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바이오벤처 생태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4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이 공약한 '바이오 강국'을 실현하려면 연구부터 개발, 상업화에 이르는 생태계 전반이 동시에 발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부의 R&D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4일 논평을 내고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안전망이자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핵심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제약바이오강국 실현은 산업계의 부단한 도전과 혁신, 정부의 과감한 지원 등 민관의 역량이 모두 결집해야만 가능한 만큼 정부의 제약바이오 연구개발(R&D) 정책 기조는 실질적 성과 도출을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며 정부의 R&D 지원을 촉구했다. 이어 "정부의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예산 중 기업 등 산업 현장에 대한 지원 비중은 13.5%로 IT(44.5%)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상업화에 근접한 후기 임상과 기업들에 대한 R&D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약가제도 역시 산업계의 R&D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혁신의 결실에는 정당한 가치가 부여되어야 하며 예측 가능하고 통합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수익이 다시 연구개발로 선순환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협회는 "'건강한 사회'는 한국 제약바이오산업과 대한민국이 함께 짊어져야 할 시대적 책무"라며 "의약품 개발과 생산 역량이 경제 발전과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되는 오늘날, 경제와 국민 건강을 동시에 책임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약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테크들이 주로 회원사로 있는 한국바이오협회도 생태계 혁신을 요구했다.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장은 "바이오산업을 국가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R&D·상장·규제·인력·데이터·공급망 등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분야의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을 위한 국가 투자 확대와 보상 체계 마련을 공약했다. 전략적 R&D 투자시스템 구축 및 성과도출·공공환원형 지원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바이오 특화 펀드를 마련해 투자생태계를 구축, 전문 인력 육성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이와 함께 제약기업의 사회적 책임성 강화,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 해소 및 안정적인 공급 체계 구축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제약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비율 연동형 약가보상체계를 마련하는 동시에, 국가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위탁 생산·유통 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했다.
공약에는 어르신 임플란트 건강보험 단계적 적용 확대, 노인 중증 호흡기질환 조기 진단·예방적 치료 강화 등도 포함돼 있었다. 이 대통령은 희귀·난치질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소아비만·소아당뇨에 대한 국가 책임도 약속했다. 또 동물 대체시험 활성화법을 제정해 실험동물 희생도 줄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새 정부의 첫 보건복지부 수장으로 정은경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이 거론되는 가운데 제약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정 원장이 장관으로 취임할 경우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인 질병관리청, 국립중앙의료원과의 협업이 강화돼 백신·치료제 수급, 병상 확보, 공공의료기관 대응 역량 등 전반적인 방역 체계가 개선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각국이 의약품 공급을 강화하려는 추세에 있다"며 "우리나라도 원료의약품에 대한 자급도를 올려야 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 바이오기업은 아직 영세한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산업의 자본력이나 규모가 빅파마 대비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산업이 도약하고 외연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사람, 기술, 자본이 필요한데, 국가 차원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