내고 도려낼 것은 도려내야 한다. 바꿔야 할 것은 바꾸고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 사는 것처럼 살아낼 수 있다.
과연 이 나라, 이 사회에서 계속 살아가야 하는지 확신을 갖지 못하는 사람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차를 타면서도, 지하철 속에서도 백화점을 가면서도 심지어 집안에 있는 순간까지도 불안감은 떠나질 않는다.
사는 게 무섭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세상이 두렵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자고 나면 터지고 불타고 붕괴되는 세상을 제정신으로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사고 이후 지하철에는 늦은 시각임에도 모두들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경계하느라 잠든 사람이 없다고 한다. 하루 일과에 찌든 사람들에게서 퇴근 지하철에서의 달콤한 졸음이라는 조그만 행복마저 앗아가 버렸다.
심지어는 자식을 이런 포악한 세상에서 키우고 싶지 않다면서 이민 보따리를 꾸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몇날 며칠이 흐르면 일부 실무자들에 대한 요식적인 처벌과 희생자를 위한 모금행사, 그야말로 상투적이고 형식적인 각종 중장기 대책을 내세우며 사고를 대충 마무리할 것이라는 걸 누구나 안다.
그리고 우리는 곧 잊게 될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지극히 앞뒤가 맞지 않는 상투적인 위안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책임을 모면하려 할 것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니. 그러면 영문도 모른 채 어이없이 죽어간 희생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사고가 일어난 뒤에 편성되는 언론사들의 각종 `긴급 토론'도 형식적이긴 마찬가지다. 핵심을 짚어내지 못한다. 그저 `산 사람'들만이 벌이는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일본과 프랑스의 지하철은 모두 화재에 안전하게 설계돼있고 각종 사회 안전망이 완벽하게 구축돼 있으며 우리는 너무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등등의 오히려 희생자나 그 가족들의 가슴에 두 번 못을 박는 말들로 가득 채워질 뿐이다.
이런 식으론 안된다. 죽은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이런 식의 처방이 또 다른 참사를 막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번 경험해오지 않았는가. 어찌하여 이 사회는 `참사의 연속'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어찌하여 우리는 계속되는 참사를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운명론으로 얼버무리려 하는가.
이제 우리는, 우리 사회는 `발전 지상주의'라는 조급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발전을 위해 웬만한 희생을 감수하자는 지극히 유아적 발상을 떨쳐버려야 한다. 경제적인 부유함 이전에 인간답고 아름다운 사회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5개년 계획, 10개년 계획에 집착하기에 앞서 당장 눈앞에 펼쳐진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반성이 앞서야 한다.
산 아래에 있는 사람은 아름다운 산의 정상을 관찰하려고 망원경을 사용한다. 하지만 산 정상에 서 있는 사람의 망원경은 산 아래의 현실을 바라보기 위한 것이다. 확실하지 않은 미래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한다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우주 만물 중에 가장 중요하고도 고귀한 것은 `현재의 나'이기 때문이다.
2003년 2월의 참혹한 현실 속에 놓여있는 우리에겐 100미터, 1000미터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망원경이 필요한 게 아니다. 곪을 대로 곪고 썩어 문드러진 우리들 자신과 우리 사회의 내장을 들여다볼 내시경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잘라낼 것은 잘라내고 도려낼 것은 도려내야 한다. 바꿔야 할 것은 바꾸고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 사는 것처럼 살아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