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풍류(風流)의 계절입니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 축복처럼 내리는 노랗고 빨간 낙엽들. 그 거리를 홀로 걷노라면 절로 시 한 수 읊조리게 됩니다. 사람이 그립기도 하고 술 한 잔 생각도 납니다.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방법은 많겠지만 풍류를 즐기는 데는 역시 술이 빠지지 않습니다. 예전 이태백이 술잔에 비친 달을 삼키듯, 요즘 사람들도 술 한 잔의 여유를 느낄까요.
요즘 사람들은 `분위기' 하면 와인을 꼽는다고 합니다. 아늑한 바에서 와인 한 잔을 마주하고 얘기를 나누는 것, 이것이 분위기 내는 데는 최적이라는군요. 소주 한 잔에는 힘겨운 노동과 삶의 쓰라림과 피곤함이, 맥주 한 잔에는 솟구쳐 오르는 거품처럼 젊음과 생기가 담겨 있다면, 왠지 와인에는 붉은 비로도 융단을 사뿐사뿐 밟는 듯한 우아함과 여유가 느껴집니다. 멀리 물 건너 온 이국적 취향이라 우리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걸까요.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로 와인을 시작할까 합니다. 겨울로 접어드는 늦가을에 출하되기 시작하는 보졸레 누보는 오래 숙성된 와인의 깊은 맛을 느끼기에는 아직 경륜과 주머니가 모두 가벼운 와인 초보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햇포도주'입니다.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 리옹의 북쪽에 위치한 보졸레 지방에서 생산되는 포도주 중 반드시 그해 생산된 포도로 담근 포도주를 가리킵니다. `누보'는 `새로운'이라는 뜻입니다. 보졸레 지방에서 8~9월경 첫 수확하는 적포도를 일주일 정도 발효시킨 후 4~5주간의 짧은 숙성기간을 거쳐 만든 햇포도주입니다.
보통 와인은 오크 통에서 포도를 숙성시켜 병에 담고 코르크 마개로 막아 2~3년의 보존 기간을 거친 후 마십니다. 반면 보졸레 누보는 밀봉된 통에 통째로 포도를 담가 단 6주만에 꺼내 채 익지 않은 채로 마십니다. 한 마디로 설익은 와인이죠.
와인의 깊은 맛을 논하기에는 적절치 않지만 그만큼 신선한 맛과 포도향이 강합니다. 순하고 포도 특유의 떪은 맛을 내는 타닌이 거의 들어 있지 않아 와인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이 마시기에 좋습니다. 산도가 5g 미만이고 알코올 함유량도 13% 이하인 그야말로 순하디 순한 술입니다.
보졸레 누보의 맛은 보졸레 지방에서 거의 유일하게 생산되는 포도 품종인 가메 누아르 아 쥐 블랑(Gamay noir jus blanc)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가메는 적포도주의 시조가 되는 포도 품종으로 과일향이 풍부한 햇포도주에 적합합니다. 꽃자루 제거나 껍질을 벗기는 작업 없이 포도 알 전체를 사용해서 짧은 기간에 양조됩니다. 보졸레 지방은 전세계 가메 재비 지역 3만6000헥타르 중 2만2500헥타르를 소유하고 있어 자연스레 햇와인의 본고장이 된 것입니다.
보졸레 누보는 11월 셋째 목요일 자정부터 전세계에 동시 판매됩니다. 보졸레 누보 축제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51년 11월 13일입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와인에 굶주린 보졸레 지방 사람들이 그해에 처음 생산된 포도로 즉석에서 만들어 마신 데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이후 보졸레 누보는 매년 11월 15일에 공식 출하됐습니다. 오늘날처럼 11월 셋째 목요일로 출하시기가 조정된 것은 1985년입니다. 대량의 와인을 동시에 내놓으려면 특정 날짜보다 요일을 정하는 것이 보다 수월하기 때문이지요. 지금까지 이 전통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보졸레 누보가 오늘날처럼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전세계 동시에 유통`판매하는 마케팅적인 발상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술과 친구는 오래 될수록 좋다'는 속담처럼, 단지 6주간 숙성된 보졸레 누보가 몇 십년씩 숙성된 고급 와인의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60년대 말까지만 해도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 리용의 선술집에서만 소비되는 값싼 술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70년 파리 시장에 본격 진출, 보졸레 누보 축제를 국가적인 행사로 만들면서부터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수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에는 150개국 이상에서 보졸레 누보를 마신답니다. 포도주 시장에서 주변부였던 보졸레 지방이 세계 중심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죠. 와인과 축제를 결합한 마케팅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2만원선으로 저렴한 와인값도 한몫 했겠죠.
우리나라에서도 보졸레 누보를 쉽게 맛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보졸레 누보 축제에 공식 참가한 것은 2000년부터라고 합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와인 문화가 20, 30대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보졸레 누보의 소비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답니다. 벌써 전세계 17위의 소비 국가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전세계 소비 1위는 물론 프랑스를 제외하면, 독일`스위스`미국`일본의 순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보졸레 누보량이 예년보다 2~3배 늘었다는군요. 대한항공에서만 올해 200톤, 약 15만병을 국내 수송했다고 합니다. 호텔이나 백화점, 편의점에서 손쉽게 보졸레 누보를 예약 구매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연말 선물로 상자로 대량 구매하는 고객이 많았다고 합니다. 연말 선물용으로 인기랍니다．
예약 판매를 놓쳐도 괜찮습니다. 11월 셋째 목요일 저녁 호텔, 식당에 가면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보졸레 누보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재즈클럽 원스인어블루문은 와인21닷컴(www.wine21.com)과 20일 하얏트서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02 월드와인 & 재즈 페스티벌'을 엽니다. 재즈공연, 라틴댄스를 보면서 보졸레 누보 한 잔, 좋지요. 서울 삼성동 코엑스 2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바즈바즈는 20일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보졸레 누보와 함께 하는 매직파티'를 기획, 마술쇼`룰렛`댄스파티를 즐기면서 보졸레 누보를 맛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술은 `약이며 동시에 독'입니다. 기원전 5세기경 히포크라테스는 와인이 살균작용과 이뇨 작용을 하며, 열을 내려주고 빠른 회복을 도와준다고 예찬했습니다. 갈릴레이도 논문에서 그리스와 로마의 포도들이 어떻게 해독작용을 하는지 상세하게 썼습니다. 11세기경 살레른 의학학교에서 제정되고 1320년 집대성된 <건강위생 지침>은 와인은 적당히 마시면 신체에 아주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적고 밝히고 있습니다. 설탕과 향료를 넣어 끓인 와인인 `이포크라스'는 오래 전부터 약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러시아의 황제였던 표트르 1세는 카오르산 레드 와인으로 위장병을 고쳤다고 합니다.
술을 과하게 마셔 인생마저 탕진하는 술주정뱅이의 역사도 그만큼이나 오래됐습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여성들이 와인을 마시면 사형에 처할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와인이 사람을 방탕하게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에 타지도 않은 와인을 벌컥벌컥 마셔대는 골(Gaule) 지방 사람들을 로마시대 작가들은 `술주정뱅이 야만인'이라고 조롱했습니다. 184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알코올 중독에 대한 논쟁은 와인들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생각을 많이 바꿔놓았다고 합니다.
흔히 술을 많이 마시면 `술이 술을 마신다'고 합니다. 술 때문에 자기 자신을 조정할 능력을 잃어버린다는 뜻이겠지요. 깊어 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데 와인 한두 잔이면 족합니다. 향긋한 포도주 내음과 맑은 공기, 마주앉은 사람의 낮은 목소리를 즐기면서 말이지요.
요즘 사람들은 `분위기' 하면 와인을 꼽는다고 합니다. 아늑한 바에서 와인 한 잔을 마주하고 얘기를 나누는 것, 이것이 분위기 내는 데는 최적이라는군요. 소주 한 잔에는 힘겨운 노동과 삶의 쓰라림과 피곤함이, 맥주 한 잔에는 솟구쳐 오르는 거품처럼 젊음과 생기가 담겨 있다면, 왠지 와인에는 붉은 비로도 융단을 사뿐사뿐 밟는 듯한 우아함과 여유가 느껴집니다. 멀리 물 건너 온 이국적 취향이라 우리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걸까요.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로 와인을 시작할까 합니다. 겨울로 접어드는 늦가을에 출하되기 시작하는 보졸레 누보는 오래 숙성된 와인의 깊은 맛을 느끼기에는 아직 경륜과 주머니가 모두 가벼운 와인 초보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햇포도주'입니다.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 리옹의 북쪽에 위치한 보졸레 지방에서 생산되는 포도주 중 반드시 그해 생산된 포도로 담근 포도주를 가리킵니다. `누보'는 `새로운'이라는 뜻입니다. 보졸레 지방에서 8~9월경 첫 수확하는 적포도를 일주일 정도 발효시킨 후 4~5주간의 짧은 숙성기간을 거쳐 만든 햇포도주입니다.
보통 와인은 오크 통에서 포도를 숙성시켜 병에 담고 코르크 마개로 막아 2~3년의 보존 기간을 거친 후 마십니다. 반면 보졸레 누보는 밀봉된 통에 통째로 포도를 담가 단 6주만에 꺼내 채 익지 않은 채로 마십니다. 한 마디로 설익은 와인이죠.
와인의 깊은 맛을 논하기에는 적절치 않지만 그만큼 신선한 맛과 포도향이 강합니다. 순하고 포도 특유의 떪은 맛을 내는 타닌이 거의 들어 있지 않아 와인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이 마시기에 좋습니다. 산도가 5g 미만이고 알코올 함유량도 13% 이하인 그야말로 순하디 순한 술입니다.
보졸레 누보의 맛은 보졸레 지방에서 거의 유일하게 생산되는 포도 품종인 가메 누아르 아 쥐 블랑(Gamay noir jus blanc)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가메는 적포도주의 시조가 되는 포도 품종으로 과일향이 풍부한 햇포도주에 적합합니다. 꽃자루 제거나 껍질을 벗기는 작업 없이 포도 알 전체를 사용해서 짧은 기간에 양조됩니다. 보졸레 지방은 전세계 가메 재비 지역 3만6000헥타르 중 2만2500헥타르를 소유하고 있어 자연스레 햇와인의 본고장이 된 것입니다.
보졸레 누보는 11월 셋째 목요일 자정부터 전세계에 동시 판매됩니다. 보졸레 누보 축제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51년 11월 13일입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와인에 굶주린 보졸레 지방 사람들이 그해에 처음 생산된 포도로 즉석에서 만들어 마신 데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이후 보졸레 누보는 매년 11월 15일에 공식 출하됐습니다. 오늘날처럼 11월 셋째 목요일로 출하시기가 조정된 것은 1985년입니다. 대량의 와인을 동시에 내놓으려면 특정 날짜보다 요일을 정하는 것이 보다 수월하기 때문이지요. 지금까지 이 전통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보졸레 누보가 오늘날처럼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전세계 동시에 유통`판매하는 마케팅적인 발상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술과 친구는 오래 될수록 좋다'는 속담처럼, 단지 6주간 숙성된 보졸레 누보가 몇 십년씩 숙성된 고급 와인의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60년대 말까지만 해도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 리용의 선술집에서만 소비되는 값싼 술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70년 파리 시장에 본격 진출, 보졸레 누보 축제를 국가적인 행사로 만들면서부터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수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에는 150개국 이상에서 보졸레 누보를 마신답니다. 포도주 시장에서 주변부였던 보졸레 지방이 세계 중심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죠. 와인과 축제를 결합한 마케팅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2만원선으로 저렴한 와인값도 한몫 했겠죠.
우리나라에서도 보졸레 누보를 쉽게 맛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보졸레 누보 축제에 공식 참가한 것은 2000년부터라고 합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와인 문화가 20, 30대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보졸레 누보의 소비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답니다. 벌써 전세계 17위의 소비 국가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전세계 소비 1위는 물론 프랑스를 제외하면, 독일`스위스`미국`일본의 순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보졸레 누보량이 예년보다 2~3배 늘었다는군요. 대한항공에서만 올해 200톤, 약 15만병을 국내 수송했다고 합니다. 호텔이나 백화점, 편의점에서 손쉽게 보졸레 누보를 예약 구매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연말 선물로 상자로 대량 구매하는 고객이 많았다고 합니다. 연말 선물용으로 인기랍니다．
예약 판매를 놓쳐도 괜찮습니다. 11월 셋째 목요일 저녁 호텔, 식당에 가면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보졸레 누보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재즈클럽 원스인어블루문은 와인21닷컴(www.wine21.com)과 20일 하얏트서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02 월드와인 & 재즈 페스티벌'을 엽니다. 재즈공연, 라틴댄스를 보면서 보졸레 누보 한 잔, 좋지요. 서울 삼성동 코엑스 2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바즈바즈는 20일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보졸레 누보와 함께 하는 매직파티'를 기획, 마술쇼`룰렛`댄스파티를 즐기면서 보졸레 누보를 맛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술은 `약이며 동시에 독'입니다. 기원전 5세기경 히포크라테스는 와인이 살균작용과 이뇨 작용을 하며, 열을 내려주고 빠른 회복을 도와준다고 예찬했습니다. 갈릴레이도 논문에서 그리스와 로마의 포도들이 어떻게 해독작용을 하는지 상세하게 썼습니다. 11세기경 살레른 의학학교에서 제정되고 1320년 집대성된 <건강위생 지침>은 와인은 적당히 마시면 신체에 아주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적고 밝히고 있습니다. 설탕과 향료를 넣어 끓인 와인인 `이포크라스'는 오래 전부터 약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러시아의 황제였던 표트르 1세는 카오르산 레드 와인으로 위장병을 고쳤다고 합니다.
술을 과하게 마셔 인생마저 탕진하는 술주정뱅이의 역사도 그만큼이나 오래됐습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여성들이 와인을 마시면 사형에 처할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와인이 사람을 방탕하게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에 타지도 않은 와인을 벌컥벌컥 마셔대는 골(Gaule) 지방 사람들을 로마시대 작가들은 `술주정뱅이 야만인'이라고 조롱했습니다. 184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알코올 중독에 대한 논쟁은 와인들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생각을 많이 바꿔놓았다고 합니다.
흔히 술을 많이 마시면 `술이 술을 마신다'고 합니다. 술 때문에 자기 자신을 조정할 능력을 잃어버린다는 뜻이겠지요. 깊어 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데 와인 한두 잔이면 족합니다. 향긋한 포도주 내음과 맑은 공기, 마주앉은 사람의 낮은 목소리를 즐기면서 말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