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 공약… "지역경제 활성화·기업경쟁력 향상"
부산항과 시너지… 용역업·해양금융 클러스터 기대되나
"노동자 자율적 판단 무시한 행태" HMM 내부 갈등 격화
재편과정서 해외 신인도 저하·협력사와 소통지연 우려도
부산항과 시너지… 용역업·해양금융 클러스터 기대되나
"노동자 자율적 판단 무시한 행태" HMM 내부 갈등 격화
재편과정서 해외 신인도 저하·협력사와 소통지연 우려도
![[이슈&트렌드] HMM 부산행 결정 초읽기… 지역 균형 vs 실효성 논쟁 `팽팽`](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1002101832057001[1].jpg "[이슈&트렌드] HMM 부산행 결정 초읽기… 지역 균형 vs 실효성 논쟁 `팽팽`")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이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로 인해 해운업계, 노동계, 정치권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시작됐다.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부터 강하게 추진해온 공약인 HMM 부산 이전은 지역 균형 발전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내부 반발과 실효성 논란 또한 만만치 않다. 정치적 의지와 산업적 현실, 그리고 노사 간 갈등이 맞물리며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부산 유세와 SNS를 통해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부산항이라는 국제 해운 허브와 가까워지면서 현장 중심 경영을 실현하고 기업 경쟁력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실질적 변화가 가능하다"며, HMM의 부산행을 강력히 주장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HMM을 "국민이 주인인 공기업의 자회사"라고 표현하며 "국민이 원한다면 부산 이전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혀 이전 의지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의의 출발점은 지난해 3월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의 취임과 함께 본격화됐다. 양 회장은 부산 경제를 되살릴 핵심 과제로 HMM 본사 이전을 제시했고, 이어 HMM 해원노조와의 면담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후 HMM 경영진과도 비공식 접촉을 이어가며 정부와 부산 경제계가 이전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대선 캠프에 HMM 이전을 포함한 지역 공약안을 제출했고, 이재명 후보가 이를 받아들여 공약에 반영했다.
![[이슈&트렌드] HMM 부산행 결정 초읽기… 지역 균형 vs 실효성 논쟁 `팽팽`](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1002101832057001[2].jpg "[이슈&트렌드] HMM 부산행 결정 초읽기… 지역 균형 vs 실효성 논쟁 `팽팽`")
HMM이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할 경우 기대되는 효과는 다양하다. 부산항과 부산신항의 글로벌 경쟁력과의 시너지는 물론 선용품 및 해운 관련 용역업 활성화, 해양금융과 물류산업 클러스터 조성,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 역할이 예상된다.
특히 해양수산부와 부산 지역 해양 관련 중소기업, 단체들은 본사 이전에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이전이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HMM의 대주주는 한국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국민연금공단으로, 세 기관이 보유한 지분은 77%를 넘는다.
사실상 공적자금으로 운영되는 HMM인 만큼 경영진들이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 역시 유세에서 "HMM은 민간 기업이지만 정부가 자금을 출자했기 때문에 이전은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
여기에 강석훈 산업은행 전임 회장의 행보도 HMM 부산 이전 추진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산업은행은 지난 5일 강석훈 전 회장의 이임식을 열고 그의 3년 임기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강 전 회장은 이임사에서 "AI 기반 산업 전반에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임기 중 주요 성과로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국적 항공사 통합, 첨단 전략산업 육성 등을 언급했다. 특히 본사 부산 이전 문제는 그의 재임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추진된 핵심 과제 중 하나였다.
강 전 회장은 국회에서 산은 이전법 통과가 지연되자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부산 지역 조직을 확장하는 우회적 방법을 택했다. 2022년 11월에는 '중소·중견금융부문'을 '지역성장부문'으로, '부산경남지역본부'를 '동남권지역본부'로 확대 개편했고, 이에 따라 부산·경남 지역 근무자는 약 150명에서 200여명으로 늘었다. 이 같은 조직 개편은 정부의 수도권 집중 해소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다만 HMM과 KDB생명 매각 실패, 이전 과정에서의 직원 반발 등은 아쉬운 부분으로 평가된다. 현재 산은은 차기 회장 임명 전까지 김복규 수석부행장이 직무대행을 맡는다.
본사 이전을 둘러싼 HMM 내부 갈등도 만만치 않다. HMM 내부 노조가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선원 중심의 해원노조(HMM해원연합노조)는 부산 이전에 찬성하는 반면, 사무직 중심의 육상노조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해원노조 소속은 약 600여명이며, 육상노조는 900여명이 가입된 HMM 최대 노동조직이다.
HMM 육상노조는 지난 4일 입장문을 통해 "상장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치적 폭력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유세 과정 등을 통해 "노동자의 자율적 판단을 무시한 강압적 태도"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는 본사 이전이 단행될 경우 핵심 인력의 대거 이탈, 조직 불안정, 경영 효율성 저하 등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HMM 사무직 직원 1000여명 중 약 800여명은 서울에서 근무 중이며, 대부분 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사를 강제로 이전할 경우 인력 유출은 물론, 조직의 안정성과 기업문화 유지에도 큰 차질이 우려된다. 서울에 본사를 둔 대부분의 해운기업과 해양단체들도 "부산 이전은 해양수산부의 위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슈&트렌드] HMM 부산행 결정 초읽기… 지역 균형 vs 실효성 논쟁 `팽팽`](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1002101832057001[3].jpg "[이슈&트렌드] HMM 부산행 결정 초읽기… 지역 균형 vs 실효성 논쟁 `팽팽`")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HMM 육상노조는 "글로벌 해운 얼라이언스의 재편 과정에서 해외 신인도 저하, 협력사와의 소통 지연 등으로 인해 HMM의 시장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대 운영과 항로 협업 등은 인천공항과 가까운 서울 본사가 더 적합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해운사인 MSC와 머스크가 각각 내륙인 스위스 제네바와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일각에선 해외 영업, 홍보, 재무 등 일부 기능은 서울에 잔류시키고, 운영과 물류 중심 부서는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식의 절충안도 언급된다.
한편 HMM은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61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고, 매출은 2조8547억원(23% 증가), 당기순이익은 7397억원(52% 증가)을 각각 기록했다.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하락했지만 선대 확충과 서비스 다양화, 영업 강화 등을 통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HMM의 본사 부산 이전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노사 간 대화와 사회적 합의 도출은 향후 가장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앞서 이 대통령이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본사 이전은 단순한 행정 이전이 아닌 해양산업의 미래 전략이자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적 조치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신중하면서도 실효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며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어떤 방식으로 균형점을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조언했다.
양호연기자 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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