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선 기간 내내 '반이재명 빅텐트'를 부르짖었던 보수정당이 후보 단일화 드라마 없는 '반쪽 빅텐트'로 선거를 마무리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3일 대선 선거일 본투표까지 각각 완주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경우 지난 4월27일 당내 경선에서 89.77%의 압도적 득표율로 본선 후보에 확정된뒤 안정적인 1강을 넘어 1극체제를 구축한 것과 대조적이다.
범보수진영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이번 선거일까지 두 달 내내 사분오열했다. 국민의힘은 비대위 주도로 대선 경선부터 전에 없던 양자 결선(3차 경선)를 도입했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차출론에 친윤 의원들이 연명해 전례없는 '경선 김빼기', '후보등록 전 단일화 여부' 논란을 낳았다.
'한덕수로 단일화'를 암시하며 12·3 비상계엄 저지파인 한동훈 전 당대표를 결선에서 패배시킨 친윤계는 5·3 전당대회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를 한 전 총리로 '강제 교체'를 시도했으나 전당원 투표로 불발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2일 출마 선언한지 8일만에 퇴장했고, 김 후보 지원유세에도 나서지 않았다.
김 후보는 '당내 2위'와 삐걱였다. 윤 전 대통령·김건희 여사 부부와의 단절, 자유통일당 등 장외 계엄옹호 세력과의 절연, 연루인사 선대위 배제 등 한 전 대표의 요구 대부분은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했다. 이에 한 전 대표는 5월 하순에야 선대위 합류 없이 독자유세에 나섰지만 김 후보와 '화학적 결합'은 보이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부터 '윤석열·이재명 동반청산론'을 펴 온 새미래민주당과의 연대도 때늦은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남권 잠룡 이낙연 전 총리가 불출마를 결단한 지 열흘여 만에야 지도부가 개헌·공동정부 협약에 나섰고, 지난달 27일 이 전 총리의 '김문수 지지' 선언까지 일주일이 더 걸렸다. 보름이나 허비한 셈이다.
같은 달 17일 윤 전 대통령은 마지못해 탈당했지만 공개적으로 김 후보 지지를 표명하거나 부정선거 음모론 영화 공개관람에 나서면서 김 후보에게 타격을 입혔다. 지난달 26일에는 '윤어게인 논란'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면서 친한계의 반발을 재차 샀다. '반명연대'의 전제조건인 '반윤'에도 실패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를 "파란색 윤석열", 국민의힘을 "극우정치의 중심"으로 비판한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는 이 후보의 독자완주 의지에 최종적으로 무산됐다.김 후보는 대선 전날 부산 유세에서 단일화 불발에 사과하되 "이준석 후보를 찍으면 이재명 후보만 도와주게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광장 파이널 유세에선 '당외'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 전 총리가 연사로 나섰지만, 한 전 대표는 별도의 발언 기회 없이 '큰절 퍼포먼스' 후 퇴장하는 등 균열을 감추지 못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김문수 국민의힘 제21대 대선 후보가 선거 전날인 6월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과 포옹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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