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뜯지않은 채 방치된 공보물이 쉽게 목격되고 있다. 수백억 세금을 투입해 제작되는 것인 만큼, 유권자가 원하는 방식에 맞게,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관련 콘텐츠 제작·전달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1대 대선에서 발송된 책자형 공보물은 약 2400만 부에 이르며, 전단형 공보물까지 포함하면 총 4700만 부에 달한다.
관련 예산은 수백억원이 편성됐다.
선관위는 "정확한 예산은 선거 이후 확정되겠지만, 제20대 대선 기준으로 공보물 발송에만 320억원이 들었고, 이번엔 약 370억원이 편성됐다"고 설명했다.
선거 직전까지도 개봉되지 않다가 결국 무더기로 버려지는 공보물에 수백억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지난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식 공보물을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윤 의원은 " 매 선거마다 막대한 규모의 선거 홍보물이 제작ㆍ배포되어 이로 인한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유권자의 집마다 우편 발송되는 선거공보와 길거리에 게시되는 선거벽보는 결국 쓰레기로 버려지게 되므로 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제작된 선거공보는 총 5억8000만 부로, 여의도 면적의 10배(29㎢)이자 지구를 3바퀴 돌 수 있는 길이(15만6460㎞)였으며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제작된 선거벽보는 118만 부로, 이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면적의 11배(5만8551㎡)이자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할 수 있는 길이(848㎞)에 달했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선거공보ㆍ벽보 제작에 사용된 종이 무게만 1만3534톤(t)이었는데 이는 30년 된 나무 23만 그루를 베어낸 수준이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종이와 전자 공보물 간 발송 시기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 '이동통신사의 개인정보 제공 실현 가능성' 등의 논란 속에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행법에는 예비후보자홍보물이나 선거공보를 우편 발송하는 방법 외에 다른 규정이 없어 예비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친환경 선거를 치르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도 이를 실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서울강남우체국 집배원이 지난달 19일 강남구 학동로 한 주상복합 우편수취함에 '제21대 대통령선거' 책자형 공보물을 배달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