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동대문구 이문동 소재 '래미안라그란데' 단지에는 지난달 23일부터 나무 등 기존의 조경을 제거한 뒤 커다란 조경석을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방송 및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개된 사진들을 보면, 해당 단지 이름이 적힌 커다란 조경석들을 옮기기 위해 트럭과 굴삭기 등이 동원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단지 입주민이라고 밝힌 네티즌 A씨의 폭로 글이 게재돼 논란이 일었다.
A씨는 조경석을 설치 중인 여러 장의 사진을 올리면서 "조합원 등에게 아무런 고지도 동의도 없이 조합장과 측근이 독단적으로 저 흉측한 돌덩이들을 수개씩 끌고 와서는 멀쩡한 조경 나무 잔디 밀고 박아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 돌 하나에 6000만원이라는데 앞으로 갖고 올 바윗덩어리가 20개 넘게 남았다더라. 30개를 18억원에 계약했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해당 게시물은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 삽시간에 퍼졌다. 한 부동산 정보 앱에는 '래미안라그란데'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관련 글은 약 2700개가 쏟아지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상식 밖의 일이다", "대체 시대가 어느 때인데 저런 조경석을 설치하느냐" 등의 비판적인 댓글을 남겼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앞서 입주민들은 단지 내 조경을 갈아엎고 협의 없이 설치된 조경석을 두고 "1980년대를 연상케 하는 예스러운 디자인"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조경석 설치에 들어간 예산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재개발 조합장은 "대의원의 판단과 의결 등에 참고가 될 샘플을 미리 설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입주민들은 "조합장 측근으로 구성된 대의원 회의에서 안건이 부결된 사례가 거의 없었다"면서 이번 결정 역시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꼬집었다. 일부 입주민들은 "지난 4월 회의 때만 해도 9억5500만원 규모로 책정됐던 조경석이 한 달 만에 18억원으로 둔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합원들 역시 조합 임원진의 일방적인 결정 방식과 불투명한 예산 집행 과정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방송에서 제작진은 해당 조경석에 대해 한 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했다. 이 전문가는 "별로 안 좋은 돌이다. 논이나 산에 받쳐있는 돌을 가져온 것"이라며 "땅에 묻혀있던 돌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데군데 금도 가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풍화작용으로 금이 간 부분 쪼개질 것"이라면서 "이는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성 멘트를 덧붙였다.
입주자민들은 재개발 조합 측과 계약을 한 조경업체가 연 매출 70만원의 영세 업체이며, 조경석으로 가져온 것이 6년 전 로드뷰에 찍힌 돌과 동일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조경석 설치를 허락한 조합 관계자는 "3개는 샘플"이라며 "조합 측은 어떤 비용도 지불하지 않았고 업체가 모든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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