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첫 통화를 했다. 이날 낮 12시부터 약 25분간이었다. 실용외교를 강조하는 정부인 만큼 과거사보다는 '상생 외교'에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9일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의 대통령 취임 축하에 대해 사의를 표하고, 오늘날의 전략적 환경 속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음을 강조했다"며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통화는 취임축하 상견례 성격으로 이뤄진 것으로, 대통령실은 양 정상 간 돈독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자리인 만큼 전체적인 한일관계 개선을 언급하는 수준의 통상적인 통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사 등 민감한 분야에 대한 언급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실용외교'를 강조해온 이재명 대통령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곧 G7 외교무대에 등판해야 하는 만큼 껄끄러운 의제를 꺼내기보다는 양국협력 관련 이야기에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강 대변인은 "양 정상은 통화에서 상호 존중과 신뢰, 책임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보다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양국 국민들 간의 활발한 교류 흐름에 주목하면서 당국 간 의사소통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고 했다.
한미일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강 대변인은 "양 정상은 그간 한미일 협력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도 한미일 협력의 틀 안에서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더해 나가자고 했다"면서 "양 정상은 향후 직접 만나 한일관계 발전 방향을 비롯한 상호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거사 문제가 향후 변수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일관계에 대해 "실용적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안타깝게도 과거사 문제, 독도 영토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으나 일본과 한국은 여러 가지 면에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특히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한일관계에 관한 아주 바람직한 합의'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한일관계를 투트랙 전략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일본 외무성은 이날 이시바 총리가 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면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포함해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며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양국 정상이 전략환경의 엄중함이 더해지는 상황에서 한일관계, 한미일 협력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 의견이 일치했고, 한일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향후 정상 간을 포함해 양국 정부가 긴밀하게 의사소통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에서는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첫 대면 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