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담꾼이며 코미디언인 코리 라우즈가 30분짜리 게임쇼의 진행자로 카메라 앞에 섰다. 하루 24시간 계속되는 케이블방송인 G4사의 다른 프로그램이 그렇듯이 쇼의 주제는 `비디오 게임'이다.
#2
어번엔터테인먼트(Urban Entertainment)사의 중역인 데이먼 리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가장 최근작인 쇼너프스(Shonuffs)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등장하는 `베벌리 힐빌리즈'(Beverly Hillbillies;1970년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시트콤) 류의 코미디였다.
#3
지중해풍 저택이 늘어선 할리우드 언덕에서 에버트 바가스와 카를로스 아리아가는 새 TV시리즈를 위한 디지털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뉴욕 출신의 이 두 사람은 웹 개발업체 디지털레인(Digital-Reign)의 창업자들이다.
위의 세 장면에는 공통점이 있다. 세 회사 모두 90년대 후반 설립됐으며 LA의 최대 산업인 엔터테인먼트에 첨단 컴퓨터 기술을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닷컴이 몰락한 이후에도 이 회사들은 살아남아 LA라는 도시를 멀티미디어의 교차로로 만들기 위한 기획자와 정치가, 사업가의 오랜 꿈을 이루는 데 한몫하고 있다.
컴퓨터 기크(광적인 컴퓨터 전문가)와 거물급 영화계 인사들의 만남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창조해내고 작품의 제작과 유통 및 홍보에 있어서도 혁신을 가져왔다.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에 위치한 조사기관인 밀켄인스티튜트의 로스 드볼 이사는 "여기서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 LA는 엔터테인먼트와 첨단기술을 연결시키는 센터역할을 할 수 있을 만한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를 확보한 듯 보인다"고 말한다.
92년 실리콘밸리로 옮겨온 게임 개발업체 액티비전의 바비 코티크 CEO는 컬럼비아픽처스의 영화 `스파이더맨'을 비디오게임으로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을 예로 들면서 "LA에 자리잡았다는 것 자체가 바로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케이블TV와 비디오게임의 만남
G4는 케이블업계 거인인 컴캐스트가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난 4월 출범시킨 회사다. 고층건물 11층에 자리잡은 이 회사의 사무실은 활기가 넘친다. 롤렉스 시계를 차고 말쑥하게 비즈니스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보다 삐죽삐죽한 머리와 보디 피어싱으로 몸에 구멍을 뚫어 장신구를 한 직원이 더 많아 보인다. 이 회사의 부사장 겸 게임쇼 호스트인 스콧 러빈은 G4가 한마디로 `게임채널'이라고 소개한다.
이 회사의 창업자 겸 CEO인 찰스 허쉬혼은 부드러운 말씨를 지닌 45세의 전직 영화제작자 겸 월트디즈니 TV만화영화 부문 사장 출신이다.
한 주에 13개가 편성되어 있는 G4의 오리지널 제작 프로그램은 게임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누가 게임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며 어떤 게임이 좋은 작품인가, 또 지난 30년간 비디오게임이 어떻게 변천했는가를 소개한다. 회사 웹사이트에서는 시청자를 위한 채팅과 온라인 여론조사, 게시판 등을 운영하고 있다.
디즈니에 재직하던 2년 전 허쉬혼 사장은 비디오게임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대해 알게 됐고 컴캐스트를 찾아가 비디오게임 전문 케이블TV 네트워크 사업을 제안했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지금은 광고업계에서도 G4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재능있는 흑인을 위한 온라인 인큐베이터
베벌리힐스 근처 선셋대로의 어번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은 분위기가 아주 차분했다. 나즈막한 전화목소리와 대본을 휘갈겨쓰는 희미한 소리만이 들렸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죠." 웹 기반의 영화 및 TV 프로그램 제작, 유통업체인 어번엔터테인먼트의 창업자 겸 CEO인 마이클 젠킨슨(41)의 말이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20세기 폭스사의 부사장 출신이다. 99년 이 회사를 설립해 메이저 영화사의 부사장을 거친 데이먼 리(33) 같은 젊고 유능한 인재를 스카우트했다.
리는 젠킨슨 CEO의 사업 아이디어를 즉시 이해했다.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유통망을 이용해 메이저 업체라면 눈을 돌리지 않았을 새로운 종류의 극본과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흑인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이 이 회사의 컨셉이었다.
그는 흑인이 웹사이트(www.urbanentertainment.com)에 3분짜리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올려놓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수많은 작품이 쏟아져 들어왔다. 소수민족의 삶과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구를 사랑과 풍자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모집된 3분짜리 화면은 유니버설 같은 메이저 영화사에 팔려나가기도 한다. 도시의 스파이 이야기를 다룬 `비밀의 형제'(Undercover Brother)가 온라인 카툰에서 출발해 영화로 제작되어 호평받은 경우다. 제작비 3500만달러를 들여 올 여름 개봉했고 38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영화의 수익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젠킨슨 CEO는 낙심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도 메이저 스튜디오와 함께 3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디자인의 지평을 넓힌다
에버트 바가스와 카를로스 아리아가는 뉴욕에서 윤택한 삶을 꾸려왔다. 그들은 90년대 후반, 그리니치빌리지의 고층아파트에서 작지만 성공적인 그래픽 회사를 운영했다.
하지만 그들은 새로운 도전을 원했다. 특히 뉴욕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바가스는 디지털 그래픽과 영화를 통해 뭔가를 표현하고 싶었다. 두 사람에게는 사진이나 광고 캠페인을 보기 좋게 덧칠해주는 일 이외에 자신들의 재능과 시간을 투자할 뭔가 다른 사업이 필요했다. 그들의 꿈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었다.
푸에르토리코 혈통으로 뉴욕에서 태어난 두 사람은 98년에 회사 문을 닫고 짐을 꾸려 LA로 옮겨와서 새롭고 창조적인 삶을 시작했다. 그들은 LA에서 결혼을 했고 웹사이트 디자인하우스 및 콘텐츠 개발업체인 디지털레인을 함께 설립했다.
이 회사는 고품질의 애니메이션에서부터 뮤직비디오까지 첨단 디지털 기술을 엔터테인먼트와 결합시킨 성공적인 사례가 됐다. 디지털레인이 마도나를 위해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평범한 웹디자인 업체와 그들의 차이점을 잘 말해준다. 수천분에 달하는 노래와 비디오, 100여장의 사진과 엄청난 텍스트가 영화적인 요소를 가미해 카테고리별로 전시됨으로써 아티스트를 위한 사이트란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이곳으로 옮겨오길 정말 잘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가까이 하면서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으니까요." CEO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바가스는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재담꾼이며 코미디언인 코리 라우즈가 30분짜리 게임쇼의 진행자로 카메라 앞에 섰다. 하루 24시간 계속되는 케이블방송인 G4사의 다른 프로그램이 그렇듯이 쇼의 주제는 `비디오 게임'이다.
#2
어번엔터테인먼트(Urban Entertainment)사의 중역인 데이먼 리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가장 최근작인 쇼너프스(Shonuffs)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등장하는 `베벌리 힐빌리즈'(Beverly Hillbillies;1970년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시트콤) 류의 코미디였다.
#3
지중해풍 저택이 늘어선 할리우드 언덕에서 에버트 바가스와 카를로스 아리아가는 새 TV시리즈를 위한 디지털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뉴욕 출신의 이 두 사람은 웹 개발업체 디지털레인(Digital-Reign)의 창업자들이다.
위의 세 장면에는 공통점이 있다. 세 회사 모두 90년대 후반 설립됐으며 LA의 최대 산업인 엔터테인먼트에 첨단 컴퓨터 기술을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닷컴이 몰락한 이후에도 이 회사들은 살아남아 LA라는 도시를 멀티미디어의 교차로로 만들기 위한 기획자와 정치가, 사업가의 오랜 꿈을 이루는 데 한몫하고 있다.
컴퓨터 기크(광적인 컴퓨터 전문가)와 거물급 영화계 인사들의 만남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창조해내고 작품의 제작과 유통 및 홍보에 있어서도 혁신을 가져왔다.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에 위치한 조사기관인 밀켄인스티튜트의 로스 드볼 이사는 "여기서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 LA는 엔터테인먼트와 첨단기술을 연결시키는 센터역할을 할 수 있을 만한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를 확보한 듯 보인다"고 말한다.
92년 실리콘밸리로 옮겨온 게임 개발업체 액티비전의 바비 코티크 CEO는 컬럼비아픽처스의 영화 `스파이더맨'을 비디오게임으로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을 예로 들면서 "LA에 자리잡았다는 것 자체가 바로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케이블TV와 비디오게임의 만남
G4는 케이블업계 거인인 컴캐스트가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난 4월 출범시킨 회사다. 고층건물 11층에 자리잡은 이 회사의 사무실은 활기가 넘친다. 롤렉스 시계를 차고 말쑥하게 비즈니스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보다 삐죽삐죽한 머리와 보디 피어싱으로 몸에 구멍을 뚫어 장신구를 한 직원이 더 많아 보인다. 이 회사의 부사장 겸 게임쇼 호스트인 스콧 러빈은 G4가 한마디로 `게임채널'이라고 소개한다.
이 회사의 창업자 겸 CEO인 찰스 허쉬혼은 부드러운 말씨를 지닌 45세의 전직 영화제작자 겸 월트디즈니 TV만화영화 부문 사장 출신이다.
한 주에 13개가 편성되어 있는 G4의 오리지널 제작 프로그램은 게임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누가 게임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며 어떤 게임이 좋은 작품인가, 또 지난 30년간 비디오게임이 어떻게 변천했는가를 소개한다. 회사 웹사이트에서는 시청자를 위한 채팅과 온라인 여론조사, 게시판 등을 운영하고 있다.
디즈니에 재직하던 2년 전 허쉬혼 사장은 비디오게임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대해 알게 됐고 컴캐스트를 찾아가 비디오게임 전문 케이블TV 네트워크 사업을 제안했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지금은 광고업계에서도 G4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재능있는 흑인을 위한 온라인 인큐베이터
베벌리힐스 근처 선셋대로의 어번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은 분위기가 아주 차분했다. 나즈막한 전화목소리와 대본을 휘갈겨쓰는 희미한 소리만이 들렸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죠." 웹 기반의 영화 및 TV 프로그램 제작, 유통업체인 어번엔터테인먼트의 창업자 겸 CEO인 마이클 젠킨슨(41)의 말이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20세기 폭스사의 부사장 출신이다. 99년 이 회사를 설립해 메이저 영화사의 부사장을 거친 데이먼 리(33) 같은 젊고 유능한 인재를 스카우트했다.
리는 젠킨슨 CEO의 사업 아이디어를 즉시 이해했다.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유통망을 이용해 메이저 업체라면 눈을 돌리지 않았을 새로운 종류의 극본과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흑인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이 이 회사의 컨셉이었다.
그는 흑인이 웹사이트(www.urbanentertainment.com)에 3분짜리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올려놓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수많은 작품이 쏟아져 들어왔다. 소수민족의 삶과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구를 사랑과 풍자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모집된 3분짜리 화면은 유니버설 같은 메이저 영화사에 팔려나가기도 한다. 도시의 스파이 이야기를 다룬 `비밀의 형제'(Undercover Brother)가 온라인 카툰에서 출발해 영화로 제작되어 호평받은 경우다. 제작비 3500만달러를 들여 올 여름 개봉했고 38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영화의 수익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젠킨슨 CEO는 낙심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도 메이저 스튜디오와 함께 3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디자인의 지평을 넓힌다
에버트 바가스와 카를로스 아리아가는 뉴욕에서 윤택한 삶을 꾸려왔다. 그들은 90년대 후반, 그리니치빌리지의 고층아파트에서 작지만 성공적인 그래픽 회사를 운영했다.
하지만 그들은 새로운 도전을 원했다. 특히 뉴욕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바가스는 디지털 그래픽과 영화를 통해 뭔가를 표현하고 싶었다. 두 사람에게는 사진이나 광고 캠페인을 보기 좋게 덧칠해주는 일 이외에 자신들의 재능과 시간을 투자할 뭔가 다른 사업이 필요했다. 그들의 꿈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었다.
푸에르토리코 혈통으로 뉴욕에서 태어난 두 사람은 98년에 회사 문을 닫고 짐을 꾸려 LA로 옮겨와서 새롭고 창조적인 삶을 시작했다. 그들은 LA에서 결혼을 했고 웹사이트 디자인하우스 및 콘텐츠 개발업체인 디지털레인을 함께 설립했다.
이 회사는 고품질의 애니메이션에서부터 뮤직비디오까지 첨단 디지털 기술을 엔터테인먼트와 결합시킨 성공적인 사례가 됐다. 디지털레인이 마도나를 위해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평범한 웹디자인 업체와 그들의 차이점을 잘 말해준다. 수천분에 달하는 노래와 비디오, 100여장의 사진과 엄청난 텍스트가 영화적인 요소를 가미해 카테고리별로 전시됨으로써 아티스트를 위한 사이트란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이곳으로 옮겨오길 정말 잘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가까이 하면서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으니까요." CEO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바가스는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