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감세·재정적자 악화로 국채 금리 급등
대선후보들, 현금성 지원 등 선심 공약…2차 추경도
국가채무 1175조원…국가채무비율 46.1%, 8년전보다 10%p 상승
대선후보들, 현금성 지원 등 선심 공약…2차 추경도
국가채무 1175조원…국가채무비율 46.1%, 8년전보다 10%p 상승
21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시장에 따르면 미국 국채 금리가 30년물, 10년물 등 장기물 중심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정부 부채와 재정적자 등을 이유로 국가 신용등급을 내리자 재정 악화 우려에 미 국채 투매 조짐도 나타났다.
미 국채 금리 급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우리나라 증시도 즉각 반응했다. 22일 코스피가 낙폭을 확대하며 장중 26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그러자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대외 신인도 악화에 따른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175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가채무는 2016∼2018년 600조원대, 2019년 723조2000억원에서 코로나19 이후 2020년 846조6000억원, 2021년 970조700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6.1%로 지난 2016년(34.2%)보다 10%포인트(p) 이상 높아졌다.
문제는 국가채무 비율이 최근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과 맞물려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을 보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매년 증가해 2040년 80%, 2050년 100%를 넘어서고 2072년에는 173%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우리나라가 비기축통화국이란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재정 악화는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주요 대선 후보들은 "민생 경제 살린다"는 명분 속에 앞다퉈 대규모 재정 투입과 감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면, 재정 지출에 따른 건전성 관리 방안은 구체화된 것이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우리나라는 국가가 빚을 안 지고 국민한테 돈을 빌려줘서 국민 빚이 늘어난다"며 국가 부채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정부의 소상공인 살리기 대책 관련해 국가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걸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 세수 증대 등 추가 재원 마련 없이 재정 사업과 감세 등 정책 추진 의지만 밝힌 셈이다.
이들 후보는 대통령 당선 시 민생 회복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계획도 재차 밝혔다.
추경안이 추가로 편성되면 정부로서는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고 국가 부채가 커져 재정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향후 세입은 줄고, 복지지출은 늘어나 국가 채무와 재정적자가 급증할 것이란 점에서 우려가 크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재정적자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나라라는 점에서 무턱대고 정부 지출을 늘려서는 안 된다"며 "현금성 지원 등 포퓰리즘 공약을 자제하고,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정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원승일기자 w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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