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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말한다] 탄소소재,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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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윤혁 한국탄소산업진흥원장
[혁신을 말한다] 탄소소재,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
1976년 이정문 만화가가 어린이 잡지 '소년생활'에 연재한 '철인 캉타우'의 주인공 로봇 캉타우는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하며 17만℃의 고열에도 견디는 특수합금으로 제작된 초강력 로봇이다. 놀랍게도 50여년 전 그가 한 상상은 어느덧 현실이 되어 태양광 에너지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탄소섬유복합재 같은 고강도 소재가 3000℃가 넘는 극한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인공위성, 우주발사체 등의 핵심소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개봉한 SF영화 '크리에이터'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사물과 사회구조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초연결'과 '초융합' 기술적 개념이 들어가 있다. 공상(空想)으로 여겨졌던 만화작가의 로봇기술이 현실화된 것처럼 '초지능화'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4차 산업시대의 끝과 5차 산업시대의 입구가 겹쳐져있는 시대를 살고 있을 가능성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4차례의 산업혁명이 가능했던 것은 석기-청동기-철기, 그리고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소재의 혁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과 에너지로 거대한 신산업을 만들어 내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소재였기에, 소재의 혁신 없이 산업 대전환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초연결과 초융합의 연결점이 곧 소재인 것이다.

원자번호 6번 '탄소'는 결합 형태와 구조에 따라 다양한 성능과 기능을 나타내므로 기술, 시장, 산업 간 연결과 융합을 이끌어내는 최적의 소재다. 탄소섬유에서부터 인조흑연, 그래핀에 이르기까지 고강도·고탄성, 내마모성, 내열성 등 우수한 성능과 전도성을 비롯해 불순물 제거와 같은 환경 정화의 기능도 가졌다. 그래서 탄소 소재는 스포츠용품에서부터 이차전지, 항공부품, 풍력블레이드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소재-중간재-부품-완제품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재계 인사들의 신년사에 등장하는 단골 키워드인 '변화와 혁신'에 올해는 '초불확실성'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기술패권과 기후위기 등 불안정한 세계 시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와 혁신의 지속성을 더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와 혁신은 익숙한 반복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반복을 만들려는 열정과 인내에서 시작된다. 철학자 들뢰즈가 제안한 '리좀 모델'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진화의 형태 즉, 변화의 구조에 대한 방식을 설명한다. 이질적인 것들의 합체를 통해 새로운 것으로 진화된다는 논리다.

리좀은 서로 다른 다양체들이 그물망처럼 접하여 연결된 구조이며, 새로운 것으로 진화되기 위한 다양한 연결점을 가질 수 있다. 그의 철학적 사상은 네트워크와 데이터에 기반한 인터넷, 블록체인, 스마트 그리드 등의 4차 산업과 그것을 뛰어넘어 초지능화된 5차 산업혁명 사회의 구조와 너무나 닮았다.

5차 산업혁명으로의 변화에 앞서 우리 산업이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이 바로 '초연결·초융합'을 통한 혁신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초연결망과 AI 기술은 모든 경계를 허물고 있어 이질적인 것들을 연결하고 융합시키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환경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예측과 위험의 통제가 더욱 힘든 불확실한 시장에서는 누가, 어떻게 환경을 만들어 가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그러한 환경은 차이나 다름을 연결하는 접점을 얼마나 다양하게 만들어내고, 그것을 얼마나 빠르게 적용하느냐가 경쟁력이다.

탄소 원자는 탄소 원자 간 뿐 아니라 다른 원자들과 융합해 새로운 소재를 만드는, 지구상에 있는 가장 뛰어난 원소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리좀 모델과 5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요구하는 초연결·초융합의 형태와 닮았다. 산업의 혁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 우수한 성능 구현과 전주기적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탄소 소재와의 융합을 통한 기술혁신을 시도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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