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수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여파에 북미 수출이 위축되자 유럽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 현지 자동차 시장 위축과 함께 한국산 브랜드의 판매 둔화,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 확대 등 여건이 여의치 않다는 점에서 '수출 돌파구'로 삼기엔 버겁다는 평이 나온다.
29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4월 자동차 수출액은 208억4221만달러(28조6700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6.8% 감소했다. 특히 4월 수출액은 55억8417만달러(7조6800억원)로 11.2% 줄었다.
이러한 수출 감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여파로 풀이된다. 올 1~4월 미국 지역 수출액은 106억7387만달러(14조6900억원)로 1년새 13.3%, 4월 수출액은 28억9000만달러(3조9800억원)로 19.4% 각각 감소해 미국 지역 수출 감소액이 전체 감소폭을 웃돌았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는 지난달부터 적용됐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조지아주 신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서 현지 생산 체제가 확대된 것도 수출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유럽 수출을 늘리며 대응에 나섰다. 유럽연합(EU) 국가를 대상으로 한 수출액은 1~4월 31억4221만달러로 10.0%, 4월 수출액은 9억3370달러로 19.5%나 늘었다.
하지만 EU 지역 수출 규모가 미국의 3분의 1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대안이 되기는 역부족이라는 평이 나온다. 작년 연간 수출 규모는 미국이 346억달러, 유럽은 80억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유럽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현대차·기아의 현지 판매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협회에 따르면 올 1~4월 유럽 시장 승용차 판매는 446만대로 작년보다 0.4% 감소했으며, 현대차·기아는 판매 합계는 36만대로 같은 기간 3.4% 줄었다. 시장점유율은 8%로 0.3%포인트(p) 하락해 수출 확대효과가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은 모습이다. 현대차의 경우 올 1분기 유럽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인센티브 비용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거는 점도 수출 악재 요소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상하이자동차(SAIC)의 경우 올 4월 누적 유럽 판매량이 10만대를 돌파하며 작년보다 31.2% 급증했고, 시장 점유율도 1.7%에서 2.2%로 대폭 확대됐다. 2023년 유럽에 진출한 BYD의 경우 4월에만 7000대 이상을 유럽서 판매해 전년의 두 배가량 뛰었다.
SAIC의 경우 지난달 상하이모터쇼에서 '글로컬(글로벌+로컬)' 전략을 발표하며 해외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냈다. SAIC의 커넥티비티 시스템 '아이(i)-스마트'의 경우 전 세계 100만대에 적용됐는데, 이 중 유럽 비중이 40만대로 가장 크다. BYD는 오는 10월 헝가리 공장을 가동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KG모빌리티(이하 KGM), 르노코리아도 유럽 수출로 확대하며 다변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KGM의 경우 독일, 헝가리 등으로 수출 전략을 확대하고 있으며, 유럽 수출이 주춤했던 르노코리아는 이달 그랑 클레오스의 유럽 수출을 개시했다.
현대차는 올해 유럽시장서 작년보다 1.1% 감소한 602만대, 기아는 2.4% 증가한 580만대를 각각 목표로 세웠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지난달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유럽의 경우 작년 대비 성장률이 둔화됐지만 3월 회복세를 보였다"며 "2분기 이후에는 유럽 판매도 업사이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