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으로 일궈낸 '전자부품 마케팅 달인'
`世界重新(세계중신)'
손진형 코칩 사장의 사무실에 들어가면 이같은 글귀가 씌어 있는 액자가 시선을 끈다. 세계 변화 흐름에 맞게 발빠르게 변화하라는 뜻이다. 유명 서예가가 선물로 준 이 작품의 글귀는 손 사장의 인생 철학과 닮아 있다.
서울 가산동 구로공단에 위치한 코칩은 국내 최대 규모의 표면실장(SMD) 전자부품 유통업체로, 지난해엔 삼성전기 전기이중층콘덴서(EDLC) 사업 부문을 인수, 첨단 기술전문 벤처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창업주 손진형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자부품 마케팅 전문가다. 85년 KEC(당시 한국전자) 반도체 영업부서에 입사해 전자부품과 연을 맺은 이래 18년 동안 줄곧 전자부품 영업 및 마케팅 업무에서 잔뼈가 굵었다. 지금도 능동ㆍ수동ㆍ복합 부품까지 수많은 전자부품 기종과 가격ㆍ시장ㆍ기술현황을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다.
전자분야에 전혀 문외한이던 손 사장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자부품 마케팅 전문가로 명성을 날리는 데는 그의 뚝심과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KEC 반도체 영업부에 입사했을 때의 일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손 사장이 기술영업직의 특성상 대부분 전자공학 전공 출신들이 담당해왔던 영업 부서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손 사장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일과 후 매일같이 청계천의 라디오ㆍTV 기술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강의를 들었죠. 또 안면을 튼 거래처 사람들에게 저녁에 술을 사줘가며 회로도 보는 방법, 데이터 처리 방법 등 실무 기술들을 익혔습니다."
이렇게 공을 들인 손 사장의 영업 실적이 전자공학 출신자들보다 좋았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손 사장은 90년 때마침 신설된 영업기획팀에 배치되고, 각종 전자부품 기획업무를 담당했다.
이 부서에서 미래형 신규 제품에 대한 수요조사 및 상품기획 등의 업무를 처리하면서 손 사장은 전자부품 사업 전반을 헤아릴 수 있는 안목이 트였고, 마침내 90년 4월 한국광전(현재 코칩)를 설립했다. 당시 공장 자동화 열풍과 더불어 기존 전자부품 시장이 리드 타입에서 표면실장형(SMD) 타입으로 전면 대체될 것이란 확신과 열정이 그를 창업전선에 뛰어들게한 동인이 된 것이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자동화 공정이 물밀듯이 도입되면서 SMD 부품수요가 폭증, 회사 매출도 승승가도를 달렸다.
초창기 마쓰시타ㆍ무라타ㆍ히타치 등 일본 부품을 들여와 이를 국내업체에 공급하는데 주력했던 코칩은 삼성전기 등이 SMD 부품을 국산화하면서부터는 국산 부품유통에 전념, 현재의 삼성전기 최대의 부품 유통대리점으로 자리잡았다.
손 사장의 변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97년을 전후로 `경제 위기론'이 팽배해지면서 결국 기술력을 갖춘 회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조사업에 착수키로 결심한 손 사장이 찾아낸 신규 아이템이 바로 현재의 EDLC 사업이다. EDLC란 각종 오디오ㆍVTR와 같은 가전기기나 휴대폰ㆍPDA등의 통신기기에서 보조전원 되는 부품으로, 대용량화 기술이 급진전되면서 마이크로 전지까지 대체할 차세대 에너지 저장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손 사장이 EDLC를 점찍은 이유는 다른 품목에 비해 비교적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모바일 기기 및 전기자동차 시장 성장세와 더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바로 터진 IMF 여파로 한동안 사업화를 보류해왔다. 그러던 중 손 사장은 지난해 때마침 삼성전기의 EDLC 사업부 매각 정보를 입수, 치열한 경쟁 끝에 결국 인수에 성공했다.
코칩은 EDLC 사업에 착수한 이래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백업용 소형 EDLC의 경우, 삼성전자ㆍLG전자ㆍJVCㆍ산요 등 기존 거래선들의 꾸준한 매출이 이어져 지난 1ㆍ4분기 매출이 15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이달 안에 서울 본사와 중국 톈진 법인을 합쳐 월 280만개 생산능력을 월 400만개 수준으로 증산하게 되면, 올 전체 매출이 7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손 사장은 예상하고 있다.
이같이 처음부터 사업이 호조를 보이는 데는 생산현장은 물론 R&D 및 영업 활동까지 직접 챙기는 손 사장의 철저한 현장 경영이 든든한 힘이 됐다는 게 임직원들의 평이다. 더욱이 사스 여파로 모두가 중국 출장을 꺼리는 최근 몇 달간에도 손 사장은 2주에 한번 꼴로 꼭 중국 현지 공장을 방문해 일일이 진척상황을 체크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손 사장은 결코 국내 전자부품 유통부문의 1위업체에 만족하지 않는다. 현재 일본 경쟁업체들이 의욕을 보이고 있는 전기자동차용 고용량 EDLCㆍ마이크로전지 등 고부가 제품군에 대한 대대적인 R&D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세계 선두 EDLC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그의 목표다.
이와 관련, 코칩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기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세라믹기술원 및 각 대학 부서연구소와 공동 연구과제를 추진 중이며, 향후 이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기업의 미래경쟁력은 기술흐름을 정확히 분석해 조기에 대응하는 것"이라는 그의 기업철학이 또다른 열매를 맺을 수 있을 지 기대된다.
`世界重新(세계중신)'
손진형 코칩 사장의 사무실에 들어가면 이같은 글귀가 씌어 있는 액자가 시선을 끈다. 세계 변화 흐름에 맞게 발빠르게 변화하라는 뜻이다. 유명 서예가가 선물로 준 이 작품의 글귀는 손 사장의 인생 철학과 닮아 있다.
서울 가산동 구로공단에 위치한 코칩은 국내 최대 규모의 표면실장(SMD) 전자부품 유통업체로, 지난해엔 삼성전기 전기이중층콘덴서(EDLC) 사업 부문을 인수, 첨단 기술전문 벤처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창업주 손진형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자부품 마케팅 전문가다. 85년 KEC(당시 한국전자) 반도체 영업부서에 입사해 전자부품과 연을 맺은 이래 18년 동안 줄곧 전자부품 영업 및 마케팅 업무에서 잔뼈가 굵었다. 지금도 능동ㆍ수동ㆍ복합 부품까지 수많은 전자부품 기종과 가격ㆍ시장ㆍ기술현황을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다.
전자분야에 전혀 문외한이던 손 사장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자부품 마케팅 전문가로 명성을 날리는 데는 그의 뚝심과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KEC 반도체 영업부에 입사했을 때의 일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손 사장이 기술영업직의 특성상 대부분 전자공학 전공 출신들이 담당해왔던 영업 부서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손 사장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일과 후 매일같이 청계천의 라디오ㆍTV 기술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강의를 들었죠. 또 안면을 튼 거래처 사람들에게 저녁에 술을 사줘가며 회로도 보는 방법, 데이터 처리 방법 등 실무 기술들을 익혔습니다."
이렇게 공을 들인 손 사장의 영업 실적이 전자공학 출신자들보다 좋았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손 사장은 90년 때마침 신설된 영업기획팀에 배치되고, 각종 전자부품 기획업무를 담당했다.
이 부서에서 미래형 신규 제품에 대한 수요조사 및 상품기획 등의 업무를 처리하면서 손 사장은 전자부품 사업 전반을 헤아릴 수 있는 안목이 트였고, 마침내 90년 4월 한국광전(현재 코칩)를 설립했다. 당시 공장 자동화 열풍과 더불어 기존 전자부품 시장이 리드 타입에서 표면실장형(SMD) 타입으로 전면 대체될 것이란 확신과 열정이 그를 창업전선에 뛰어들게한 동인이 된 것이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자동화 공정이 물밀듯이 도입되면서 SMD 부품수요가 폭증, 회사 매출도 승승가도를 달렸다.
초창기 마쓰시타ㆍ무라타ㆍ히타치 등 일본 부품을 들여와 이를 국내업체에 공급하는데 주력했던 코칩은 삼성전기 등이 SMD 부품을 국산화하면서부터는 국산 부품유통에 전념, 현재의 삼성전기 최대의 부품 유통대리점으로 자리잡았다.
손 사장의 변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97년을 전후로 `경제 위기론'이 팽배해지면서 결국 기술력을 갖춘 회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조사업에 착수키로 결심한 손 사장이 찾아낸 신규 아이템이 바로 현재의 EDLC 사업이다. EDLC란 각종 오디오ㆍVTR와 같은 가전기기나 휴대폰ㆍPDA등의 통신기기에서 보조전원 되는 부품으로, 대용량화 기술이 급진전되면서 마이크로 전지까지 대체할 차세대 에너지 저장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손 사장이 EDLC를 점찍은 이유는 다른 품목에 비해 비교적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모바일 기기 및 전기자동차 시장 성장세와 더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바로 터진 IMF 여파로 한동안 사업화를 보류해왔다. 그러던 중 손 사장은 지난해 때마침 삼성전기의 EDLC 사업부 매각 정보를 입수, 치열한 경쟁 끝에 결국 인수에 성공했다.
코칩은 EDLC 사업에 착수한 이래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백업용 소형 EDLC의 경우, 삼성전자ㆍLG전자ㆍJVCㆍ산요 등 기존 거래선들의 꾸준한 매출이 이어져 지난 1ㆍ4분기 매출이 15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이달 안에 서울 본사와 중국 톈진 법인을 합쳐 월 280만개 생산능력을 월 400만개 수준으로 증산하게 되면, 올 전체 매출이 7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손 사장은 예상하고 있다.
이같이 처음부터 사업이 호조를 보이는 데는 생산현장은 물론 R&D 및 영업 활동까지 직접 챙기는 손 사장의 철저한 현장 경영이 든든한 힘이 됐다는 게 임직원들의 평이다. 더욱이 사스 여파로 모두가 중국 출장을 꺼리는 최근 몇 달간에도 손 사장은 2주에 한번 꼴로 꼭 중국 현지 공장을 방문해 일일이 진척상황을 체크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손 사장은 결코 국내 전자부품 유통부문의 1위업체에 만족하지 않는다. 현재 일본 경쟁업체들이 의욕을 보이고 있는 전기자동차용 고용량 EDLCㆍ마이크로전지 등 고부가 제품군에 대한 대대적인 R&D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세계 선두 EDLC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그의 목표다.
이와 관련, 코칩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기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세라믹기술원 및 각 대학 부서연구소와 공동 연구과제를 추진 중이며, 향후 이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기업의 미래경쟁력은 기술흐름을 정확히 분석해 조기에 대응하는 것"이라는 그의 기업철학이 또다른 열매를 맺을 수 있을 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