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수식하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후한 인심'과 `뚜렷한 사계절'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를 스스로 `e코리아'로 자처하듯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전화'가 `인심'과 `사계절'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1000만을 넘어섰다. 지난 1998년 6월 두루넷이 국내 처음으로 케이블모뎀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지 만 4년여 만이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1000만을 넘어선 것은 이동전화 가입자가 3000만명을 돌파한 것에 버금가는 사건이다. 개인용 통신수단인 이동전화와는 달리 초고속 인터넷은 가구 단위로 설치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3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선 걸음마만 떼면 인터넷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초고속 인터넷은 우리 일상생활의 일부가 됐다.
초고속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 분야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이른바 문서와의 전쟁이라고 일컬어지는 국회 국정감사에 CD나 이메일이 등장하기도 하고 주민·부동산·자동차·기업·세금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5개 분야 393종의 민원을 안방에서 처리할 수 있는 G4C서비스가 시작되기도 했다.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 사이클 자체를 근본부터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수요 부족으로 허덕이던 국내외 IT업계에 회생의 돌파구 역할을 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했다.
아마도 임기말로 접어들고 있는 현 정권의 공과를 따지면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공적 순위에서 꽤나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게 분명하다.
6일 정보통신부에서 열린 1000만 가입자 돌파 기념식에 이례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것도 이같은 자부심을 반영한다.
외국에서조차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 속도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앨빈 토플러 어소시에이션이라는 기관은 "이제 한국에는 벤치마킹할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은 이제 새로운 모델을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한다"며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 속도를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순기능적인 측면에 도취한 나머지 `과속'에 대한 경계심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기껏 비판이라고 해봐야 `장비의 국산화율이 떨어진다' `서비스 업체들간의 과당경쟁이 정도를 넘어섰다'거나 `도시와 지방간 격차가 벌어진다'는 식의 지극히 1차원적인 문제만이 거론돼 왔을 뿐이다.
급작스런 환경변화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뒤돌아 봐야 한다. 어느덧 우리는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전화만이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기도 한다.
이제 한숨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옆자리에 있는 동료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가족에게조차 `말'보다는 이메일이나 이동전화 문자 메시지가 훨씬 편한 의사전달 수단이 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할 때다. 빠르고 편한 것뿐만 아니라 `느리게 사는 법'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고민해 볼 위치에 우리는 서있다.
빠른 인터넷으로 세상을 연결하는 것 만큼이나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자폐화하고 세상을 파편화하는 역작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훨씬 화급한 일일 수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를 스스로 `e코리아'로 자처하듯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전화'가 `인심'과 `사계절'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1000만을 넘어섰다. 지난 1998년 6월 두루넷이 국내 처음으로 케이블모뎀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지 만 4년여 만이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1000만을 넘어선 것은 이동전화 가입자가 3000만명을 돌파한 것에 버금가는 사건이다. 개인용 통신수단인 이동전화와는 달리 초고속 인터넷은 가구 단위로 설치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3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선 걸음마만 떼면 인터넷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초고속 인터넷은 우리 일상생활의 일부가 됐다.
초고속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 분야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이른바 문서와의 전쟁이라고 일컬어지는 국회 국정감사에 CD나 이메일이 등장하기도 하고 주민·부동산·자동차·기업·세금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5개 분야 393종의 민원을 안방에서 처리할 수 있는 G4C서비스가 시작되기도 했다.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 사이클 자체를 근본부터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수요 부족으로 허덕이던 국내외 IT업계에 회생의 돌파구 역할을 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했다.
아마도 임기말로 접어들고 있는 현 정권의 공과를 따지면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공적 순위에서 꽤나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게 분명하다.
6일 정보통신부에서 열린 1000만 가입자 돌파 기념식에 이례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것도 이같은 자부심을 반영한다.
외국에서조차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 속도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앨빈 토플러 어소시에이션이라는 기관은 "이제 한국에는 벤치마킹할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은 이제 새로운 모델을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한다"며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 속도를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순기능적인 측면에 도취한 나머지 `과속'에 대한 경계심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기껏 비판이라고 해봐야 `장비의 국산화율이 떨어진다' `서비스 업체들간의 과당경쟁이 정도를 넘어섰다'거나 `도시와 지방간 격차가 벌어진다'는 식의 지극히 1차원적인 문제만이 거론돼 왔을 뿐이다.
급작스런 환경변화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뒤돌아 봐야 한다. 어느덧 우리는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전화만이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기도 한다.
이제 한숨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옆자리에 있는 동료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가족에게조차 `말'보다는 이메일이나 이동전화 문자 메시지가 훨씬 편한 의사전달 수단이 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할 때다. 빠르고 편한 것뿐만 아니라 `느리게 사는 법'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고민해 볼 위치에 우리는 서있다.
빠른 인터넷으로 세상을 연결하는 것 만큼이나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자폐화하고 세상을 파편화하는 역작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훨씬 화급한 일일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