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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지리각각] `세컨드 홈`, 터 잡고 소일할 거리 있어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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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 지역소멸 막자는 공감대 형성
2주택 해당 안되는 세컨드 하우스 도입
양곡법, 지역경제기반 늘린다며 직회부
쌀값 보전정책은 소수 농민에게만 혜택
부주소제 도입, 농지 규제 풀어야 성공
[이규화의 지리각각] `세컨드 홈`, 터 잡고 소일할 거리 있어야 성공
인구감소로 지역이 소멸할 것이란 전망은 사람이 종적을 감춰 을씨년스러운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이 사라진 도시나 마을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어떻게 일실(逸失)되는지 묘사한 리포트도 있다. 지역소멸은 결국 인구의 편재(偏在)를 의미한다. 어느 지역을 비워놓는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는 건 아니다.

호주는 동남 해안가를 중심으로 인구의 90%가 모여 살고 내륙은 텅텅 비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우리는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을 막아야 한다는 데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에 따른 다양한 정책들을 크게 두 방향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외부 인구와 자원의 유입을 촉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의 경제적 기반을 확충해 자생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정부가 지난 15일 밝힌 인구감소지역의 '세컨드 하우스' 매입 촉진정책은 전자에 해당할 테고, 18일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제2양곡관리법'은 후자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구감소지역 세컨드 하우스 통해 '생활인구' 늘린다

정부는 15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인구감소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공시가 4억 원 이하 주택을 한 채 더 매입해도 1주택자로 간주해 1가구2주택이 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에서 무거운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 인구감소지역 89개 시·군·구 가운데 부동산 투기 우려가 있는 수도권·광역시를 제외한 83곳이 '세컨드 하우스' 특례를 받게 된다. 정부는 이달 중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6월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관건은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동조하느냐 여부다. 일부 투기적 우려는 있으나 야당도 지역소멸 대책에 대해서는 여당과 이견이 없으므로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책의 목적은 수도권 등 도시인들이 세컨드 하우스를 갖고 주말이나 휴가 때 인구감소지역에 정주하는 '생활인구'를 늘린다는 데 있다. 도시 인구와 자원을 농어촌으로 환류시켜 지역소멸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양곡관리법이 과연 농촌 경제기반에 큰 도움이 될까

민주당은 '제2양곡관리법'을 18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쌀 과잉생산 유발, 쌀값안정 역효과, 재정부담 가중 등을 들어 정부여당이 반대했지만 밀어붙였다. 쌀값이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정부가 의무 매입해 시장격리를 함으로써 시중 쌀값을 안정시킨다는 것이다. 작년에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지만 대통령에 의해 거부권이 행사된 '제1양곡관리법'에 더해 이번에는 대상을 채소와 과일까지 포함시켰다.

양곡법의 입법 취지는 농민·농업·농촌 '3농'을 보호한다는 데 있다. 나아가 인구감소와 소득기반 악화로 소멸위기에 놓인 지역을 살린다는 원려(遠慮)도 작용한다. 뜻은 가상하나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거창한 선의를 내세우지만, 정작 도움이 절실한 농촌의 영세농가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미미하다. 통계청의 2022년 '농가경제조사'를 보면 농가의 농업소득은 전체 소득의 20% 수준에 불과한 949만원이었다. 전체 농가 99만9000가구(통계청 '2023 농림어업조사') 중 벼 재배(쌀농사) 농가는 39만 가구에 그친다. 그 농가 중 상당수가 전국 1만6000개(2022년 기준)의 농업법인에 쌀 재배를 전적으로 위탁하거나 기계화영농에 의존하므로 쌀 재배 소득의 상당 부분은 기업농이나 기계화영농단으로 이전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농업인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통계청 조사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52.6%(2023년 기준)였다. 70세 이상은 36.7%다. 결국 정부가 쌀값 보전정책을 아무리 편다 해도 혜택을 보는 농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 혜택의 양도 분산돼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 그렇다면 지역경제를 살리고 사람이 꼬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컨드 홈'에서 텃밭 가꾸고 소규모 경작도 가능하게 해야

지역에 세컨드 하우스를 갖는 것만으로는 지역경제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전국 6만 가구로 추정되는 미분양 아파트 해소와 13만 가구에 이르는 빈집 처리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시적 효과에 그친다. 생활인구 유입과 농어촌지역의 활력 제고에는 한계가 있다.

세컨드 하우스 제도가 성공하려면 세컨드 하우스 지역을 제2주소로 등록하게 하고, 이를 통해 농지를 보다 원활하게 매입해 텃밭을 가꾸거나 소규모 농작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세컨드 하우스를 가진 도시인이 지역에 거주하며 무언가 소일할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컨드 하우스가 '세컨드 홈'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법상 세컨드 하우스 지역에 부(副)주소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지법의 농지 매입 조건과 매입 한도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복수주소제 또는 부주소제는 독일과 일본이 시행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2021년 기준 120여만 명이 주(主)주소지와 부(副)주소지를 갖고 양쪽에 모두 주민세를 납부하고 있다고 한다. 선거권 역시 두 지역에서 모두 행사할 수 있다. 일본은 일찌감치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관계인구'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각 지자체들이 도시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거주비와 교통비를 지원함으로써 지역에 장기간 머물게 하는 방식이다. 1년에 1개월 이상 거주하는 인구를 보통 '생활인구'라고 하는데, 일본의 관계인구는 이 생활인구 개념을 활용한 것이다.

한편, 국내 지방행정학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복수주소제가 지역 인구소멸, 지역경제 쇠락의 극복 방안으로 제안해왔다. 행정안전부는 작년에 복수주소제 시범 도입 계획을 밝혔는데, 이를 속히 시행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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