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카카오가 보유한 1위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 SM 아티스트 음원이 유리한 조건으로 노출되게 하거나, 경쟁사에 음원 공급을 제한하면 안 된다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공정위는 2일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SM)의 주식 39.87%를 취득한 기업결합이 국내 대중음악 디지털 음원 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한다고 판단해 이같은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결정했다.
카카오는 디지털 음원 유통 및 플랫폼 시장에서 1위 사업자다. NCT와 에스파 등이 소속된 SM은 디지털 음원 기획·제작 시장의 1위 사업자다. 공정위는 카카오가 이번 기업결합으로 SM의 강력한 인기 음원을 확보해 디지털 음원 기획·제작 시장에서도 1위 사업자에 등극하고, SM의 음원 유통권도 확보해 관련 시장에서 지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봤다.
따라서 기업결합 이후 경쟁제한 행위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카카오가 멜론의 경쟁 플랫폼에 자사가 유통하는 음원을 적기에 공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영업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디지털 음원 시장의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멜론의 경쟁 음원 플랫폼이 카카오에 음원 공급을 요청할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거나 지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카카오가 1위 음원 플랫폼 멜론을 통해 SM 소속 가수에 특혜를 줘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공정위는 멜론 이용자들이 '최신음악', '스포트라이트', '하이라이징' 등 최신음악 소개코너에 특정 음원이 집중 노출될 경우 이를 청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SM 소속 가수의 신규 음원을 중점적으로 노출해 인위적인 띄우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멜론의 음원 차트인 'TOP100'은 '차트인'이라는 명칭이 있을 정도로 상징성이 크며, 차트 상위권으로 올라갈수록 화제성이 높아지고 이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정위는 카카오가 5인 이상의 독립된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점검기구를 설립해 최신음악 소개코너를 통한 자사우대 여부를 살펴보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카카오는 반기마다 점검기구에 관련 사항을 보고하고, 자사우대 행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30일 내에 시정계획을 보고해야 한다. 이번 시정조치의 유효기간은 3년으로, 경쟁제한 우려가 현저히 감소할 경우 카카오는 시정명령 취소나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카카오 측은 전원회의에서 "유튜브 뮤직 등 해외 사업자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멜론이 확고한 1위 사업자라고 보기 어렵다"며 "최신음악 노출 등에서 공정위 모니터링을 받는다는 사실이 업계에 알려지면, 다른 유통사가 거래를 기피하는 등 불이익도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정명령의 강도를 낮춰달라는 취지였지만, 전원회의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희은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이번 시정조치는 기업결합 심사에서 플랫폼의 자사우대를 차단하기 위해 시정조치를 부과한 최초 사례"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는 음악 기획·제작 및 유통 사업과 멜론 서비스 운영에 공정을 기하며 음악산업의 균형있는 성장에 기여해왔다"며앞으로도 이번 기업 결합심사 승인 조건을 성실하게 이행하며, 각 사의 IT와 IP 역량을 결합해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K컬처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공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최상현기자 hyun@dt.co.kr
걸그룹 에스파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향수 브랜드 '아쿠아 디 파르마' 팝업 스토어 오프닝 기념 포토콜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