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 규모 체코 원전 수주 계약 체결 눈앞
몇수 배운 미국에 66년 만에 원자로 수출 기염
유럽·경쟁사 견제 딛고 수익률 제고는 과제
몇수 배운 미국에 66년 만에 원자로 수출 기염
유럽·경쟁사 견제 딛고 수익률 제고는 과제
![[질문에 답하다]원전 수출 또 수출…경제 효과 넘어 국격 상승](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0202101902054001[1].jpg "[질문에 답하다]원전 수출 또 수출…경제 효과 넘어 국격 상승")
◆경제난 속 26조 원전수주 국민에 큰 희망
체코 정부는 지난 30일(현지시간) 각료회의를 열어 두코바니 원전 신규 건설 예산을 승인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오는 7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본계약을 맺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기업의 원전 수출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이다.
체코 정부가 이후 테멜린 단지 내 원전 3·4호기 건설 계획을 확정하면 한수원은 이 사업에도 우선협상권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시장 확장과 부가가치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의미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체코 정부가 사업 지분의 80％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체코 정부가 사업비를 일단 대고 발주사가 30년에 걸쳐 상환하는 방식이다.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원전 2기 사업비로 4천억 코루나(한화 약 26조2000억원)가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질문에 답하다]원전 수출 또 수출…경제 효과 넘어 국격 상승](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0202101902054001[2].jpg "[질문에 답하다]원전 수출 또 수출…경제 효과 넘어 국격 상승")
계획대로라면 올해 3월까지 최종계약이 마무리돼야 했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또 입찰에 탈락한 경쟁사들이 체코 반독점당국에 절차적 문제를 걸어 이의를 제기하면서 본계약이 늦어졌다. 그럴수록 한수원과 정부 당국의 고심이 깊어졌고, 대응을 위해 숨 가쁘게 움직여야 했다.
노력은 하나씩 결실을 낳았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월 한수원과 지식재산권 분쟁을 중단하는 데 합의하면서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에 제기한 진정을 취하했다. 체코 정부는 OUHS가 지난 24일 남은 이의제기도 최종 기각하자 6일 만에 한수원과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계약을 맺게 되면 한수원은 현재 원전 4기를 운영 중인 체코 두코바니 원전 단지에 5·6호기를 새로 짓게 된다. 가동 시점은 2036년쯤이다. 체코는 2022년 기준 37％인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50년까지 50%로 늘리기로 하고, 두코바니와 테멜린 단지에 원전 추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 중심의 컨소시엄에는 한전기술과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등 한국전력 그룹 계열사와 민간업체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참여한다. 시너지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한수원과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CEZ) 산하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는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종 계약서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몇 수 배운 미국에 '연구용원자로' 기술 수출 쾌거
앞서 한국은 지난 4월 원자력 종주국인 미국에 '연구용원자로(연구로)' 기술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66년 전 원자력 기술을 이전받은 우리나라가 미국에 역수출하면서 국내 원자력 분야의 새 역사를 썼다.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기적을 만든 대한민국의 빛나는 성취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앞으로 세계 연구로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추가 수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1959년 7월 미국으로부터 연구용원자로 1호기(트리가마크-2)를 도입하면서 원자력의 첫 발을 뗐다. 66년 만에 역수출하는 쾌거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 역량을 보유했음을 거듭 과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수출을 이뤄낸 한국원자력연구소는 1995년 열출력 30㎿급 다목적 연구용원자로 '하나로'를 자력 기술로 설계·건조·운전하며 세계 최고 기술력과 운전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토대삼아 말레이시아, 요르단, 네덜란드 등의 연구로 관련 사업을 꾸준히 수주하면서 경쟁력을 키워 왔다. 특히 2009년에는 요르단 연구로 설계 및 건설 사업을 일괄 수주하며 연구로 시장의 새로운 기술 강국으로 뛰어 올랐다.
AI 산업 등의 폭발적 성장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 원자력의 수준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향후 글로벌 원자력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 추가 수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꿈이 현실화되고 있다.
계약 규모는 1000만달러(142억원)로 아직 파이가 크지는 않다. 다만, 초기설계를 완수하면 추가 수출이 기대된다. 다음 단계인 개념설계와 기본설계까지 수행한다면 계약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현지 언론은 건설을 포함 이번 사업의 전체 규모가 8∼10년 간 약 10억 달러(1조420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임인철 원자력연구원 부원장은 수주 뒤 화상 브리핑에서 "이번에 계약을 맺은 초기 설계 단계를 잘 수행해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단계까지 잘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과는 연구로 분야의 투자를 바탕으로 한 기술 개발과 수출 노력의 합작품이다. 여기에 원자력 사업 경험이 많은 현대엔지니어링 및 미국 기업(MPR)과의 긴밀한 협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원자력연이 자체 개발한 세계 유일의 고성능 연구로 핵연료 기술과 해외 연구로 사업의 성공적 수행 경험이 뒷받침됐음은 물론이다.
◆경제 효과 넘는 성과 창출 속 반면교사도
2015년 한국 예산은 총지출 규모 약 670억원이다. 체코 원전 수주 26조원에 미 연구용원자로 수출 기대 액수를 더하면 전체 예산의 약 4% 규모가 된다. 그만큼 우리 경제에 기여하게 됐다는 얘기다.
더 큰 의미는 중동에 처음 원전을 수출한 것을 넘어 선진 시장 유럽에 두 번째 원전 수출을 이뤄내면서 K-원전의 영토가 크게 넓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유럽은 원전을 주요 전력원으로 쓰던 프랑스와 핀란드 이외에도 체코와 폴란드, 불가리아, 터키, 영국, 네덜란드 등이 새로 원전 건설 추진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서고 있다.
유럽은 상업용 원전 이용이 시작된 세계 원전 시장의 중심이다. 유럽 원전 시장의 절대 강자인 EDF의 '안방 시장'에서 '어에이 경기'라는 불리함을 딛고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배가됐다. 우수한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온 타임 위딘 버짓'(on time within budget·계획대로 마무리) 구호가 주효했다. 세계 곳곳에서 약속을 지켜오자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한국의 신뢰도가 올라갈 대로 올라갔다.
미국에 대한 연구로 기술 수출의 경우 "민감국가 지정에 문제가 없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를 긴장시킨 민감국가 지정과 무관하게 한미 과학기술 협력에 차질이 없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최근 불거진 한국에 대한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관련, (원자로 수출은) 한미 간 협력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사례라며 해제를 위해서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팀 코리아'가 체코 원전 사업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것은 과제다. 수주 때 10%의 이익률이 예상됐던 UAE 바라카 원전의 경우 공기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의 여파로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수주 가격 외에도 체코 측이 원하는 '60% 현지화율 목표'와 '미국 웨스팅하우스 몫' 변수가 체코 원전 사업의 수익성 확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중 웨스팅하우스과의 관계 설정은 수익률에 보다 직접적 영향을 줄 요인으로 손꼽히는 만큼 어떻게 실타래를 풀어갈지 결국 우리 손에 달렸다.
세종=송신용기자 ssyso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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