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온디바이스 AI 사업에 LG전자·현대차 등 참여…삼성은 '발 빼'
공식 입장 뒤엔 내부 기준 통일 어려움도…표준화 반쪽 우려
공식 입장 뒤엔 내부 기준 통일 어려움도…표준화 반쪽 우려
이 사업은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기술 개발과 업계 표준 마련이 핵심인데, 삼성의 부재로 인해 '반쪽짜리 표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온디바이스 AI 사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온디바이스 AI 표준화 작업은 업계 전체의 합의가 중요한데, 삼성전자가 빠져 글로벌 수준의 파급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K-온디바이스 AI 사업은 가전과 차량, IoT(사물인터넷) 등 각종 전자기기에 탑재되는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해 한국형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팹리스와 세트 기업, 연구기관이 협력해 칩셋 성능과 연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각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한 범용 표준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온디바이스 AI는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내부에서 실시간 연산하는 기술로, 개인정보 보호와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온디바이스 AI가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이후 AI 시장을 이끄는 차세대 산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업 추진 동력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의 불참 이유는 정부 과제 참여 시 요구되는 보고 체계와 사업 관리의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미 온디바이스 AI 관련 제품을 기기에 탑재하고 있어 이번 과제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표면적인 이유 외에 삼성 내부의 기준 통일 문제도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삼성 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사업부(MX)는 갤럭시 단말기 내 독자 AI 구현을 지향하고, 가전(DA)사업부는 기기 간 연결성을 중시하는 등 부서별로 온디바이스 AI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 통일된 표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외부 표준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전 부문만 보면 공동 표준화 필요성이 분명하지만, 모바일이나 시스템LSI 부문에서는 그 필요성을 공감하지 않고 있어 그룹 차원의 참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삼성의 불참은 K-온디바이스 AI 사업의 성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기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국내 가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이 참여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산업 확산은 어려울 수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가전 시장 점유율이 절반 이상인 삼성이 빠지면, 표준을 만든다 해도 이를 실제 산업에 적용하기가 어렵다"며 "기술 개발보다 중요한 것이 상용화인데, 삼성 없이 구축된 표준은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온디바이스 AI 칩 설계 이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도 난관이 예상된다. 정부는 국산 파운드리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TSMC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K-온디바이스 AI 칩의 제조까지 국산화할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돌고 있다"며 "기술 주권을 강조하는 정부 사업이지만, 실제로는 외산 파운드리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지는 아이러니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