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쉔무 게임 해봤니?"
"물론."
"그래 어땠어?"
"마치 게임 속에서 진짜 삶을 사는 거 같아."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리야?"
"길거리에서 만나는 누구와도 얘기를 나눌 수 있고, 오락장에 들어가 마음대로 게임을 할 수도 있지. 식료품점에 들러서 소다수까지 마실 수 있다니까."
"놀랍군. 근데 그런 게 재밌어?"
"재미있냐구? 느려터지고 지루하기 짝이 없지. 그런데도 게임을 멈출 수 없으니 거 참 이상한 일이야."
두 사람이 나누는 얘기에서 짐작하겠지만, `쉔무'는 야심차고 상상력이 넘치는 게임 시리즈 중 하나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정말 지루하다. 새로 나온 `쉔무2'는 전편의 야심과 상상력은 그대로 간직한 채 조금 덜 지루한 게임이 되어 돌아왔다.
게임 동작이 어설프고 말투가 투박한 건 전편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게이머들은 싸구려 격투기 영화 속에 들어가서 사는 듯한 느낌을 즐긴다지만, 쉔무처럼 야심찬 게임 시리즈에서 세련되지 못한 대화는 거의 비극에 가까워 보인다.
심지어 쉔무를 호평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3분의 2가량 게임이 진행될 때까지 액션이 시작되지 않는다는데 대해서는 불만을 터뜨린다. 게임 속에서 격투기 수련생인 주인공 료(Ryo)가 아버지의 살인자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지만, 3분의 2 지점까지 지나도 정작 격투신이 별로 없다.
특히 료가 만나는 사람마다 아버지의 살인자를 봤냐며 묻고 다니는 장면들은 전혀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한다. 거의 전 게임에 걸쳐 살인자 랜디를 찾아다니는데 시간을 소비하지만, 결국은 원수를 찾아내지도 못한다. 왜냐면 쉔무는 3편까지 이어지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쉔무2는 떠들고 빈둥거리고 낡은 비디오게임이나 하면서 게임의 상당부분을 허비하도록 놔두지는 않는다. 이 게임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랜디를 뒤쫓아 홍콩으로 온 료는 발빠르게 도둑을 추적하고, 자객을 때려누이고, 돌진해 오는 오토바이를 피한다.
이 게임을 하면서 보내는 1분은 쉔무 시간으로는 15분에 해당한다. 전작에서는 모든 사건이 실시간으로 벌어진다는 기발한 착상을 했었다. 그래서 만일 지금이 오전 11시이고 오후 6시에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했다면 플레이어는 그때까지 오락장 같은데 들어가 시간을 죽여야 했다. 처음에는 게임속의 시간과 실제 시간이 같다는 것이 정말 멋진 아이디어로 보였다. 그러나 게임이란 원래 한가한 시간을 죽이는 일인데, 게임 속에서까지 시간을 죽이기 위해 빈둥거려야 한다는 게 웬 말인가. 쉔무2에서는 플레이어가 옵션을 선택해 약속시간까지 건너뛸 수 있도록 했다. 어떻게 보면 이런 변화는 쉔무의 독창성에 대한 배신행위다. 하지만 덕분에 게임은 훨씬 흥미로워졌다.
전작에서 료가 지게차를 운전하는 장면도 정말 지겨웠는데, 쉔무2에서는 다행히 자동차를 몬다. 또 오리지널 쉔무에서는 물리쳐야 할 적이 랜디의 심복인 차이(Chai)였고, 게임은 그를 패배시키면서 끝이 났다. 하지만 쉔무2는 악인이 죽어도 게임이 바로 끝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산길을 따라 걸어가며 젊은 여자와 얘기를 나눈다. 이 사소하지만 아름답고 목가적인 마지막 장면은 전작 게임이 실패했던 것, 즉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다 준다.
비록 쉔무는 한 젊은이가 살인자에게 복수를 한다는 간단한 줄거리지만, 쉔무2에서는 복수심에 사로잡힌 료가 직면하게 되는 위험이 좀 더 실감나게 묘사됐다. 신비스러운 마지막 장면은 다음 게임이 아주 기묘하게 전개될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쉔무2는 결점들을 없애버림으로써 좀 더 향상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캡콤의 오니무사(Onimusha )2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무라이의 운명을 다룬 이 게임은 전작보다 나아졌을 뿐 아니라 새로운 기능을 덧붙여 더욱 깊이있는 게임으로 등장했다.
액션게임인 전작에서 이 게임의 무사들은 악마를 죽이고 때로 수수께끼를 풀면서 돌아다녔다. 오니무사2는 롤플레잉게임에 가까운 기능들을 추가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괴물을 죽이면 황금이 떨어진다. 이 황금은 마을에 내려가 아이템을 사는 데 쓰인다. 이 아이템들은 친한 무사에게 줄 수도 있고 그 대가로 선물을 받기도 한다. 무사들은 서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다르다. 그래서 역사책을 주면 매우 좋아하는 무사가 있는가 하면 마지못해 받는 무사도 있다.
친한 무사들은 서로의 전투를 도와주기도 한다. 나는 케이크 한 조각이나 술만 줘도 쉽게 기분을 맞춰줄 수 있는 호색가인 에케이 무사와 한편이 되어 싸웠다. 전편과 비교해 흥미로운 수수께끼가 적어진 점은 아쉬웠다.
하긴 변화란 모든 사람들 만족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쉔무2 때문에 X박스를 샀다는 친구 하나는 내가 싫어했던 점, 예컨대 지게차를 운전하고 오락장에서 몇 시간씩 죽치는 일 따위를 그리워하며, 새로나온 게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쉔무3를 기다리는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은, 주인공 료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센무3의 디자이너가 나같은 게이머를 만족시킬 것인가, 아니면 내 친구같은 게이머의 요구를 들어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그래 어땠어?"
"마치 게임 속에서 진짜 삶을 사는 거 같아."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리야?"
"길거리에서 만나는 누구와도 얘기를 나눌 수 있고, 오락장에 들어가 마음대로 게임을 할 수도 있지. 식료품점에 들러서 소다수까지 마실 수 있다니까."
"놀랍군. 근데 그런 게 재밌어?"
"재미있냐구? 느려터지고 지루하기 짝이 없지. 그런데도 게임을 멈출 수 없으니 거 참 이상한 일이야."
두 사람이 나누는 얘기에서 짐작하겠지만, `쉔무'는 야심차고 상상력이 넘치는 게임 시리즈 중 하나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정말 지루하다. 새로 나온 `쉔무2'는 전편의 야심과 상상력은 그대로 간직한 채 조금 덜 지루한 게임이 되어 돌아왔다.
게임 동작이 어설프고 말투가 투박한 건 전편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게이머들은 싸구려 격투기 영화 속에 들어가서 사는 듯한 느낌을 즐긴다지만, 쉔무처럼 야심찬 게임 시리즈에서 세련되지 못한 대화는 거의 비극에 가까워 보인다.
심지어 쉔무를 호평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3분의 2가량 게임이 진행될 때까지 액션이 시작되지 않는다는데 대해서는 불만을 터뜨린다. 게임 속에서 격투기 수련생인 주인공 료(Ryo)가 아버지의 살인자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지만, 3분의 2 지점까지 지나도 정작 격투신이 별로 없다.
특히 료가 만나는 사람마다 아버지의 살인자를 봤냐며 묻고 다니는 장면들은 전혀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한다. 거의 전 게임에 걸쳐 살인자 랜디를 찾아다니는데 시간을 소비하지만, 결국은 원수를 찾아내지도 못한다. 왜냐면 쉔무는 3편까지 이어지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쉔무2는 떠들고 빈둥거리고 낡은 비디오게임이나 하면서 게임의 상당부분을 허비하도록 놔두지는 않는다. 이 게임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랜디를 뒤쫓아 홍콩으로 온 료는 발빠르게 도둑을 추적하고, 자객을 때려누이고, 돌진해 오는 오토바이를 피한다.
이 게임을 하면서 보내는 1분은 쉔무 시간으로는 15분에 해당한다. 전작에서는 모든 사건이 실시간으로 벌어진다는 기발한 착상을 했었다. 그래서 만일 지금이 오전 11시이고 오후 6시에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했다면 플레이어는 그때까지 오락장 같은데 들어가 시간을 죽여야 했다. 처음에는 게임속의 시간과 실제 시간이 같다는 것이 정말 멋진 아이디어로 보였다. 그러나 게임이란 원래 한가한 시간을 죽이는 일인데, 게임 속에서까지 시간을 죽이기 위해 빈둥거려야 한다는 게 웬 말인가. 쉔무2에서는 플레이어가 옵션을 선택해 약속시간까지 건너뛸 수 있도록 했다. 어떻게 보면 이런 변화는 쉔무의 독창성에 대한 배신행위다. 하지만 덕분에 게임은 훨씬 흥미로워졌다.
전작에서 료가 지게차를 운전하는 장면도 정말 지겨웠는데, 쉔무2에서는 다행히 자동차를 몬다. 또 오리지널 쉔무에서는 물리쳐야 할 적이 랜디의 심복인 차이(Chai)였고, 게임은 그를 패배시키면서 끝이 났다. 하지만 쉔무2는 악인이 죽어도 게임이 바로 끝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산길을 따라 걸어가며 젊은 여자와 얘기를 나눈다. 이 사소하지만 아름답고 목가적인 마지막 장면은 전작 게임이 실패했던 것, 즉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다 준다.
비록 쉔무는 한 젊은이가 살인자에게 복수를 한다는 간단한 줄거리지만, 쉔무2에서는 복수심에 사로잡힌 료가 직면하게 되는 위험이 좀 더 실감나게 묘사됐다. 신비스러운 마지막 장면은 다음 게임이 아주 기묘하게 전개될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쉔무2는 결점들을 없애버림으로써 좀 더 향상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캡콤의 오니무사(Onimusha )2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무라이의 운명을 다룬 이 게임은 전작보다 나아졌을 뿐 아니라 새로운 기능을 덧붙여 더욱 깊이있는 게임으로 등장했다.
액션게임인 전작에서 이 게임의 무사들은 악마를 죽이고 때로 수수께끼를 풀면서 돌아다녔다. 오니무사2는 롤플레잉게임에 가까운 기능들을 추가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괴물을 죽이면 황금이 떨어진다. 이 황금은 마을에 내려가 아이템을 사는 데 쓰인다. 이 아이템들은 친한 무사에게 줄 수도 있고 그 대가로 선물을 받기도 한다. 무사들은 서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다르다. 그래서 역사책을 주면 매우 좋아하는 무사가 있는가 하면 마지못해 받는 무사도 있다.
친한 무사들은 서로의 전투를 도와주기도 한다. 나는 케이크 한 조각이나 술만 줘도 쉽게 기분을 맞춰줄 수 있는 호색가인 에케이 무사와 한편이 되어 싸웠다. 전편과 비교해 흥미로운 수수께끼가 적어진 점은 아쉬웠다.
하긴 변화란 모든 사람들 만족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쉔무2 때문에 X박스를 샀다는 친구 하나는 내가 싫어했던 점, 예컨대 지게차를 운전하고 오락장에서 몇 시간씩 죽치는 일 따위를 그리워하며, 새로나온 게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쉔무3를 기다리는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은, 주인공 료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센무3의 디자이너가 나같은 게이머를 만족시킬 것인가, 아니면 내 친구같은 게이머의 요구를 들어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