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매크로VIEW] "트럼프에 폭싹 속았다?" 테이블로 돌아온 美中](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0902109963066001[1].jpg "[이윤희의 매크로VIEW] \"트럼프에 폭싹 속았다?\" 테이블로 돌아온 美中")
오는 주말(10~11일) 중립국인 스위스에서 그 무대가 될 예정입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스위스에서 중국 측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납니다.
베선트 장관과 그리어 대표는 약 90개 국가를 상대로 한 관세 협상 미국 측 대표이며, 이들을 만날 허리펑 부총리는 중국의 '경제 실세'로 평가되는 인물이죠,
앞서 스위스로 떠나기 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베선트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대중 관세 인하를 중국 측에 제시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했습니다. 다만 "토요일과 일요일 우리는 무엇에 대해 논의할지 합의할 것"이라며 "내 생각에는 대단한 무역 협상이 아니라 (양국 간) 긴장 완화(de-escalation)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도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사전에 관세를 인하하지는 않겠지만 이번 주말에 실질적인(substantive) 진전이 있을 것이라며 그에 따라 관세 인하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지금은 더 높일 수가 없다. 이미 145%까지 올라간 상태니까, 내려갈 일만 남았다. 아주 좋은 관계를 맺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미국 정부가 대(對)중국 관세를 145%에서 50∼54% 선으로 낮추는 제안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20일 출범 직후 중국에 145%의 추가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125%의 대미 보복 관세를 적용하면서 양국 간 무역은 사실상 단절되다시피 한 상황입니다.
관세전쟁의 후폭풍은 예상보다 거셌습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주식·국채·달러 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0.3%)을 기록했습니다. 중국에선 미국행 선박이 급감하고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부도 위기에 있습니다. 그렇게 긴장이 고조되던 중 중국과 미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중국과의 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영국과의 무역협상 타결 소식을 공식화 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은 미국산 소고기, 에탄올, 농산물, 기계류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시장을 개방하고 보잉 항공기 100억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대가로 미국은 연간 10만대 규모의 영국산 자동차에 대해 기존 25%의 관세를 10%로 인하하고, 영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부과하던 25%의 관세를 철폐했습니다. 다만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영국에 부과한 기본관세 10%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2023년 2% 미만 수준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에 대한 10% 관세가 미국의 새로운 기준선임을 시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자유무역협정(FTA)도 아니고 기본적인 틀을 마련한 수준이라고 하면서도 트럼프가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 역시 WSJ은 교역국들에 신속한 합의를 압박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을 제기합니다.
사실 영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가장 좋은 조건으로 무역협정을 맺을 수 있는 국가였습니다. 역사·문화적인 뿌리가 같으며 영국은 미국의 무역수지 흑자국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현재로선 트럼프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사이도 좋은 편입니다.
WSJ은 "1년 전만 해도 미국이 가장 오랜 동맹국인 영국에 1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양국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것은 그동안 상황이 얼마나 급변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은 이제 고관세·보호무역주의 국가가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 입장에서 무역적자국인 상황입니다. 영국 이상 유리한 협상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드물겠지요.
미국과 중국이야말로 입장 차가 큰 만큼 첫 만남에서 관세 전면 철폐 등 대단한 합의를 끌어내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G2'의 극단적인 대치로 그리고 중국에 대한 초고율 관세로 시장 충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서로 얼마 간의 양보는 이뤄질 수 있겠지요.
트럼프 2기가 출범하자마자 일어난 이 관세전쟁도 결국 중국과의 패권전쟁의 일환일 겁니다. 이제 우리에게도 오지 않았으면 하는 시간이 닥쳐올 것입니다. 'G2' 중 어느 편에 서는 것이 유리한지 따져봐야 하는 시간이요.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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