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젭바운드' 등 GLP-1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계열의 비만치료제가 전 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해당 판매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두자릿 수 증가했다. 위고비, 젭바운드의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면서 비만치료제 기업들은 생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젭바운드'와 당뇨병 신약 '마운자로' 판매 증가로 매출액이 450억4270만달러(한화 65조원 상당)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블록버스터 비만치료제 '위고비' 개발사 노보노디스크도 같은 기간 매출액이 2904억300만 크로네(58조원)로 전년 대비 25% 늘었다.
특히 일라이릴리가 지난해 2023년 말 시장에 출시한 젭바운드가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젭바운드의 매출액은 49억2600만 달러(7조1300억원)로 전년 대비 2.8배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가 위고비 대비 체중 감량 효과가 47% 더 높다는 직접 비교 연구 결과가 나온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젭바운드는 2023년 11월 승인받은 비만약 후발 주자로 작년 7월에 중국에서 승인을 받은 데 이어 12월 일본에서도 승인을 받으며 시장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국내 시장은 이르면 오는 5월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운자로는 현재 주요 유럽 시장에 출시한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에서 판매가 시작됐다. 공급 제한으로 중국에서의 초기 판매량은 적을 것으로 예상되나, 올해 하반기에는 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현재 GLP-1 계열 약물들의 공급 이슈가 점차 해결돼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는 올 한해 최대 매출 예상액을 610억달러(88조원)로 설정했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릴리 최고경영자(CEO)는 "물량이 증가할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본다"며 "우리 전망으로는 최소한 향후 10년간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이는 단계적인 성장으로 일직선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형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도 지난해 전세계 시장에 출시되면서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 위고비의 작년 매출은 582억600만 크로네(11조7000억원)를 기록하며 2023년보다 86% 늘었다. 특히 위고비 매출을 4분기로 한정할 경우 198억6600만크로네(4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 국내를 비롯해 위고비에 대한 수요가 높은 15개의 국가에 제품 공급을 시작하며 매출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보노디스크 측은 "미국, 유럽, 중국, 중동, 아프리카 지역을 제외한 지역들의 위고비 매출은 전년 대비 153% 증가한 62억5700만크로네(1조2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은 지난해 매출 1203억4200만 크로네(24조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또 동일성분 경구용 치료제 리벨서스의 매출은 2023년보다 18% 증가한 69억1700만 크로네를 기록했다. 노보노디스크는 비만·당뇨병 치료제의 매출을 고려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고정환율 기준 매출액 16~24%, 영업이익 19~27%로 설정했다. 또한 노보노디스크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위고비의 뒤를 이을 차세대 비만 치료제 '카그리세마'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카그리세마는 위고비의 주성분 세마글루타이드와 지속형 아밀린 유사체 카그릴린타이드를 복합한 의약품이다.
회사는 카그리세마의 2번째 주요 임상 3상 시험의 결과가 올해 1분기 안에 나올 것이며, 올해 안에 임상 3상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스 푸르에가드 요르겐센 사장은 "지난해 실적에 만족한다. 매출이 25% 성장한 것은 4500만명 이상이 당사 치료법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올해는 상업적 실행과 함께 R&D 파이프라인 진행, 생산 확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