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체리기차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시리즈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중국 체리기차가 LG에너지솔루션을 선택한 것이 왜 국적을 뛰어넘은 상징적 사례로 평가되나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13일 체리기차의 유럽 자회사인 'O&J Automotive Netherlands'와 총 8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8GWh는 약 12만대의 전기차에 장착할 수 있는 규모로 계약 금액은 공급 규모로 미뤄볼 때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1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5년에 걸쳐 체리기차의 유럽 진출형 전기차에 46시리즈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O&J Automotive Netherlands는 오모다(Omoda)와 재쿠(Jaecoo) 브랜드의 유럽 진출을 위한 핵심법인인 만큼 이 브랜드의 주력 모델에 탑재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에 공급하는 46시리즈 배터리를 국내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생산할 예정입니다.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도 46시리즈 생산라인이 구축돼 있지만 마더 팩토리이자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의 핵심 생산 거점은 오창인 만큼 이번 계약 물량은 이곳에서 담당합니다.
중국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대규모 원통형 배터리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국내 배터리 회사 중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 벤츠 계열사와 리비안과 차세대 폼펙터인 46시리즈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자국업체의 선호도가 높은 중국까지 고객사로 확보한 것입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외국계 배터리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폐쇄적 구조로 '철옹성'에 비유됩니다. 중국자동차배터리혁신연맹(CABIA)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국 전기차 시장의 배터리 점유율은 CATL 45.9%, BYD 22.5%, CALB 7.5% 등 95% 이상이 중국 로컬 배터리 업체입니다.
이미 중국 업체들은 공급망과 원자재, 로비력까지 갖춘 구조로 외부 기업이 파고들 틈이 거의 없습니다. 중국 배터리 사용 시 원가 절감이 가능하고 정부 보조금 연계나 통제 부담이 적기 때문에 외국산 배터리 채택을 꺼리기도 합니다.
특히 체리기차는 1997년 설립된 중국 국영 기업으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 내 대표적인 토종 완성차 기업입니다. 통상 자국 배터리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이 관행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 중심의 조달 체계를 가진 중국 기업이 이번에는 새롭게 외국계 기술을 선택한 것입니다.
자국산 중심의 폐쇄적인 공급망을 유지해 온 체리기차와 한국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협력이 국적을 기술력이 뛰어넘은 상징적인 수주 사례로 평가되는 이유입니다. 이번 공급은 유럽 수출용 차량에 탑재되는 것이지만 '중국 공급망의 벽'을 넘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또 46시리즈는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인 신규 폼팩터인 만큼 배터리 업체의 국적보다도 기술 신뢰성과 안정적인 양산 경험이 핵심 선택 기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0년 이상 축적해온 배터리 기술력과 풍부한 양산 경험으로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업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46시리즈는 LFP 전성시대에 상용화 초기 단계임에도 캐즘을 돌파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46시리즈는 기존 2170 배터리 대비 출력 5배, 용량 6배 이상 향상됐으며, 공정 단순화로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셀투팩(CTP)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원통형 배터리의 공간 활용성과 무게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됐습니다.
표준 규격을 바탕으로 대량 생산에 적합하고 품질 관리가 용이해, 공급망 리스크 대응에도 유리해졌습니다. 건식전극 기술 적용 시 최대 50% 원가 절감 효과도 기대됩니다.
안전성 면에서도 각형이나 파우치형보다 우위를 보입니다. 원통형은 개별 셀 크기가 작아 병렬 연결을 통해 화재 등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분산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요구하는 주행거리와 출력, 원가절감, 안정성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폼팩터로 부상한 셈입니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만의 독자적인 NCM(삼원계) 46시리즈는 LFP(리튬인산철) 대비 저온 환경에서 출력과 충전 효율이 우수하고 고용량을 바탕으로 주행거리 면에서 강점을 구현했습니다. 모듈·팩 통합구조인 'CAS 설루션'까지 적용해 성능과 안전성을 더 높였습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배터리 기업에서 46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 만큼 유의미한 수주성과를 발표한 기업은 없다"며 "자국 기업과의 거래를 선호하는 중국 기업과의 이번 수주 성공은 향후 프리미엄 46시리즈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중요한 이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양사는 향후 체리기차 그룹 내 다른 전기차 모델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추가 프로젝트 논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출시를 앞둔 오모다 C7 EV, 재쿠 J5 EV, J7 EV 등 차세대 전기차 모델군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체리기차는 지난해 전체 판매량 240만대와 수출 물량 110만대를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에 이르는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체리(Chery), 엑시드(Exeed) 등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해외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대체 불가능한 차별화된 고객가치만이 전기차 시장의 캐즘을 극복하고 다가올 슈퍼사이클을 지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며 "체리기차와의 이번 공급 계약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지며 이를 계기로 신규 폼팩터인 46시리즈 수주를 전 세계 시장으로 더욱 확대해 압도적인 시장 우위를 선점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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