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제공
한국을 대표하는 뇌과학자이자 '제1호 국가과학자'인 신희섭(사진) 단장이 46년의 연구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IBS(기초과학연구원)은 23일 대전 본원 과학문화센터에서 신희섭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의 퇴임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신 단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임상의에서 기초의학자로 진로를 바꿔 인류의 난제인 '뇌'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미국 MIT대와 포스텍 교수를 거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뇌과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2년 7월 IBS 첫 연구단장에 선정돼 사회성 뇌과학 그룹을 이끌어 왔다.
그는 기억과 감정, 공감 등 인지기능의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 분야에 유전학을 도입했다. 특히 간질이나 운동마비 등 뇌 신경질환의 발병 원인을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실어 주목받았다.
IBS 단장으로 재임하면서 인지, 정서, 사회성에 관여하는 뇌의 종합적 작용을 규명하는 연구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수면 중 뇌파를 조절해 학습 기억력을 2배 높이는 연구(뉴론, 2017년), 공감능력 조절 메커니즘을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뉴론, 2018년), 공포기억을 억제하는 뇌 회로를 규명한 연구(네이처, 2019년) 등의 성과를 잇따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지금까지 197편 이상의 논문을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다.
이 같은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호암상(2004년), 국민훈장 동백장(2004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2005년) 등 대표적인 과학상을 수상했고, 2006년에는 과학기술부 1호 국가과학자에 선정됐다. 아울러 미국 국립과학원(NAS) 회원, 미국과학진흥협회(AAA) 펠로우에 선임되는 등 국제적으로 학문적 영예를 안았다.
신희섭 단장은 "의대 졸업 후 의사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 싫어 들어선 기초과학자의 삶이 어느덧 46년이 됐다"며 "스승 없이 열정만을 갖고 뇌과학 연구를 하면서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고, 수많은 동료와 선후배 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행복한 연구자의 길을 걸어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 단장은 이어 "IBS 단장으로 선임돼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연구를 할 수 있었다"며 "후배 연구자들이 더 깊이, 더 높게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 단장이 이끌던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사회성 뇌과학 그룹은 연구원 규정에 다라 폐지되고, 소속 연구 인력은 연구단 내 인지 교세포 과학 그룹으로 옮겨 연구활동을 이어간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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