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의 몰락에, 축배(?)를!’
“ 태풍이 휩쓸고간 자리에 쓰레기더미가 쌓이듯, 인터넷 버블이 꺼지고 나자 닷컴의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며 얼마 전 술자리에서 만난 벤처업체 사장이 자조 섞인 푸념을 했다. 문을 닫는 닷컴 벤처가 늘어가면서, 한때 임대료에 스톡옵션까지 내놓으라며 배짱을 부렸던 강남의 벤처빌딩 주인들도 요즘엔 입주할 업체가 없어 울상이다.
투자한 돈을 날린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이야 닷컴의 몰락이 저주스럽겠지만, 어쩌면 테헤란밸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다행일지 모른다. 실패야말로 ’제2의 도전’를 가능케하는 가장 강력한 연료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우리는 모두 최면에 걸렸었다. 수익창출의 창구(exit plan)도 없이 기술과 아이디어만 믿고 뛰어든 닷컴기업가들.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자금을 쏟아부었던 투자자들. 서둘러 디지털시대의 금맥을 캐라고 선동했던 언론. 비상식적으로 부풀려지고 호들갑스럽게 포장됐던 닷컴의 외피가 벗겨지고 나자, 비로소 테헤란밸리가 눈을 뜨고 있다.
디지털경제의 종주국인 미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메릴린치의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밸리의 공실률은 공식통계보다 훨씬 높은 30~40%대라고 한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세 때문에 잘 곳이 없어 심야버스를 타고 아침을 기다리는 디지털 노숙자들을 양산해 냈던 실리콘밸리가 이제야 제정신을 차렸다.
생존의 정글에서 밀려난 ’닷컴의 전사자’ 명단에는 한때 벤처캐피털들이 군침을 흘렸던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넷스케이프 공동창업자 짐 클라크가 거액을 투자한 10대 소녀 포털 키부닷컴, 최초의 인터넷방송 수도닷컴, 온라인 보석상 미아도라닷컴, 상품 평가사이트 프러덕피아닷컴, 사이버 영화대여점 릴닷컴 등이 모두 닷컴의 묘지에 안치됐다. 거의 뇌사상태로 버티는 벤처도 부지기수다.
덕분에 실리콘밸리에서는 닷컴 경매가 성업중이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몰려 있는 경매업체들의 물품창고에는 노트북을 비롯해 팩스밀리, 복사기, 네트워크 장비 등 파산한 닷컴들이 토해놓은 물품이 그득하다. 정상가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헐값으로 팔려나갈 물건들이다. 이들을 보관하고 옮겨줄 운송·창고업체들까지 덩달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부실채권 매입과 경영권 인수, M&A 등 실패한 닷컴을 처리해주는 구조조정전문기업(CRC)에도 일감이 밀려들고 있다. 비틀거리는 인터넷기업들 사이에서 CRC는 ’닷컴 장의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수혈받은 돈이 바닥난 닷컴의 시체들을 부패하지 않도록 잘 수습해서 장례시켜 주는 브로커들이라는 뜻이다.
’나이 5세. 1997년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에서 태어나 팔로알토의 공원묘지에 묻히다. 사망원인은 2차 펀딩 실패로 인한 질식사. 한때 이 회사를 대서특필했던 언론사 담당기자들이 조문객으로 다녀가다.’
닷컴을 위한 비문을 새긴다면 이쯤 되지 않을까. 폐업신고서를 내면 닷컴의 시체들은 치워지지만, 그대로 묻혀버리는 건 아니다. 인력이나 기술이 동종업체와 뒤섞이기도 하고, 때로는 해외로 팔려간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2라운드를 위한 밑거름으로 쓰이게되는 셈이다.
닷컴의 장례식장에서 무거운 장송곡은 부르지 말자. 이제는 ’성공적인 실패(?)’를 자축할 때가 아닐까 싶다.
“ 태풍이 휩쓸고간 자리에 쓰레기더미가 쌓이듯, 인터넷 버블이 꺼지고 나자 닷컴의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며 얼마 전 술자리에서 만난 벤처업체 사장이 자조 섞인 푸념을 했다. 문을 닫는 닷컴 벤처가 늘어가면서, 한때 임대료에 스톡옵션까지 내놓으라며 배짱을 부렸던 강남의 벤처빌딩 주인들도 요즘엔 입주할 업체가 없어 울상이다.
투자한 돈을 날린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이야 닷컴의 몰락이 저주스럽겠지만, 어쩌면 테헤란밸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다행일지 모른다. 실패야말로 ’제2의 도전’를 가능케하는 가장 강력한 연료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우리는 모두 최면에 걸렸었다. 수익창출의 창구(exit plan)도 없이 기술과 아이디어만 믿고 뛰어든 닷컴기업가들.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자금을 쏟아부었던 투자자들. 서둘러 디지털시대의 금맥을 캐라고 선동했던 언론. 비상식적으로 부풀려지고 호들갑스럽게 포장됐던 닷컴의 외피가 벗겨지고 나자, 비로소 테헤란밸리가 눈을 뜨고 있다.
디지털경제의 종주국인 미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메릴린치의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밸리의 공실률은 공식통계보다 훨씬 높은 30~40%대라고 한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세 때문에 잘 곳이 없어 심야버스를 타고 아침을 기다리는 디지털 노숙자들을 양산해 냈던 실리콘밸리가 이제야 제정신을 차렸다.
생존의 정글에서 밀려난 ’닷컴의 전사자’ 명단에는 한때 벤처캐피털들이 군침을 흘렸던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넷스케이프 공동창업자 짐 클라크가 거액을 투자한 10대 소녀 포털 키부닷컴, 최초의 인터넷방송 수도닷컴, 온라인 보석상 미아도라닷컴, 상품 평가사이트 프러덕피아닷컴, 사이버 영화대여점 릴닷컴 등이 모두 닷컴의 묘지에 안치됐다. 거의 뇌사상태로 버티는 벤처도 부지기수다.
덕분에 실리콘밸리에서는 닷컴 경매가 성업중이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몰려 있는 경매업체들의 물품창고에는 노트북을 비롯해 팩스밀리, 복사기, 네트워크 장비 등 파산한 닷컴들이 토해놓은 물품이 그득하다. 정상가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헐값으로 팔려나갈 물건들이다. 이들을 보관하고 옮겨줄 운송·창고업체들까지 덩달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부실채권 매입과 경영권 인수, M&A 등 실패한 닷컴을 처리해주는 구조조정전문기업(CRC)에도 일감이 밀려들고 있다. 비틀거리는 인터넷기업들 사이에서 CRC는 ’닷컴 장의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수혈받은 돈이 바닥난 닷컴의 시체들을 부패하지 않도록 잘 수습해서 장례시켜 주는 브로커들이라는 뜻이다.
’나이 5세. 1997년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에서 태어나 팔로알토의 공원묘지에 묻히다. 사망원인은 2차 펀딩 실패로 인한 질식사. 한때 이 회사를 대서특필했던 언론사 담당기자들이 조문객으로 다녀가다.’
닷컴을 위한 비문을 새긴다면 이쯤 되지 않을까. 폐업신고서를 내면 닷컴의 시체들은 치워지지만, 그대로 묻혀버리는 건 아니다. 인력이나 기술이 동종업체와 뒤섞이기도 하고, 때로는 해외로 팔려간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2라운드를 위한 밑거름으로 쓰이게되는 셈이다.
닷컴의 장례식장에서 무거운 장송곡은 부르지 말자. 이제는 ’성공적인 실패(?)’를 자축할 때가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