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동현 IT바이오부 기자
![[현장칼럼] 소버린AI 농사, 토양부터 살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2702102369081001[1].jpg "[현장칼럼] 소버린AI 농사, 토양부터 살펴야")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보안 소프트웨어(SW) 패치 실수로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와 연결된 전 세계 공항·병원 등이 마비됐던 IT대란으로부터 약 1년이 흘렀다. 당시 국내 피해는 경미했는데, 단지 이를 쓰는 고객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를 망분리 정책 덕분이라 평하자 한 클라우드 기업 대표는 "컴퓨터를 끄고 살면 더 안전하다"고 꼬집었다. 클라우드를 포함해 국내 SW산업 성장이 기대보다 더딘 이유 중 하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최근 인공지능(AI) 내각의 진용을 갖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에 배경훈 LG AI연구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에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를 지명했다. 특히 배 후보자는 앞서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임명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과 함께 40대 AI 전문가 쌍두마차로 국가 AI 정책을 이끌어나가는 중임을 맡게 된다.
이 대통령이 AI 100조 투자 공약과 함께 파격적인 인선으로도 승부수를 둔 셈이다. 등용된 이들이 국내 대표적인 두 기반모델 개발의 주역인 만큼 이로써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목표로 내건 AI 3대강국(G3) 도약을 소버린AI 중심으로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AI 관련 기업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챗GPT가 있으니 소버린AI 개발이 낭비란 주장은 베트남에 쌀 많으니 농사지을 필요 없다는 얘기와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버린AI를 국가 AI 전략의 핵심으로 삼는다면 먼저 그 정의와 범위, 현 주소 및 목적지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AI가 플랫폼으로 기능할 미래까지 상정해 해외 빅테크 종속에서 필히 벗어날 수 있어야할 국방·외교·안보 등은 물론이고 우리 산업과 사회 곳곳에 끼칠 영향도 파악해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아울러 그 결실을 만들어낼 토양을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소버린 클라우드도 그 중 하나다.
AI G3를 노릴 수준의 AI모델을 개발·활용한다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인프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서도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은 선행돼야할 과제다. 나아가 데이터·AI 주권 확보를 위해서도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예컨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가 국내 데이터센터로 데이터 레지던시 요건은 충족할 수 있으나, 미국 클라우드법에 따라 미국정부가 정보 공개를 요구할 경우 이를 외면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다.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법을 제정했음에도 국내 클라우드 산업 성장세는 기대보다 더디다. 민간시장은 선발주자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한지 오래다. 혹자는 국내 기업들이 공공수요에 목맨다고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B2B·B2G 사업 특성상 정부사업이 초기성장 기반이 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라클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첫 고객이었고, AWS는 미 국방부(펜타곤) 등 사업을 발판 삼았으며, 최근 팔란티어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주요 부처·기관들부터 앞장서서 혁신을 도모했던 선도국 사례와 달리 국내 클라우드 분야는 구태에 사로잡혀 마중물이 제대로 흐르지 못했다. 부처 간 엇박자로 공공 클라우드 전환이 더뎠고 그 예산마저 깎이기도 했다. 주로 보안성 명목이었는데 그게 합당한지, 행정편의나 밥그릇 챙기기가 없었는지도 현 정부가 살필 일이다. 현재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민간협력형(PPP) 모델 위주로 진행되고 있지만 클라우드 네이티브와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클라우드 만능론 또한 경계해야 한다. 환경·여건에 따라 클라우드가 항상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AI G3를 소버린AI로 이루고자 한다면 필수적인 기반이다. 이미 공공 데이터 흐름을 저해하고 있는 데이터 사일로 현상뿐 아니라 개별 AI시스템의 난립으로 초래되는 AI 사일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공공분야 전반에 걸쳐 기반과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앞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도 이런 문제들을 인지하고 민간 클라우드 중심으로 풀어나가려 했으나 힘도 시간도 부족했다.
AI도 클라우드도 거버넌스가 우선돼야 한다. 지지부진한 클라우드 전환뿐 아니라 규제 불확실성으로 외려 AI산업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되는 AI기본법까지 거버넌스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결국은 이 대통령과 새 정부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소버린 클라우드를 비롯해 소버린AI를 위한 토양이 비옥해질 수 있길 기원한다.dhp@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