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재판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서울고법의 이재권 부장판사는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는 판사 개인의 자의적인 해석을 단서로 달아놓았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어떠한 판사가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권한이 있고 어떻게 헌법 제84조를 '재판을 대통령 임기 중에 중단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가 있냐"며 "헌법 제84조는 새로운 재판을 위한 대통령의 기소가 불가능하다는 뜻이지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다 알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유한하지만 사법부의 역사는 영원무궁하다"며 "대통령 임기 초반 권력이 무섭다는 이유로 판사가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성을 포기한 셈"이라고 직격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권력의 바람 앞에 미리 알아서 누워버린 서울고법 판사의 판단은 두고두고 사법부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며 "대통령 권력 앞에 자발적으로 무릎을 꿇은 판사의 이름이 법학 교과서에 두고두고 박제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 FC 사건 재판의 공판 기일은 오는 24일, 경기도 법인 카드 유용 의혹 사건의 공판 준비 기일은 다음 달 1일, 불법 대북 송금 의혹의 공판 준비 기일은 다음 달 22일로 예정돼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담당 판사들은 절대로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재판부와 같은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검찰은 항고를 통해서 헌법 제84조에 대한 해석을 대법원에 요청할 것을 촉구한다"며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서울고법의 부당한 헌법 제84조 해석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당선 시 형사재판 중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하려고 하는 것도 강도 높게 질타했다. 그는 "재판이 5개씩 되다 보니 공직선거법 재판 1건이 연기된 것만으로는 못내 불안한 모양"이라며 "재임 등의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입법 독재의 올가미로 법원의 손발을 묶어두겠다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등의 변호를 맡았던 이승엽 변호사가 거론되는 것을 두고는 "국회를 입법 독재의 도구로 사용했던 것처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사법 독재의 도구로 쓰겠다는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이재명 정부의 출범 첫 1주는 통합도, 민생도 아닌 오로지 방탄 독재의 길만 모색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모든 것은 이 대통령의 추악한 법적 리스크를 사법부 장악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황금 같은 허니문 기간을 본인의 법적 리스크 해소에 소진시키는 이재명 정부의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에 임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대통령의 권위도 지키는 길"이라며 "본인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억지와 무리수를 쓰면 쓸수록 권력의 종말은 급속히 가까워진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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